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팥배나무, 산앵도나무, 금마타리, 자란초, 소태나무, 할미밀망, 함박꽃나무, 국수나무

모산재 2011. 6. 14. 23:36

 

 

암릉을 따라 걷다보니 키작은 산앵도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 부근 바위 위에 올라서저 하얀 꽃들이 시야에 펼쳐진다. 덜꿩나무 꽃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서보니 팥배나무 꽃이다.

 

800m 넘는 높은 산에서 덜꿩나무라니... 개화시기를 가늠하지 못해 팥배나무가 피어 있으리라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앵도나무를 만난다.

 

 

산앵도나무라고 하니, 동글동글 빨간 열매가 달리는 앵두나무를 떠올리기 십상인데, 이 나무는 그 앵두와는 혈통이 전혀 다른 진달래과 나무이다. 진달래과 나무이지만 들쭉나무나 블루베리처럼 종 모양의 앙증스런 꽃이 피고 과육이 있는 작은 열매도 달린다. (앵두와 닮은 이스라지를 산앵도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대했던 대로 작은 꽃들이 대롱대롱 달려 있지 않느냐.

 

 

 

 

산앵도나무 곁에는 금마타리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산앵도나무 꽃을 만나고 정상부에서 내려오는 길, 작은 나비 한 마리를 만난다.

 

어디서 본 듯한데 누구일까,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묏팔랑나비를 떠올린다. 퇴색하긴 했지만 철을 넘긴 나비 날개 무늬가 묏팔랑나비 수컷의 흔적이 보인다.

 

이른봄에 한 차례만 발생하는 묏팔랑나비는 이제 생의 마지막 숨을 고르는 듯 퇴색한 날개를 따스한 오후의 햇살에 맡기고 있다.

 

 

 

혹시나 자란초가 피었을까 싶어 자생지를 찾는다.

 

그런데, 꽃대엔 작은 꽃망울만 보일 뿐 피지 않았다. 활짝 피려면 적어도 한 주일은 더 기다려야 할 듯...

 

  

 

 

왕자팔랑나비 한 마리가 물푸레나무 잎사귀에 앉아 오후의 늦은 햇살을 쬐고 있다.  

 

 

 

높은 능선지대라 애기나리 꽃이 여전히 피고 있는 중이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에 고광나무 꽃을 만난다.

 

볕이 좋은 곳에서는 이미 꽃이 지거나 시들고 있는 중이다.

 

 

 

서쪽 산봉우리가 드리우는 그늘에서 꽃을 피운 소태나무를 발견한다. 

 

소태나무는 암수딴그루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나무의 꽃은 네 갈래로 갈라진 암술과 꽃밥이 있는 수술이 다 보이니 어찌된 영문일까... 

 

 

 

 

임도 위 산허리에 피어 있는 고추나무 꽃을 멀리서 담아 보았다.

 

 

 

길가에 있는 말발도리나무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 물참대는 꽃이 피었는데, 같은 시기에 피어야 할 말발도리는 어째서 꽃 소식이 없을까.

 

 

할미밀망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비슷한 사위질빵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데 꽃이 훨씬 크고 탐스럽다.

 

 

 

 

숲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함박꽃나무가 임도 위에서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시선을 끌었다.

 

눈부셔라, 하얀 꽃.

 

 

 

 

국수나무도 계절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강렬한 향기에 놀라 고개를 들어보면 어김없이 쪽동백나무.

 

 

 

 

큰꽃으아리는 한 송이만 달랑 피어 산객을 머쓱하게 만든다.

 

황혼에 물들어 하얀 꽃에 노을빛이 어렸다.

 

 

 

산딸기도 소박한 흰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등산로 입구로 내려서며 아무도 눈여겨 봐 주지 않는 싸리냉이와 눈맞춤해 주었다.

 

 

 

그리고 등산로를 벗어나는 수인사 입구에서 저녁빛에 곱게 잠긴 붓꽃의 표정도 담아 보았다.

 

 

 

5월의 마지막 일요일,

 

이미 꽃이 져 버린 당개지치, 아직 피지 않은 자란초를 빼고서는 만나고 싶었던 꽃들을 다 만났으니 즐거운 하루라 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