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덕유산의 연리지, 물푸레나무와 복장나무

모산재 2011. 7. 1. 00:20

 

덕유산 백련사 지나 오수자골로 접어들 무렵, 계곡의 등산로에는 물푸레나무와 복장나무의 연리지를 만날 수 있다.

 


복장나무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는 크고 작은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져 있는데, 가만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복장나무 치고는 나무가 너무 거대하고 세로로 갈라진 검은 줄기가 복장나무로 보기에는 너무 낯설지 않은가.

 

굵은 줄기의 수피는 검고 거친 것이 분명 물푸레나무(또는 정소엽과 다른 잎의 모양이 비슷해 보이는 걸로 봐서 들메나무일 수 있다.)의 모습인데, 작은 줄기의 수피는 매끈하고 흰빛이 도는 게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매끈한 작은 줄기를 따라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잎을 확인해보니 바로 세 갈래의 작은 잎을 단 복장나무 아닌가.

 

그러니까 이 나무는 물푸레나무와 복장나무가 한 곳에서 자라나 줄기가 합쳐진 연리지(連理枝)인 것이다.

 


연리지(枝)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가리키는데 매우 드물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화목한 부부나 남녀의 사이를 비유하여 나타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청도 운문면과 괴산 청천면 그리고 부여 부소산의 소나무 연리지, 외연도의 동백나무 연리지가 유명하다. 

 


 

 

 

 


매끈한 작은 줄기에는 세 갈래의 작은 잎을 달고 있어 복장나무임을 알 수 있고,

 


 

 


거친 수피의 큰키나무에는 7개 정도의 깃꼴겹잎의 잎이 달린 것으로 물푸레나무(또는 들메나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연리지와 관련하여 <후한서>에는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에 대한 이야기가 전한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이 들자 삼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어머니를 간호하고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폈으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 앞에 두 그루 나무의 싹이 자라나서 가지가 서로 붙어 마침내 한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리지는 부부나 연인이 한 몸처럼 깊이 사랑하고 화목함을 상징한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노래한 서사적인 장시 <장한가(長恨歌)>를 남기고 있는데, 이 시는 바로 '연리지'와 '비익조'의 비유로 끝맺음하고 있다.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비익조(比翼鳥)는 암수가 각각 눈 하나에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지어야만 날 수 있는 상상의 새, 따라서 연리지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