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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일기

덕유산 중봉 - 오수자골 / 은난초, 감자난초, 개선갈퀴, 박새, 죽대, 퉁둥굴레, 왕괴불나무

by 모산재 2011. 6. 24.

 

덕유평전이라 하던가. 중봉(1594m) 너머로 남덕유산으로 내려서는 너른 능선길이 꿈길처럼 펼쳐진다. 연분홍빛 철쭉과 진달래꽃이 아직도 피어 있어 풍경은 더욱 환상적으로 보인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저 길을 따라 남덕유산까지 종주를 했으면 좋으련만...

 

 

중봉에서 고도가 갑자기 낮아지며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은 백암봉으로 이어지는데, 이 백암봉에서 백두대간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종주 등산로는 무룡산(1492m)과 삿갓봉(1410m) 등을 지나 남덕유산(1507m)과 장수덕유산(1510m)에 이르는 16km의 긴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남부지방의 한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영남과 호남을 나누고 있는 덕유산은 북쪽에는 무주 구천동 계곡, 서쪽으로 장수의 칠연계곡과 토옥동계곡, 동쪽으로는 거창의 월성계곡 등 아름다운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남덕유산 방향의 멋진 능선길을 등지려 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언제 한번 찾으리라 생각하며 오수자골로 내려선다.

 

능선길에 피어 있는 진달래꽃과 철쭉꽃을 담아본다. 고산 능선이라 꽃송이가 앙증스러울 정도로 작고 빛깔은 맑고 곱다. 

 

 

 

 

 

 

꽃이 지고 난 숙은처녀치마들이 보인다.

 

 

 

 

 

 

오수자골로 내려서는 능선길은 다소 지루할 정도로 산죽밭 속으로만 줄곧 이어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야생화를 만나기가 어렵다. 향적봉에서 그냥 백련사로 가는 가파른 길을 선택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둥굴레로 보이는 녀석들이 흔하게 보이는데,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들어 들쳐보니 둥굴레가 아니다. 긴 꽃자루가 잎에 기대어 꽃망울을 달고 있는 모습, 그리고 붉은 잎자루가 바로 죽대의 특징이다.

 

 

 

 

 

고본인지 개회향인지... 잎이 코스모스처럼 갈라진 어린 풀이 가끔씩 보이기도 한다.

 

 

 

 

 

 

별 특징이 없는 밋밋한 능선길을 내려서자 오수자골이란 이름의 유래가 되는 오수자굴에 도착한다.

 

 

 

 

 

 

굴 앞에는 오수자굴의 유래를 기록한 안내판이 서 있다. 16세기 갈천 임훈선생의 '향적봉기'에는 계조굴로 기록되어 있는데, 오수자라는 스님이 이곳에서 득도했다는 전설이 있어 오수자굴로 불린다고 하는...

 

 

 

오수자골 주변에서 비로소 꽃을 피운 나무를 만난다.

 

바로 물참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서자 울창한 숲속은 빛이 스며들지 못해 많이 어두워진다.

 

산죽밭 속에 숨어서 꽃을 피운 은난초를 발견한다. 

 

 

 

 

 

금난초는 없나 하고 두리번거려 보는데, 은난초도 이게 끝이지 뭔가...

 

 

물이 흐르는 계곡길을 내려서다가 왜갓냉이도 만난다. 꽃이 져 버린 모습인데, 길쭉한 씨방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또 산죽밭에서 만나는 감자난초.

 

 

 

 

 

 

잎사귀에 꽃을 감추고 피우는 죽대. 꽃이 궁금하여 들쳐보니 아직 꽃봉오리만 보일 뿐, 활짝 핀 꽃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새도 아직 꽃망울만 보이는데, 꽃잎을 연 녀석이 있어 담아본다. 

 

 

 

 

 

빛이 스며드는 곳에 참회나무 꽃이 역광으로 보여 담아 본다.

 

 

 

 

 

 

긴 꽃자루 끝에 포엽에 싸인 녹색의 작은 꽃들을 대롱대롱 드리우고 있는 녀석은 퉁둥굴레다.

 

커다란 잎이 드리우는 그늘 때문에 꽃을 담기가 쉽지 않은 녀석이다.

