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추자도 (4) 하추자도 올레길 / 추자대교-묵리고갯마루- 묵리- 처녀당-섬생이-수영여 일몰

모산재 2011. 9. 22. 16:36

 

하추자도로 가는 길, 다리를 건너기 전에 상추자도의 식수원으로 쓰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저수지의 높은 둑 옆으로 오른 길은 철문으로 출입통제 상태이다. 

 

그리고 추자대교 입구에는 한전이 자리잡고 있어 상추자도의 전력을 관리하고 있다.

 

 

나바론 절벽이 있는 상추자도 남서 해안에서 엄청난 안개가 밀려오는 것과는 달리 하추자도 남서 해안, 묵리 부근의 해안은 햇살이 명랑하게 비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하추자도 북쪽 해안으로는 짙은 안개가 덮고 있다.

 

 

추자대교.


1971년에 건설되었다는 다리는 노후화되어 일부 교각이 흔적으로 남아 있고 지금의 다리는 새로 세운 것이다.

 

 

 

다리를 건너자 도로는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이곳을 '추자 삼거리'라 한다. 왼쪽은 하추자도의 동쪽 끝 마을 예초리로 가는 북쪽 해안도로인데 버스가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고, 오른쪽 길은 버스가 운행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차량들이 다니는 하추자도의 간선도로이다. 

 

그러나, 올레길은 이 두 길을 모두 버리고 정면에 보이는 계단을 통해 산으로 오르게 된다.

 

 

 

이쯤에서 추자올레길을 소개해 두기로 하자.

 

18-1이라는 번호를 받은 추자도 올레길은 제주도 올레길 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코스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걸어보면 그리 힘든 코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 험한 산은 없다.  

 

다음이 제주도 올레코스인데, 오늘 오후 두어 시간 걸어서 온 것이 황색 부분이고 지금 반나절 남은 시간을 이용해서 걸으려고 하는 코스가 적색 부분이다.

 

 

추자항 → 최영장군 사당 0.4km → 봉글레산 입구 1.1km → 봉글레산 정상 1.5km → 천주교 추자공소 → 순효각 입구 2.5km → 처사각 2.7 km → 나바론 절벽 정상 3.1km → 추자등대 3.3km → 추자교 4.2km → 추자교 삼거리 4.4km → 묵리 고갯마루 5.1km → 묵리 교차로 5.8km → 묵리마을 6.2km → 신양2리 6.8km → 신양항 7.7km → 모진이 몽돌해안 8.4km → 황경헌의 묘 9.3km → 신대산 전망대 10.2km → 예초리 기정길 끝 10.7km → 예초리포구 11.1km → 엄바위 장승 11.6km → 돈대산 입구 12.0km → 돈대산 정상 12.8km → 묵리 교차로 14.0km → 담수장 14.6km → 추자교 15.4km → 영흥 쉼터 16.2km → 추자항 17.7km

 

 

묵리까지 갔다가 다시 추자항으로 돌아와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나머지 하추자도를 돌고,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아까 보지 못한 나바론 해안절벽과 추자도 등대 전망대에 올라서 추자도 전경을 감상하려고 마음을 먹는다.

 

 

 

묵리 고갯마루를 구불구불 호젓하게 오르는 길은 상쾌하다.

 

 

고갯마루 중턱에서 잠시 멈추고 돌아보니 상추자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욱한 안개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추자도...

 

  

 

산 등성이로 이어지는 올레길은 호젓하기만 하다.

 

성수기인 한여름인데도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어제 지나간 태풍 탓이긴 하겠지만 올레꾼이 없는 올레길을 걷노라니 뭔지 싱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저 한적한 시골산을 걷는 느낌이랄까...

 

바다안개 때문에 북쪽해안의 바다와 섬들은 여전히 흐릿한 풍경들만 보여 줄 뿐이다. 

 

 

산등성이에는 꽃을 피운 키 작은 예덕나무들이 자주 눈에 띈다. 꽃 필 철이 많이 지난 듯한데... 줄기 끝에 암술로 된 작은 꽃차례를 앙증스런 모습으로 달고 있다. 희한하게도 암나무만 보이네...

