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슬로시티 증도의 태평염전, 염생식물원

모산재 2011. 8. 19. 00:05

 

가학산 휴양림에서 하룻밤을 자고 간 곳은 증도, 

늘 벼르면서도 기회를 갖지 못했던 섬을 불쑥(이게 우리 여행의 특징이지만...) 찾게 된 것이다.

 

 

2007년 12월 1일 세계 슬로시티 연맹이 아시아 최초로 지정한 슬로시티. 속도에서 해방되어 존재들의 숨결을 온전히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추구해야 할 자연의 섬 증도가 교량으로 연결된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가 여섯 사내와 한 차를 타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최단 시간에 섬을 한 바퀴 휘돌아보고 그냥 빠져 나왔으니 참으로 웃지 못할 일이 되었다.

 

무안과 지도읍을 지나 큰 다리로 사옥도를 건너고 다시 사옥도에서 큰 다리로 증도로 건너게 된다.

 

 

사옥도가 증도인 줄 알고 내려서 본 염전.

 

바닥에 깐 타일 위에 바닷물이 증발함에 따라 소금이 쌓이고 있다.

 

 

 

 

 


또 하나의 다리를  만나고서야 그게 진짜 증도대교임을 알게 된다. (사진은 증도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작년(2010년 3월)에 완공되었다는 다리 건너 증도에 들어서면 슬로시티 입장료를 2천 원씩 낸다. 그러면 쓰레기봉투를 주는데, 섬에서 나갈 때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가져오면 천 원을 돌려준다. 

 

 

 

 

예전에는 하루에 90여 차례 왕복하는 여객선을 통해 섬으로 들어왔다고 하는데 순식간에 교량을 통과하니 뭔지 뻥 뚫린 듯 허전하고 아쉽다.

 


 

증도대교에서 왼쪽길로 접어드니 금방 태평염전 입구에 이른다.

 

태평염전 입구 왼쪽에는 인공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높은 언덕이 있고 거기에 '소금밭전망대'가 있다.

 

원래 증도는 전증도와 후증도로 되어 있었는데, 1953년 한국전쟁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물이 빠지면 징검다리로 건너다니던 갯벌에 둑을 쌓으면서 우리 나라 최대의 태평염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한다.

 

 

염전의 넓이는 460만㎡(140만평). 우리나라 천일염의 6%인 1만 6천 톤 가량의 천일염을 생산한다고 한다.

 


 

입구에는 민물늪이 있어 마름 등 수생식물들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

 

  

 

직선으로 벋은 방죽을 따라 소금창고들이 늘어선 모습,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사데풀이 따가운 햇볕을 닮은 샛노란 꽃을 피워 올리고,

귀화종인 전동싸리는 노란 꽃이삭 덤불이 산발인 양 짠 바람에 출렁인다. 

 

 

 

 

바닷물이 흘러드는 한낮의 개펄밭에는 짱뚱어들이 기어다니고 있다.

 

 

 

 

갯벌을 따라 염생식물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데크를 따라 이동하며 개펄의 생명체들을 관찰한다. 특이하게도 갯가식물이 아닌 띠풀(삐삐 또는 삘기풀이라 부르던...)이 갯벌을 푸르게 덮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칠면초, 해홍나물, 나문재, 방석나물 등 갯벌에 흔히 볼 수 있는 염생식물들이 드넓게 자라고 있는데...

 

 

 

그렇게 만나고 싶던 퉁퉁마디를 이곳에서 처음으로 안면을 턴다.

 

예전에 그렇게 흔했다던 퉁퉁마디, 그렇게도 찾아다녔던 갯벌에서 6년간 단 한 차례도 만나지 못한 한풀이를 한다. 참 보잘 것 없이 생긴 식물이건만...

 

 

 

그리고 염전 돌아보기...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태양열과 해풍으로 수분을 증발시키는데, 난치(제1증발지)와 누테(제2증발지)를 거치면서 염도가 높아진 물을 결정지로 보내면 소금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무려 20~25일이나 걸린다고 한다. 결정지 바닥에 눈처럼 덮인 소금을 거둬들인 다음 창고에서 1년 이상 간수를 뺀 뒤 비로소 출하한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의 힘과 속도로 천일염을 만들어내는 태평염전이야말로 슬로시티 증도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소금이 느리게 만들어지듯이 증도의 모든 생명들도 느리다. 개펄의 짱뚱어,농게도 좀처럼 움직일 줄 모르고, 사람들의 일상도 소금이 만들어지는 속도에 맞춰져 있다.

 


그 느림의 삶을 찾으려 증도를 찾는 것인데, 우리는 자동차로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후다닥 돌아보고 있다.

 


작열하는 땡볕과 하얀 소금밭의 느낌을 표현하려고 같은 구도로 한번 더 찍어 보았다.

 

 

 


소금창고들이 이어지는 속에서 소금을 만드는 이들이 머무는 공간을 발견한다.

 

더러는 한낮의 뜨거운 볕을 피해 그늘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는데...(그 중에는 외국인 인부들도 보인다.)

아마도 하얀 소금산이 솟아오르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울과 장화

 

 

소금밭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소금보다 더 하얀 장화들이 인상적이다.

 

 

 

 

 

새하얀 소금 장화의 노동으로 지친 염부들의 꿈 속에 소복소복 함박눈 쌓이듯 소금산은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