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추자도 (1) 태풍 무이파가 할퀴고 간 하추자도 신양항

모산재 2011. 9. 14. 17:14

 

완도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일찍 아침도 굶은 채 완도항 선착장으로 향한다. 아침은 추자도에 내려서 해결하기로 한다.

 

난대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도는 물결소리조차 없는 고요한 바다 속에서 잠이 덜 깬 듯하다. 무시무시한 태풍 무이파가 어제 지나갔다고? 이곳에는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완도여객선터미널을 향해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어제 태풍이 지나간 탓인지 승객은 그리 붐비지 않는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한 떼를 이룬 승객들이 위층 방에서, 더러는 둘러 앉아 나이롱뻥을 하고 더러는 금지된 음주를 하며 시끌벅쩍이다. 나이 든 몇 아주머니는 멀미를 못 이겨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앞에 앉아 있던 젊은 커플은 남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느 비윗장 좋은 아저씨가 그곳에 드러눕는 바람에 자리를 뺐겨 떠나고 만다.

 

 

한일카페리를 타고 2시간 반쯤 지나서야 하추자도가 시야에 들어선다. 

 

 

 

추자도 최고봉 돈대산(163.6m) 정상이 구름에 덮여 있고 그 기슭에 추자중고등학교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태풍 무이파에 여러 날 발이 묶여 있던 사람들이 선착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미 10시 반을 넘겨 뱃속이 소리를 지른다. 아침 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찾았지만 이곳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다. 태풍으로 배가 들어 오지 않아 식재료를 조달하지 못한 때문이다. 

 

하추자도는 상추자도에 비해 섬은 크지만 숙식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한다. 할수없이 빵이라도 먹을까 해서 구멍가게를 찾았더니 가게주인 할머니가 서쪽 해안가에 있는 여관에 식당이 있다고  가보라고 한다.

 

 

타고 온 한일카페리 3호

 

 

 

식당이 있는 곳을 향해 해안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한 할아버지가 지금 배가 들어온 것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배가 닷새만에 처음 들어왔다면서 길길이 화를 내며 소리 지른다. 마치 내가 잘못이나 한 것처럼 무안하다. 태풍으로 배가 들어오지 않는 바람에 관광객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성수기 섬사람들의 생업에 큰 타격을 받은 모양이다.

 

 

걷다 보니, 해안의 나무들이 모두 누렇게 마른 잎들을 달고 있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께 물어보니 바닷물을 실은 태풍에 피해를 입어 그렇다 한다.

 

 

 

그러고 보니 마을집에 심어진 나무들도 대부분 염해를 입은 심각한 모습이다. 

 

 

 

수협 창고 벽에는 지동원이 프리미어리거가 되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길가에 놀고 있는 두 사내 녀석들에게 물어보니 지동원이 이곳 추자중학교를 다녔다 한다.

 

"지동원이 무척 자랑스럽겠네?"

했더니

"관심 없어요"

라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예전에 학교를 다녔을 뿐 잘 모른다고 한다. 놀고 있는 모습을 찍으려 하니 얼굴을 가리고 외면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보니 상상의 순박한 '섬소년'은 존재하지 않는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추자도에도 '추자십경'이라는 볼거리가 명명되어 있다.

 

그 중 제 6경이라는 '장작평사'라는 해변을 지나간다. 그리 넓지 않은 300여 m의 바위와 자갈 해변인데, 신양항을 보호하는 방파제와 서쪽의 석지머리라는 작은 산봉우리, 그리고 사자섬 등이 배경이 되어 그런 대로 볼 만한 풍경을 이루었다.

 

 

 

그리고 멀리 뒤편으로 사자 모양을 한 섬이 흐릿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그곳은 또 하나의 추자십경으로 '수덕낙안(水德落雁)'이라 명명되어 있다. 고개를 세운 당당한 사자 형상을 한 수덕도가 떠 있는데, 바다새들이 사자 머리에 앉아있다가 바다로 쏜살같이 하강하는 광경을 일컫는다고 한다.

 

 

 

이곳 해안에 유일하게 있는 여관의 식당에 도착했더니, 여주인은 배가 들어오지 않아 찬거리가 없어 식당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낭패로군. 애써 찾은 추자도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쫄딱 굶게 생겼다.

 

애초 생각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하추자도 올레길을 걸은 다음 상추자도로 가려는 것이었는데, 결국 식사 문제 해결을 위해 상추자도로 가기로 한다. 매 시간 있다는 버스는 식당을 찾을 동안 떠나고 없어 사십여 분은 기다려야 할 판인데, 갑자기 꼬마 타이탄 트럭이 서더니 타란다.

 

상추자도 가는 짧은 시간, 수협 직원이라는 30대 사내는 추자도의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태풍이 할퀴고 간 해안 풍경은 다소 어지러웠다.

 

 

 



■ 추자도 안내 지도

 

▲ 출처 : 제주시 추자 참굴비마을 홈페이지(http://chuja.invil.org/tra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