제주도 여행

제주 올레 6코스 (2) 염포해수욕장, 소금막 포구(하효항), 제지기오름, 보목항

모산재 2011. 10. 3. 15:00

 

쇠소깍의 아름다운 풍광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낸 뒤, 길을 떠난다. 쇠소깍을 벗어나면 아담한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 이어진다.

 

 

개장된 지 몇 년 안 되는 염포해수욕장... 옛날 이 부근에 소금을 나르는 소금막 포구가 있어 염포라고도 불렀다 한다. 해변 언덕에는 스탠드도 예쁘게 꾸미고 벤치도 충분히 마련해 두었건만 쇠소깍에만 사람들이 붐빌 뿐이다.

 

 

 

 

 

해수욕장이 끝나는 즈음에는 어여쁜 인어상과 해녀상이 있다.

 

 

아마도 제주도에서 만나는 해녀상 중에서 가장 발랄하고 섹시한 해녀상이지 싶다.

 

 

 

 

가슴을 드러낸 인어와 물안경을 올린 날씬한 해녀들의 시선이 당차고 씩씩하기만 한데... 그러나 요즘 제주도에서 이런 해녀를 만날 수 있던가...

 

 

 

 

 

어느 중국인 관광객이 인터뷰 중 "바람과 돌은 많은데, 여자는 못 본 것 같다."고 했는데, 해녀는 사라지고 포구마다 해녀상만 자꾸 늘어나는 것이 제주도의 현실이다. 삼다도가 아닌 '이다도(二多島)'가 되어 가는 제주도, 삼다도의 '해녀' 자리에는 '해녀상'이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서쪽으로 가던 해안길은 다시 남쪽으로 구부러지며 오르막길이 된다. 방파제가 있는 항구가 눈앞에 펼쳐지며 물허벅을 담은 구덕을 진 제주 여인상이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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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허벅과 구덕, 쉼팡과 물팡

 

제주는 화산섬으로 다공질 현무암으로 덮여 있어 하천은 평시에 말라 있다. 그래서 제주 여성들은 물허벅을 지고 멀리 물을 길어다 집안에 있는 '물항'을 채워야 했다.

 

여성들은 험한 지형 때문에 물허벅을 머리에 이지 않고 등에 졌다. '물허벅'(물동이)은 '물구덕'(대바구니)에 담아 고정하고 물배라는 끈으로 져서 날랐다. 물을 운반하는 거리가 멀어 '물팡'을 두었다. 마을 안에는 돌로 만든 '쉼팡(팡돌)'이 있었는데 땔감이나 곡식을 등짐으로 나를 때 쉴 수 있는 대이다. 우물가에는 '물팡'을 두고 '물허벅'을 담은 '구덕'을 질 때 선 채로 물허벅을 질 수 있게 축조한 받침대이다. 우물가에는 별도의 물팡이 있었다.

 

 

 

 

 

여인상 옆에는 소금막의 지명 유래를 새겨 놓았다.

 

 

바로 이곳이 소금막 포구가 있었던 하효항이다. 하효의 옛 이름은 '아래 쇠돈'이라는 뜻의 '알쉐돈'이었는데 한자로 '하우둔(下牛屯)·하효돈(下孝敦)'으로 불리다가 서귀포시로 승격되면서 '하효동'(下孝洞)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소금막 포구

 

 

 

 

 

소금막 해안길을 걸으며 만난 아욱과의 풀. 이미 구면이긴 한데,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 만난다. 몇 년 전 라오스에서 흔하게 봤던 풀이다...

 

공단풀인지 나도공단풀인지 헷갈리는데... 자세히 보니 잎자루가 거의 없고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가 있다. 그럼 나도공단풀이 맞을 듯하다. (공단풀은 반대로 잎자루가 길고 꽃자루는 짧다.)

 

 

 

 

 

 

화산암이 흘러내리며 특이하게 생긴 갯바위

 

 

 

 

 

하효동의 소금막 해안에는 '서생이'-'개우지코지'-알수물'-'강새기코지'-'웃수물'-'성제돌' 등의 지명이 소개되고 있지만 어느 바위가 어느 바위인지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해안 바위에는 낚시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갯바위 언덕이 남쪽으로 길게 돌출된 곳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갯가에 낙타 쌍봉처럼 솟은 이 바위는 "성제돌'(형제바위)쯤 되려나...

