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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일기

덕유산 향적봉과 중봉 / 덩굴개별꽃, 꽃쥐손이, 왕쌀새, 금강애기나리, 자주솜대, 주목

by 모산재 2011. 6. 23.

 

몇 해만에 덕유산을 찾는다.

 

몇 년 전 처음으로 덕유산을 찾은 날은 하필이면 비가 거세게 내리는 바람에 백련사까지만 겨우 다녀올 수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 채...

 

5월 중하순쯤에 찾고 싶었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미루다가 현충일 연휴를 맞아 무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말 화창한 날씨.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오르기로 한다.

 

 

리조트 입구에 만난 새. 걷는 길 앞에서 깡총거리다가 포르르 짧은 비행을 하고 또 깡총거린다. 마치 내 길잡이 노릇을 하는 듯... 참 발랄한 녀석이다.

 

잿빛 깃털과 파란 꽁지, 검은 머리와 하얀 목. 몇 년 전 예봉산 발치에서 본 적이 있는 녀석인데 이름을 모르고 지내온 녀석인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물까치란 녀석이다.

   

 

 

리조트 풍경. 앞에 보이는 버스는 구천동과 리조트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다.

 

 

 

곤돌라는 9시 반부터 운행한다.

 

스키철이 아닌데도 곤돌라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등산객이라기보다는 소풍객이라 할 사람들이 더 많다. 노인과 아이들도 함께 가족여행을 온 사람들이 많다.

 

 

덕유산의 최고봉 향적봉은 해발 1600m를 넘는 높은 산이지만 바로 턱밑인 설천봉까지 곤둘라가 오르고 있으니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 좋은 산의 최고봉 턱 밑까지 깎아내어 스키장 슬로프를 만들고 등산객 아닌 관광객까지 몰려들게 하며 원시의 경관을 크게 훼손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곤돌라 아래 숲에는 함박꽃나무, 피나무, 층층나무 등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설천봉 꼭대기 곤돌라 하차장에서  내려다본 무주리조트 풍경

 

 

 

곤돌라 승강장 주변 고사목.

 

 

 

 

향적봉을 오르다 가장 먼저 만난 꽃은 덩굴개별꽃이다.

 

 

 

 

꽃이 지고 열매를 단 나도바람꽃도 만난다.

 

 

 

때늦은 꽃을 피우고 있는 광대수염

 

 

 

바늘사초인지, 개바늘사초인지, 그도 아니면 애기바늘사초인지...

 

 

 

향적봉 오르는 길, 바위에 올라서 내려다본 설천봉과 곤돌라 승차장

 

 

 

 

덩굴개별꽃은 지천으로 피었고, 꽃쥐손이는 이제 개화가 시작되었다.

 

 

 

 

이 사초의 이름은 무엇일까.

 

 

 

20여 분 정도 걷다 보니 금방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에 닿는다.   

 

남한에서 네번째로 높다는 향적봉을 이렇게 쉽게 오르다니, 참 허전하다. 정상에는 곤돌라를 타고 오른 사람들로 시장바닥처럼 북적인다.

 

100mm렌즈를 장착한지라 정상의 풍경이 담기지 않고 사람들 모습만 담긴다. 

 

 

 

 

향적봉의 높이는 1,614m. 소백산맥이 지리산을 향해 달리는 백두대간에서 살짝 벗어난 무주 땅에 솟아 있는 봉우리다.

 

'향적봉(香積峰)'이라는 이름은 이곳에 7천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인 주목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주목은 향이 좋고 수피와 심재가 붉기 때문에 ‘향적목(香積木)’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에서 향적봉이란 이름이 비롯된 것이라 한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설천봉 풍경

 

 

 

그리고 남쪽으로 손에 잡힐 듯 지척의 거리에 중봉(1594m)이 솟아 있다. 중봉은 향적봉과 함께 백두대간에서 북쪽으로 조금 비켜서 솟아 있어 전북 무주군에 속해 있다. 

 

 

 

중봉을 거쳐 오수자골, 백련사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하산하기로 한다.

 

길가에는 왕쌀새가 아주 흔하게 보인다. 대개 꽃밥을 떨구고 열매가 달린 모습이다.

 

 

 

 

그리고 금강애기나리를 만난다.

 

애기나리와 비슷하지만 연두색 꽃잎에 자주색 점무늬가 촘촘하게 박혀 있는 점이 다르다. 진부령에서 발견되어 진부애기나리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꽃이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향하는 능선의 풀밭은 꽃쥐손이들의 천국이다.

 

 

 

원줄기는 앙상한 고사목이 된 주목, 줄기 아랫부분에서 자라난 줄기에서 푸른 잎을 자랑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에서 천 년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100mm로는 풍경을 담을 수 없어 줌렌즈로 다시 갈아끼고 향적봉을 배경으로 주목과 천 년의 하늘을  함께 담아 본다.

 

 

 

 

 

혹시나 아직도 나도제비난(오리난초) 꽃을 볼 수 있을까 하여 숲속으로 들어갔다 나도제비난은 만나지 못하고 씨방을 달고 있는 모데미풀만 만난다.

 

 

 

 

그리고 자주솜대도 만난다.

 

자주솜대는 처음에는 녹색의 꽃으로 피지만 점차로 자주색으로 변한다. 한국 특산종으로 이곳 외에도 지리산과 광릉, 북한의 고산지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풀솜대는 털이 많은데, 자주솜대는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주변에는 하얀 꽃이 피는 풀솜대가 흔한데, 자주솜대는 한정된 지대에만 보인다. 

 

 

 

꽃쥐손이에게 한번 더 눈길 주고...

 

 

 

10분 거리에 있는 중봉에 올라 돌아서서 향적봉 전경을 담아본다.

 

백두대간은 소백산과 민주지산을 지나 덕유산으로 이어지며 지리산을 향해 거대한 등둘기를 이룬다. 이를 소백산맥이라 하고, 소백산맥을 경계로 충청도와 전라도 경상도가 나눠진다. 

 

 

 

중봉을 넘어 오수자골로 접어드는 등산로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