 

 

 

 

 

 

희미하게 새어드는 햇빛을 받아 핀, 때늦은 졸방제비꽃

 

 

 

 

 

왕괴불나무는 열매가 달려 있는 모습

 

 

 

 

 

 

숲그늘 속에서 여섯 장의 잎이 돌려난 개선갈퀴가 좁쌀만 한 작은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이미 점심 때를 훌쩍 넘긴 시간, 골짜기에 앉아서 참외와 토마토, 그리고 리조트에서 사온 호도과자로 요기를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은 탓인지 골짜기에는 하루살이와 여러 곤충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계곡 물에 잠긴 돌과 바위에도 미끄러운 물때가 입혀져 있다.

 

 

 

작은 곤충 한 마리가 바로 앞에 날아 들어 몽타주... 넌 누구냐.

 

 

 

 

 

골짜기에는 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나무들에 이름표를 붙여 놓았는데, 난티나무에다 난티잎개암나무라는 잘못된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그냥 지나치려다 볼펜으로 줄을 긋고 고쳐 놓았다.

 

 

 

 

모양이야 사납지만 사람들이 잘못 알게 되는 것은 더 나쁘다는 생각에...

 

 

 

 

 

곰의말채라는 이름표를 가진 나무가 있어 사진을 찍는다.

 

아직 층층나무와 말채나무, 그리고 곰의말채나무를 한눈에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층층나무는 잎이 어긋나고 잎자루가 3~5cm로 길고 붉은 색깔인 점이 말채나무 종류와 다른 특징이라 한다.잎맥은 5~10쌍.

 

말채나무 종류는 잎이 마주나고 잎자루가 1~3cm 정도로 비교적 짧은데, 말채나무는 잎맥이 4~5쌍인데 곰의말채는 6~10쌍이라고 한다.

 

이걸로 까마득히 높이 달린 잎을 보고 동정할 수 있으려나... 잎자루가 붉지 않고 잎맥이 6쌍보다 많은 걸 보면 곰의말채가 맞는 모양이다.

 

 

 

 

그리고 백련사에 아주 가까워진 곳에서 복장나무란 이름표를 단 나무를 만난다.

 

수피가 거친 복자기나무와 상대적으로 수피가 매끈한 편인 복장나무, 닮은꼴의 두 나무에 대한 관심으로 이 나무를 살펴보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거대한 복장나무를 본 적이 없는데다가, 세로로 갈라진 검은 줄기가 복장나무로 보기에는 너무 낯설지 않은가.

 

 

 

 

그래서 잎을 관찰하기 위해 잘 보이지 않는 꼭대기를 바라보다가 이것이 물푸레나무임을 확인한다. 

 

※ 어쩌면 들메나무일 수도... 참고로 물푸레나무는 작은잎이 5~7장인 데 비해 들메나무는 7~11장, 물푸레나무는 햇가지에서 꽃을 피우고 들메나무는 묵은가지에서 꽃을 피우며, 물푸레나무는 들메나무보다 수피가 매끈하다. 물푸레나무는 잎이 둥근데 들메나무는 잎이 뾰족하게 긴 편이며, 끝잎이 물푸레나무는 다른 잎보다 큰 데 비해 들메나무는 모든 잎의 크기가 고르다. 그리고 들메나무는 작은잎자루 짬에 갈색 털뭉치가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줄기를 바라보다가 또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굵은 줄기의 수피는 검고 거친 것이 분명 물푸레나무(또는 들메나무)의 모습인데, 작은 줄기의 수피는 매끈하고 흰빛이 도는 게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매끈한 작은 줄기를 따라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잎을 확인해보니 바로 세 갈래의 작은 잎을 단 복장나무 아닌가.

 

그러니까 이 나무는 물푸레나무와 복장나무가 한 곳에서 자라나 줄기가 합쳐진 연리지(連理枝)인 것이다. 이 아름드리 나무가 서로 다른 두 나무의 연리지임을 밝힌다면 아마도 명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작은 버섯은 무엇일꼬...

 

 

 

 

 

 

 

하지가 얼마 남지 않은 계절임에도 북사면의 골짜기라 어두컴컴해져 온다.

 

짧은 거리라 태평으로 걸었는데 벌써 오후 네 시를 넘었다. 바쁜 걸음으로 내려서는데 금방 백련사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