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추자도 (3) 상추자도 올레길 / 순효각-추자 처사각-추자도 등대(전망대)

모산재 2011. 9. 20. 19:21

 

봉굴레산 등성이로 한동안 이어지던 길은 다시 추자항 쪽으로 내려서며 올레길은 골목으로 들어서게 된다.

 

 

추자항과 하추자도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며 환하게 개지 못한 날씨가 자꾸만 아쉽게 느껴진다. 푸른 하늘 쪽빛 바다가 배경을 이룬다면 얼마나 눈부시겠는가... 

 

 

 

마을로 들어서기 직전 집 뒷뜰에 무덤이 있는 풍경이 '거시기하다'.

 

저 방 안에 밤늦도록 불켜 놓고 홀로 있으면 창 너머쪽에 자꾸 신경이 쓰일 것만 같다.

 

 

 

골목을 잠깐 가로질러 가다 보면 금방 '순효각(純孝閣)'이라는 비각이 나타난다. 

 

 

 

안에는 비석이 서 있는데, '학생박명래순효지비'라는 비명 양쪽으로 작은 글씨로 비의 유래와 관련된 한문 구절이 적혀 있다.

 

 

효성이 지극한 박명래라는 분이 있었단다. 

 

아버지가 병들어 꿩고기를 먹고 싶다 하여 슬피 우니 꿩이 나타나  드렸으며, 어머니가 병들어 죽어 가고 있을 때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마시게 하여 살렸다 한다.

 

이런 행실로 상을 받고 속수삼강록(續修三綱錄)에 기록되었다는 것이다. 

 

 

골목길을 따라 가던 올레길은 오른쪽 높은산 언덕으로 꺾어지며 추자 처사각이 있는 곳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마을 뒤 가파른 언덕에는 얼마 되지 않은 밭이 자리잡고 있다.

 

밭가에 피어 있는 글라디올러스가 예뻐서 발걸음 멈추고 잠시 들여다 본다.

 

 

 

원색의 지붕 너머로 바라보는 추자항의 모습은 아름답고 정겹다.

 

 

 

엉겅퀴를 기르는 밭에 작은멋쟁이나비가 날고 있어서 이 녀석과도 잠시 논다.

 

 

 

후텁지근흐린 날, 비탈길을 잠시 올랐을 뿐인데 땀이 흐른다. 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마실 물을 찾는다.

 

 

바로 뒤 높게 쌓은 축대 위에 추자 처사각이라는 조그만한 건물이 올려다 보인다.

 

 

조선 중기 입도 선조인 박인택의 은덕을 추모하기 위하여 건립한 사당이라는데, 박인택은 이곳에 유배되어 불교적 생활을 하며 주민들의 병을 치료해 주고 불교교리를 가르치며 살았다고 한다.

 

제주도 유형문화재 제9호로 지정되어 있다.

 

 

 

추자 처사각에서 내려다본 추자항 전경

 

 

 

처사각 왼쪽 골짜기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추자도의 가장 멋진 절경 중 하나인 '나바론'이라는 깎아지른 해안절벽으로 가는 길이다.

 

 

태풍 무이파가 얼마나 거세게 훑으며 지나간 것일까.

 

오솔길은 온통 생솔잎이 두껍게 쌓여 쿠션을 이루고 있다.

 

 

 

오솔길의 끝은 까마득한 해안절벽.

 

그러나 절벽 너머 바다에서 거센 바람에 밀려 올라오는 짙은 바다안개로 바다쪽의 풍경은 전혀 볼 수 없다.

 

절벽을 따라 나란히 오르는 길은 군데군데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상태, 짙은 안개가 숲과 부딪혀 생긴 물방울은 비가 되어 뚝뚝 떨어진다.

 

 

 

 

축축한 안개 비바람를 뚫고 태풍이 휩쓸고 간 험한 길을 오르다 결국 포기하기로 한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올라가서 무엇하리... 

 

 

 

방향을 바꾸어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그곳에는 상추자도 최고의 전망대인 추자도 등대가 있다.

 

그러나 추자도 등대도 짙은 안개로 덮이고 있다. 남서쪽 해안 절벽에서 쉼없이 밀려 넘어오는 안개... 

 

 

해발 125m 작은 산 정상에 서 있는 추자도 등대는 제주도와 부산, 목포 등 내륙을 오가는 배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 등대 전망대는 40여 개나 되는 추자도의 섬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보길도와 제주도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은 틀렸다. 전망대에 올라보나 하추자나 남서쪽 바다는 자욱한 안개...

 

그래도 추자항은 안개 사이로 스며든 햇살에 밝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추자초등학교와 그 뒷편 언덕 최영 장군 사당이 보이고 그 너머로 수령섬도 한층 가깝게 다가선다.

 

 

 

추자항에서 등대로 직선으로 오르는 470개의 나무계단(높이 450m) 산책로를 따라 하산한다. 

 

지면을 덮고 있는 풀, 병풀인가 했는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병풀일까... 잎과 열매 모양을 살펴보니 메꽃과로 보여 검색해 보니 제주도와 추자도에 자생하는 아욱메풀이라는 풀이다. 처음 만나는 풀...

 

 

 

상추자도의 무덤은 대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거센 바닷바람으로 거칠게 자라는 풀 때문인지 무덤 봉분을 저렇게 견고한 박스 형태로 만들었다. 심지어 상석조차도 넓적하게 콘크리트로...

 

 

 

아직 오후 한 나절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 

안개 때문에 숙소로 들어갈 수도 없는 일이라 추자대교를 건너 하추자도를 가 볼 수 있는 데까지 걸어보기로 한다.

 

 

 

안개가 심하게 올라오는 남서쪽 해안을 제외하면 햇살조차 비칠 정도로 날씨가 개어 있다. 오늘은 몰라도 내일은 화창해 지기를 바라며 시야가 환히 트이는 추자대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추자도 안내 지도(주황선은 나바론 절벽)


<추자도 참굴비마을> 홈페이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