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탐라의 만리장성, 온평-신산 환해장성을 따라 걷는 길

모산재 2010. 4. 1. 15:03

 

다랑쉬오름을 돌아본 우리는 점심 식사를 위해 온평포구를 향한다. 작년 여름 찾은 제주도 올레길에서 인연을 맺은 이선생님 커플은 온평포구가 특별한 추억의 장소인 듯하다.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을 언제나 온평포구로 초대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는데, 포구의 끝에 자리잡은 해녀식당이자 민박집인 '소라의 성'은 두 분의 성지인 듯 보인다.

 

그다지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었던 온평포구는 지금은 제주 올레 2코스가 끝나는 지점이자  3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올레꾼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 되었다. 우리가 막 식당으로 도착하고 나니 해안길을 따라 들어서는 사람들이 몇몇 보인다. 홀로 걷는 여성 올레꾼들이 많다.

 

2월에 왔을 때처럼 몇몇은 물회를 시켜 먹고 대개는 전복죽을 먹는다.

 

 

 

아마도 제주도 최고의 미녀가 아닐까 싶은 세 해녀상이 이 온평포구에 있다.

 

물개인지 돌고래인지 한 마리가 곁에 섰다. 제주도의 해녀상을 대개 보았지만 요렇게 아담하고 이쁜 해녀상은 없지 싶다. 제주도의 젊은 해녀가 60대라는데, 이렇게 애띤 해녀상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넓은 갯바위에 푸른 수평선, 배경도 멋지지 않은가.

 

 

 

 

 

 

온평포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표선 방향으로 걷는 길은 즐겁다. 시커먼 화산암 갯바위에 푸른 물결이 부서지는 풍경은 시원스럽고 푸른 바다 너머 저 멀리 우뚝 솟은 성산 일출봉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눈은 행복하다.

 

 

 

 

도로변 따스한 볕살을 받은 등대풀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지만, 바람부는 갯바위 여기저기 자라난 암대극은 아직 꽃이 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등대풀

 

 

 

 

 

▼ 암대극

 

 

 

 

 

 

온평리 해안을 얼마간 걸어가다 보니 해안도로변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는 돌담이 성처럼 둘렀다. 그리고 누가 올렸는지 모를 돌탑들이 죽순처럼 촘촘히 솟았다. 나중에야 이것이 '탐라의 만리장성'이라고도 불렸다는 '환해장성(環海長城)'임을 알게 된다. 18세기 때 왜구의 방어를 위해서 돌을 쌓아서 성을 이루었으나, 무너진 곳에 관광객들이 하나 둘 석탑을 쌓아올린 것이라고 한다.

 

환해장성은 한잣말 그대로 제주도 해안선 300여 리를 따라 돌아가며 쌓은 석성이다. 1270년(원종 11) 몽고와의 굴욕적인 강화에 반대하는 삼별초군이 진도에 들어가 용장성을 쌓아 항거하다 함락되자, 이들이 탐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정에서 영암부사 김수와 고여림 장군을 보내어 성을 쌓게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2~3개월 후 삼별초 군사들이 제주도를 점령하는데, 거꾸로 환해장성은 여몽 연합군을 방어하기 위한 성으로 활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별초군들이 패퇴한 뒤에도 환해장성은 계속 수리, 증축되어 외적의 침입을 막는 기능을 하였으며, 군사적인 목적 외에도 해풍으로 인한 농작물의 염분 피해를 줄이는 역할도 했다.

 

제주 지역 전역에 분포하는데, 고려 시대 말까지 보수 정비를 하면서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였으며 현재 형태가 양호하게 남아 있는 곳 10개소(온평, 신산, 곤흘, 별도, 삼양, 북촌, 동복, 행원, 한동, 애월)를 제주도기념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 갯무꽃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한쪽은 바다이지만 한쪽은 산자락인 경우가 많다. 산자락 군데군데 숲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서면 숲 가운데 크고작은 밭들이 많다. 그 밭들의 상당수는 무밭이다.

 

 

 

 

▼ 무밭에서 만난 들개미자리 꽃

 

 

 

▼ 용암이 흘러내려 다양한 모습의 갯바위를 이루었다.

 

 

 

 

▼ 점성이 높아진 용암이 바다를 만나서 이렇게 굳어진 것일까. 발밑의 용암은 꼭 달걀 스크램블 같다.

 

 

 

▼ 갯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까만 열매를 단 다정큼나무

 

 

 

 

온평의 환해장성은 성보다는 그 위에 쌓은 돌탑이 더 눈에 들어오더니, 신산쪽 해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제법 성의 위세가 당당해지기 시작한다. 신산 환해장성이라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삼별초 패퇴 이후에도 조선시대에 왜구의 침입이 잦아, 이를 막기 위하여 환해장성을 계속해서 쌓았다고 한다. 그 동안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성곽 등이 많이 훼손되었으나 최근 원형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는 부분을 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수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배풍등이 지난해의 붉은 열매를 단 채 줄기에서 새 잎을 내밀고 있다.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라고 하지만, 줄기가 말라 죽지 않고 새싹을 내는 것을 보면 적어도 제주도의 배풍등은 관목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 갯가에 모인 갈매기떼

 

 

 

 

 

여기가 아마도 신산포구이지 싶다. 신산환해장성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부터도 한참 걸어간 곳에 나타난 어항. 신산리가 어떤 동네인가 찾아보니 ‘그등애’라는 마을인데 차자 표기인 말등촌(末等村)으로 불려 왔다고 한다. 육지말로 하면 '끝등마을'쯤 되는가 보다. 

 

 

 

▼ 갯가에는 자생하는 백년초를 더러 만날 수 있다.

 

 

 

 

무밭의 무들이 저렇게 버려져 있어. 시장에서 파는 무값이 그리 헐하지 않은데 판로를 잃어버린 것인지... 가슴을 치고 있을 농심이 느껴진다.

 

 

 

 

쉬엄쉬엄 걷다가 중간에서 차를 타고서 표선으로 이동한다. 표선에 도착하니 벌써 해가 지고 있다. 하룻밤 묵기로 하고 숙소를 잡으니 피곤에 지친 일행들 모두 자리에 드러눕는다

 

황혼이 지는 넓디넓은 표선 백사장을 거닐다가 들어오니 저녁 먹을 시간. 표선의 먹을거리는 돼지고기인지 길거리 식당들은 대개 돼지고기집이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인데 손님들이 넘쳐 나는데, 과연 제주도 돼지고기 맛은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