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제주 올레 6코스 (1) 쇠소깍,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깊고 푸른 물웅덩이

모산재 2011. 9. 30. 16:10

 

추자도를 떠나 오후 늦은 시간 제주항에 도착하였다.

 

 

택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숙소를 정한다. 제주도로 내려와서 살고 있는 두 분께 연락하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번거로워지고 또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그만두기로 한다.

 

 

제주도에는 이틀 정도 머물며 하루는 한라산을 오르고 하루는 올레길을 걸어 볼까 했는데, 이런 젠장... 일기예보는 내일 비가 100mm까지 올 것이란다.

 

한라산에서 비를 맞으면 대책이 없을 터. 그래서 먼저 올레길을 걷기로 하는데, 올레길 7코스는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가면서 해안길이 파손되어 폐쇄되었다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할수없이 6코스를 걷기로 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엊저녁에 사둔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남원행 버스를 탄다. 1시간 가량 걸려서 올레길 6코스의 시작점인 쇠소깍 입구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예닐곱 명의 올레꾼들이 함께 내린다.

 

 

도로를 건너서 다리를 건너고, 작은 개울을 따라 길은 쇠소깍으로 접어든다.

 

 

 

 

나중 개울 이름을 확인하니 효돈천이다.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내로 쇠소깍으로 흘러든다.

 

 

다리 위에서 삼각주 모양으로 형성된 효돈천 풍경을 담는다.

 

 

 

 

 

비가 올 것이라더니 날씨는 눈이 부시게 화창하다. 뭐냐. 이럴 줄 알았으면 한라산으로 갔어야 했는데...

 

먼저 오늘 하루 걸어야 할 6코스를 확인해 본다.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총 14.4km로 5시간 정도 걸린다고 되어 있다. 무작정 걷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곳저곳 주변 볼거리를 살피며 걷노라면 하루가 꼬박 걸릴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남는다면 7구간도 살짝 맛보자.

 

 

※ 제주올레 6코스

 

출처 : 제주올레 http://www.jejuolle.org/

 

쇠소깍 → 소금막(756m) → 제지기오름(2.34Km) → 보목항구 → 구두미포구(3.95Km) → 서귀포 보목하수처리장(5.06Km)

→ 서귀포KAL호텔 (6.82Km) → 파라다이스호텔(7.92Km) → 소정방폭포/제주올레사무국(옛 '소라의 성', 8.17Km)

서귀포초등학교 (10.2Km) → 이중섭 미술관(10.6Km) → 천지연폭포(11Km) → 남성리 삼거리(13.6Km) → 외돌개(14.4Km)

 

 

 

물이 흐르는 효돈천 가에는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걷는 길이 시원스럽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이 시릴 정도다. 이런 하늘에서 설마 비가 쏱아진다는 것이냐. 일기예보하고는...

 

 

 

 

큰피막이

 

 

 

 

 

물이 흐르는 것을 보기 어려운 제주도의 하천과는 달리 효돈천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쇠소깍이란 말 뜻이 무엇일까? 알아보니 '효돈'이란 말과 어원을 공유하고 있다.

 

효돈의 옛 이름은 '쉐둔' 또는 '쉐돈'이라고 한다. '쉐둔'을 한자로 우둔(牛屯)이라 표기하다가 이후에 효돈(孝敦)으로 표기하여 왔다고 한다. '신소'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아마도 '신(新)'의 훈인 '새'의 발음이 '쇠'와 비슷한 점에서 '우'나 '효'와 같은 표기가 아닐까 싶다.

 

쇠소깍은 '효돈'의 옛 표현인 '쇠돈'의 '쇠'와 연못이라는 뜻의 '소', 끝을 의미하는 접미사 '깍'이 결합된 말이라고 한다. 한자음은 '효돈'이지만, '효'를 제주도에서는 '소'로 읽으므로 '효돈'과 '우둔'은 모두 '쉐돈'을 한자음으로 표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내의 건너편은 올레길 5코스로 다리를 건너오면서 6코스로 이어진다.

 

 

 

 

 

그리고 갑자기 절벽으로 깊게 패여진 용암 계곡이 나타난다. 쇠소깍이다. 

 

 

 

 

 

쇠소깍 상류 풍경

 

 

 

 

 

쇠소깍 상류에서 아래쪽 방향으로 본 풍경

 

 

 

 

 

 

 

중간 지점에서 본 쇠소깍 상류 풍경

 

 

 

 

 

 

드디어 깊고 푸른 연못을 이룬 쇠소깍이 나타난다.

 

 

'쇠돈의 깊은 물웅덩이' 쇠소깍은 지하를 흐르는 민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연못을 이루었다.

 

울창한 숲과 현무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이 비경은 올해 6월 이곳은 외돌개, 산방산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맑은 물, 숲과 절벽이 드리우는 시원한 그늘 밑으로 보트를 저으며 낭만을 즐기는 유람객들로 붐빈다.

 

 

 

 

 

 

 

 

 

쇠소깍은 비를 내리게 하는 용이 산다 하여 '용소'라고도 한단다. 예전에는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하는데, 오늘날까지 이 풍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쇠소깍은 화산암 암벽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여러 가지 형상의 바위가 있어 장군바위, 사자바위, 독수리바위, 코끼리바위, 사랑바위 등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

 

 

 

 

 

 

 

바다와 만나는 모래톱.

 

밀물 때면 바닷물이 모래톱을 넘어 들어와 쇠소깍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게 된다. 그럴 때면 커다란 숭어가 많이 몰려든다고 한다.

 

 

 

 

 

모래톱 너머 수평선에는 지귀도(직구섬)가 걸려 있다. 평평한 현무암의 무인도.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이곳 쇠소깍에도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때는 350여 년 전, 주인집의 귀여운 외동딸과 그 집 머슴의 동갑내기 아들이 어린시절부터 소꿉장난으로 신랑각시하며 살다 성장하였는데 주인집 외동딸이 먼 동네로 시집가게 되었다. 이들은 부모님께 장래를 약속한 사이임을 말씀드렸지만 주인 내외는 머슴 가족을 내쫓고 말았다. 머슴의 아들은 결국 '남내소'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주인집 딸은 시체를 찾기 위해 부모 몰래 매일밤 이곳 바위 위에 와서 빌었다. 100일이 되는 날 밤에 갑자기 큰 비가 내렸고, 남내소 냇물이 넘치자 사랑하는 총각이 냇물에 떠올라 이 쇠소로 내려와 모래 위로 올라왔다. 처녀는 죽은 총각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슬피 울고 냇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이 처녀의 순수 무애한 사랑과 높은 정절을 깊이 기리기 위해 하효마을 동쪽 동산인 용지동산에 '할망당'을 마련해 영혼을 모시고 하효마을의 무사 안녕과 번영을 기원했다. 그리고 마을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밤에 제관이 할망당에서 '용지부인석(龍旨婦人石)'을 모셔다가 제단에 올려놓고 제를 시작한다고 한다.

 

 

 

쇠소깍 주변, 올레꾼들만이 아니라 승용차로 찾아드는 유람객들로 거리가 붐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서 배가 고파진다.

 

그래도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라 좀더 길을 걷기로 하고 쇠소깍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