 

 

 

 

멀리 북쪽 골짜기에 하추자도의 식수원인 저수지가 보인다.

 

물이 흐를 만한 긴 계곡이 존재하지 않는 추자도. 여름 한 철 내리는 빗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저수지는 물이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 듯 둑에는 방수시설을 한 모습이다.

 

 

 

 

등성이길을 타고 가다보니 돈대산으로 오르는 길과 남쪽 해안 묵리 마을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돈대산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 애초에 맘 먹은 대로 묵리 가는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금방 시야가 환히 트이며 우묵한 골짜기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갯마을 묵리마을과 섬생이라는 작은 섬이 그림처럼 나타난다.

 

 

 

 

좁은 골짜기를 따라 길게 형성된 마을이 이국적이랄까...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을의 옛 이름은 '미기'. 


유래가 있다는데...마을이 앞뒤로 산이 둘러싸인 우묵한 지대에 있어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니 낮의 길이가 짧다. 그래서 마을 이름을 묵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이게 무슨 말일까... 모르겠다. 내 맘대로 해석해 버리자. 해가 짧은 우묵한 곳에 있어서 '우묵리'라고 부르다가 '묵리'가 되었다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대부분 삼치, 조기, 방어 등을 잡는 수산업을 종사하면서 마을 뒤쪽 신양리로 이어지는 구릉지 밭에서 농사도 지으며 살고 있다 한다.

 

이 마을에도 근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 이곳에는 일제시대 금과 구리 등을 캤다고 하는 광산 '생금이'가 있고 그 골짜기는 '금판골창'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1871년 동학의 제2대 교주인 최시형과 함께 경북 영해에서 봉기하였던 이필제의 난에 연루되었던  정만식이라는 분이 종신 유배형을 받아 이 마을에 살았으며, 1876년 조병창이란 이도 이 마을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예들은 이 마을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한다.

 

 

마을 앞에는 우물이 있다.

 

 

 

묵리는 추자도에서 가장 우물이 많은 곳이라는데, 원형으로 된 이 우물 외에도 6각형 8각형으로 축조된 우물이 더 있다고 한다.

 

 

 

우물가에는 두레박이 보이지 않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집집마다 따로 두레박을 간직하고 물을 길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 우물이 식수로 이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곳 주민들이 '둘박'이라고 부르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 깊은 우물을 들여다 보니 윤동주의 '자화상'이란 시가 절로 떠오른다.

 

 

 

마을 큰 길 풍경. 이 작은 마을에도 현대식 여관형 민박집이 서 있다.

 

 

 

집 앞에는 해초를 말리고 있다.

 

 

 

 

 

해안에는 마을 앞을 감싸 안듯 바다로 벋어 있는 갯바위 구릉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를 '당목재'라 부른다. 당목재 너머 갯바위 위에 해신당인 '처녀당'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당목재 고개 너머로 섬생이라는 섬이 보인다.

 

 

 

 

어제 완도수목원을 걸었고 오늘도 상추자도를 한 바퀴 돌고 하추자도 산행까지 한 탓인지 발바닥이 아파온다. 해안도로로 걸어서 상추자도로 돌아가야 하는데 걷기가 싫어진다.

 

 

마침 해안 쪽 '당목재'라는 고개에서 공용버스가 머리를 내밀더니 쌩~ 지나가고 있다.

 

잘 됐다... 다시 한 시간 뒤에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묵리 해안 풍경이나 맘껏 즐기고 가자.

 

 

 

갯가에 나서니 해는 뉘엿뉘엿, 일몰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작은 고깃배를 고치고 있는 사람들. 뭐하는 거냐고 묻자 어제 지나간 태풍으로 배가 파손되어 수리중이라 한다. 바로 곁에는 처참하게 파괴된 동력선이 보인다.  

 

 

 

 

그리고 처녀당이 있는 당목재 언덕 위로 발길을 옮긴다.

 

당목재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묵리 앞 바다 풍경. 저 해안도로를 따라가 두 굽이를 돌면 상추자도가 나타난다.