 

 

멀리 수평선에 걸려 있는 접시처럼 납작한 지귀도가 인상적인 배경을 이루고 있다.

 

 

 

 

 

소금막 포구 쪽으로 바라본 풍경.

 

맨 앞쪽 바위는 용암이 흘러내린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그리고 이 기묘한 바위는 이름이 외바위나 총각돌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는 올레꾼들, 맞은편에서 나타나서 지나쳐 가기도 한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 길이 편하다. 추자도와 달리 사람들이 자주 지나치니 나름 긴장감도 있어서 흥미롭다.

 

 

 

한참을 무심히 걷다보니 아주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에는 섶섬(또는 숲섬) 그리고 뭍 쪽으로는 가파른 제지기오름을 끼고 있는 보목마을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갯가 언덕에 백년초가 노란 꽃을 환하게 피웠다. 백년초는 제주 해안 곳곳에서 자생하고 있다.

 

 

 

 

 

어느 새 어진이네횟집을 지난다.

 

가파른 제지기오름 발치 해안에 자리잡은 이 식당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연이어 찾아드는 승용차로 좁은 도로로 된 올레길은 걷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어야 했는데... 좀더 가다가 먹자고 버티다가 식당을 만나지 못해 쫄딱 굶게 될 줄이야...!

 

 

 

어진이네 집을 지나면 제지기오름 발치에 쌓은 높은 돌담길이 이어진다. 돌담 위에는 'TWO WEEKS(2주일)'란 카페가 자리잡고 있는데, 코미디언 이주일의 별장으로 알려진 건물이다.

 

 

 

돌담 끝에서 푸른 화살표가 제지기오름 쪽으로 꺾여져 있다. 그냥 지나쳤으면 그만일 것을 무시하기가 뭣해서 화살표를 따라 제지기오름 계단길로 들어선다.

 

 

계단길 공사를 하는 건지 가설해 놓은 미끄러운 베니어판을 타고 오르는 불편하고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 옆 언덕에는 무리지어 자생하는 석위

 

 

 

 

 

 

오름이라 해서 기대를 가지고 힘들게 올랐는데, 화구 등 오름다운 모습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정상부는 마당 같은 풀밭이 펼쳐져 있고 거기엔 간소한 헬스 시설이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도 바닷가 우뚝 솟은 오름이라 탁 트인 전망이 시원스럽다. 섭섬(숲섬)과 보목항이 안마당처럼 바라보인다.

 

 

 

 

 

보목마을은 "눈이 오면 개가 짖는다"는 말이 전해 올 만큼 겨울에도 따뜻하며 여름은 시원하여 식물이 자라거나 사람이 생활하기에 최적의 기온을 갖고 있는 곳이라 한다.

 

 

 

 

 

전망데크에 두 아주머니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아들이 서울에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닌다는 발랄무비한 아주머니, 제주에 살면서 이곳을 자주 찾는단다. 제주도를 창조한 신이 여자신(설문대할망)이라서 제주도는 여자가 휘두르고 산다며 자신의 삶에 썩 만족스러워한다.

 

 

 

 

 

제지기오름은 해발 95m, 오름 높이 85m로 비교적 작은 기생화산으로 분화구는 원추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북쪽 사면은 경사면이 완만하나 남동쪽은 가파른 낭떠러지 지형으로 되어있다. 

 

오름의 남쪽 가파른 중턱의 굴에 절과 절지기가 있어서 '절오름(寺岳)' 또는 '절지기오름'으로 불리던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굴은 제법 커서 깊이 5~6m의 넓이에 천장 높이 최고 6m 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오름 주변에는 자생하는 좁은잎천선과나무에서 무화과처럼익은 열매가 떨어져 있다.

 

 

 

 

 

 

 

오름 정상에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길이 있었지만 사람이 다닌 흔적이 거의 없다. 올라왔던 길을 다시 되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