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눈개승마, 큰꼭두서니, 큰앵초, 꿩의다리아재비, 무늬족도리풀, 선밀나물

모산재 2011. 6. 14. 23:10

 

오월 초와는 달리 짙은 그늘을 이룬 숲은 어둡기까지 하다. 모르는 사이 여름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느낀다. 

 

별다르게 눈길을 끄는 풀꽃나무를 만나기 힘들어 큰앵초가 있음 직한 산비탈로 오른다. 예전에 감자난초가 흔했던 골짜기에서 지금쯤 꽃이 피어 있어야 할 감자난초가 잘 보이지 않는다.  

 

 


눈개승마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울릉도 사람들이 삼나물이라 하여 밭에서 기르기도 하는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 주변에는 잎이 좀더 큰 눈빛승마도 보이는데 꽃이 피려면 많이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눈빛승마와 사람들은 헷갈려 하는데, 이 둘은 이름과 모습이 비슷하긴 하지만 족보가 아주 다르다. 눈빛승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니까...

 

 

 

 

선갈퀴처럼 곧게 선 꼭두서니를 만난다. 잎 모양과 돌려난 네 잎을 보면 꼭두서니로 보이는데, 꼿꼿이 서서 줄기 끝에 꽃망울을 단 모습은 너무도 낯설다. 덩굴로 자라는 꼭두서니와는 다른 모습 아니냐.

 

 


곧추 서는 꼭두서니에는 너도꼭두서니와 민꼭두서니, 그리고 큰꼭두서니가 있다. 잎자루가 5mm 이하로 짧거나 없다는 너도꼭두서니는 아닌 듯하고...

 

혹시 민꼭두서니일까...? "높이 30~60cm. 줄기는 곧추 서고 가시가 없다." "꽃은 5~6월에 백색으로 피고 윗부분의 잎짬과 끝에 원추화서로 달리며" 등의 기재문과 부합하는 듯한데, "잎은 어긋나고 좌우가 같지 않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나 갈라진다."고 하는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큰꼭두서니. 높이 30~60cm에 곧게 서거나 옆으로 비스듬히 넘어지며 가시나 털이 없으며 꽃이 5~6월에 백색으로 피는 것 등은 민꼭두서니와 비슷하다. 큰꼭두서니의 잎맥이 5~7맥인데 다소 빈약하지만 5맥이 보이는 걸로 볼 수 있지 않을가. 


 

 

 


골짜기의 높은 곳에서는 아직도 벌깨덩굴이 피고 있다.

 

 

 


미치광이풀은 꽃받침 속에서 작은 열매가 성숙하고 있다.

 

가지과 식구 중에선 어물전 꼴두기와 다를 바 없이 아주 볼품없는 열매다. 

 

 

 


점박이천남성이 곳곳에서 불염포를 올리고 있어 담아 본다.

 

 


 

아, 그리고 혹시나 하고 오른 언덕에서 큰앵초를 만난다.

  

  

 

 

누군가의 손을 탔는지 이전에 군락을 이루던 곳에서 재작년부터는 만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그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화사하게 핀 꽃을 만나니 이 아니 기쁠소냐! 

 

어쨌든 천마산 큰앵초가 무사히 종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서 적이 마음이 놓인다. 큰앵초의 영명이 압록강앵초(Yalu River Primrose)인데,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다. 

 


 

 


어여쁜 큰앵초와 노느라 시간을 보내다 얼핏 눈에 띄는 꽃, 한번도 꽃을 만나지 못해 아쉬워했던 꽃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꿩의다리아재비! 삼지구엽초나 깽깽이풀, 그리고 한계령풀 등과 함께 이 땅에 자생하는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대부분 꽃이 져 버렸는데 오직 한 포기에서만 제법 싱싱한 꽃이 남아 있다.

 

 

 

 

 


바위 절벽에는 때늦은 매화말발도리가 피어 있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무늬족도리풀이 보인다.

 

잎은 개족도리풀과 비슷하지만 꽃을 보면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돌아서다 선밀나물 수꽃이 피어 있어 눈맞춤해 주었다.

 

암꽃도 함께 찍어 주고 싶어 암그루를 찾아보는데, 하나도 안 보인다.

 

 

 

 


이젠, 산앵도나무를 만나볼 차례이다.

 


산앵도나무는 산의 높은 바위능선지대에 자생하니 정상 주변으로 올라가야 한다. 네번째 방문하는 천마산,  처음으로 임꺽정 바위를 지나 계단을 낑낑대며 오른다. 이 계단을 오르며 힘들어 하다니... 나도 많이 상했다.

 

 

 


전망대에서 멀리 서쪽으로 보이는 오남저수지. 100mm로 풍경을 담으려니 이 모양이다.

 

 

 


상큼한 꽃들을 피운 철쭉 군락이 나타난다.

 

 

 

노랑제비꽃은 다 지고 열매를 달았는데, 간간히 한두 송이 꽃을 단 녀석들도 보인다.

 

 

 


드디어 정상이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