 

 

 

묵리 전경.

 

멀리 추자도의 최고봉 돈대산은 안개구름에 덮여 있다. 

 

 

 

붉은 빛깔의 아름다운 갯바위 해안에는 하얀 물보라가 일고 섬생이 섬은 바다 초원의 정원석인 듯 정답게 떠 있다.

 

  

 

저 멀리 남동쪽으로 푸랭이라고 불리는 청도(靑島)가 떠 있다. 푸른 숲이 섬을 덮고 있어서 그렇게 부른단다.

 

 

 

두꺼비가 엎드려 있는 형태여서 '두꺼비 섬(蟾)'자를 쓴 섬생이라고 하는데, 대물을 꿈꾸는 낚시꾼들에게 잘 알려진 바위섬이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전해오는 전설에는 엉뚱하게도 두꺼비가 아니라 남생이로 되어 있다. 

 

옛날에 남생이를 닮은 이 섬이 바다 위를 걸어오고 있었다. 이것을 본 이 마을의 아기를 밴 여자가 질겁을 해서 "저기 섬이 걸어 오고 있다!"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섬이 그만 멈춰서 섬이 되어 버렸다.  추자에는 <남생이 독밭 >이라는 밭 이름도 있다.

 

 

 

북서쪽 바다에는 수영여라는 갯바위섬이 수평선에 걸려 있고, 해안 갯바위에는 낚시꾼들이 대물의 꿈을 꾸고 있다.

 

 

  

 

 

바위 언덕에 처녀당이라는 작은 해신당이 있다.

 

 

 

처녀당 문은 꼭 잠겨 있는데 궁금하여 문을 열어 본다.

 

붉은 치마저고리를 입은 처녀의 큼지막한 초상이 걸려 있고, 한쪽 벽에는 그 처녀의 혼령을 위해 준비해 둔 듯 치마 저고리와 버선이 걸려 있다.

 

 

 

처녀에 대한  전설은 기대와는 달리 단순하다.

 

제주에서 아기를 돌봐 줄 한 처녀가 잠녀를 따라와 사고로 죽었는데, 그 처녀의 원혼을 달래 주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이 작은 마을 유물에까지 영문 안내글을 곁들여 놓은 정성이 갸륵하다.

 

 

메마른 구릉에 자라고 있는 백년초.

 

 

 

당목재 끝에서 바라보는 낙조

 

 

 

 

당목재를 벗어나 남쪽의 바닷가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해안 풍경 속에 흉물스런 채석장이 보인다. 많은 섬들이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을 잘라내는데, 팔다리 잘린 듯한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장엄한 일몰은 아닐지라도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노을 빛을 흔적처럼 남기고 해는 구름 속으로 숨어 들고 있다.

 

 

  

  

 

 

 

한동안 어둠이 깃드는 바닷가 일몰 속에 앉아 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상추자도로 돌아온다.

 

 

 

저녁 식사는 점심 때 먹은 식당이 아닌 다른 식당에서 먹어 보고 싶어 찾아보니 영업을 하는 곳이 없다.

 

할 수 없이 다시 중앙식당을 찾아 백반을 시켜 식사를 한다. 이 식당이 추자도에서 가장 붐비는 식당인데, 벽에는 바깥 주인의 솜씨로 된 서예 작품들이 가득 걸려 있다.

 

 

 

 

 

식사 뒤, 추자항 수협마트에 저녁에 마실 캔 맺주와 생수를 사러 갔다가 '추자도 갈매기'를 만난다. 잠시 만난 사람이지만 반갑다.  

 

추자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청년이 도움이 되는 책을 갖다 주겠다고  숙소를 묻는다.

 

이렇게 해서 받아본 책은 '황금그물의 섬 추자도'라는 제목의 사진집이다.

 

 

 

덕분에 저녁 시간 사진으로 담겨진 추자도의 구석구석 공부하는 시간을 가진다. 

 

오토바이를 타고 책을 가져다 준 '추자도 갈매기'의 본이름은 '김정일'이라고 했다.  친절한 김정일씨...!!!

 

 

 

■ 추자도 안내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