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장롱나무, 멀구슬나무 이야기

 

멀구슬나무는 남해안과 제주도에 흔하게 자생하는 나무이지만, 중부 이북에서는 볼 수 없는 난대 수종이다. 멀구슬나무과에 속하는데, 멀구슬나무과는 참죽나무와 함께 우리 나라에 2속 2종만 존재한다.

 

'멀구슬'이란 이름은 열매로 염주로 만들어 목에 걸어 '목구슬나무'로 부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멀'이 '똥'을 뜻하는 옛말인데 '똥' 구슬이란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제주도의 오동이라고 할까. 워낙 잘 자라고 나무 무늬가 아름다워, 제주도에서는 집집마다 이 나무를 심어 두었다가 딸이 시집 갈 때 베어 장롱을 만들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한다.

 

 

 

 

 

완도수목원

 

 

 

 

 

 

 

 

5월쯤 연한 자주색의 꽃봉오리가 가지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고 5갈래(간혹 6갈래)의 꽃잎을 연다. 활짝 핀 꽃잎의 안쪽은 흰색에 가까우며, 자줏빛이 도는 수술은 10개가 노란 꽃밥을 내밀고 합쳐져 대롱처럼 되어 있으며 그 속에 한 개의 암술이 있다.

 

 

꽃 피는 시기를 맞추지 못해 이 땅에서는 멀구슬나무 꽃을 보지 못하다가, 태국 아유타야 사원 유적지에서 처음으로 꽃을 구경한다.

 

 

↓ 태국 아유타야에서 본 멀구슬나무(Melia azedarach)

 

 

 

 

 

 

열매는 핵과로 9월에 노란색으로 익는다. 대추 모양으로 조랑조랑 달리는 열매는 달콤하여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식용으로 쓰는 것 같지는 않다. 나프탈렌 대용으로 옷장에 넣기도 하고, 종자에서 짠 기름은 불을 밝힌다.

 

가을에 줄기 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고련피, 열매를 말린 것을 고련자, 뿌리를 말린 것을 고련근이라 하는데 해열제와 구충제로 쓰인다. 겨울에 동상에 걸렸을 때 열매를 달인 물로 찜질을 하거나 열매를 가루로 만들어 동백기름에 개어 바르면 좋다고 한다.

 

 

 

순천. 열매가 달아서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먹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멀구슬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인도멀구슬나무(Melia Azadirachta)라는 나무가 있다. '님나무(Neem)'라고도 하는 이 나무를 인도 사람들은 '마을 약국'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인도 사람들은 열이 나고 아프거나 병의 감염을 막을 때 만병통치약처럼 멀구슬나무에 의존해왔으며, 힌두교인들은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피를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멀구슬나무 잎을 몇 장씩 먹는다고 한다. 멀구슬나무 가지로 이를 닦기도 하고, 잎의 즙을 피부병이 있는 부위에 바르기도 하고, 차를 강장제로 마시기도 한단다.

 

 

 

 

인도멀구슬나무, 님나무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Azadirachta_indica)

 

 

 

 

인도멀구슬나무에서 뽑아낸 기름에서는 살란닌이라는 성분이 있어 130여 종의 곤충에 혐오감을 주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미국에서는 방충제로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멀구슬나무도 주변에 모기가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회충 등 기생충을 죽이는 구충제와 벌레를 죽이는 살충제로 이용되어 왔다.

 

 

 

 

 

● 멀구슬나무 Melia azedarach var. japonica | Chinaberry-tree   ↘  쥐손이풀목 멀구슬나무과 멀구슬나무속 교목

높이 15m. 나무껍질은 암갈색으로 잘게 갈라지며, 가지 굵고 사방으로 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홀수 2 ~ 3회 깃모양겹잎이고 길이는 80cm이며 소엽은 달걀형 또는 타원형이며 예두이고 거치상의 결각상이며 길이는 2 ~ 5cm이다. 뒷면에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며 잎자루는 길고 아랫부분이 굵다.

꽃은 5월 말에 피고 연한 보라색이며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 5개이다. 수술은 10개이며 합쳐져서 통상으로 되고, 원뿔모양꽃차례는 새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핵과로 구형이고 지름이 1.5cm로 노란색으로 9월 중순 ~ 10월에 성숙하고 점차 쭈글쭈글해지고 이듬해 봄까지 그대로 붙어있다. 열매에는 margosin 과 타닌산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