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쪽동백, 모시나비, 민백미꽃, 감자난초, 물참대, 삿갓나물, 풀솜대

모산재 2011. 6. 14. 21:02

 

 

계절의 여왕 5월이 저물어 가는 마지막 휴일, 다시 천마산을 찾는다.

 

올해 들어 벌써 네번째이니 어느 해보다 자주 찾는 셈이다.오늘은  어린이날에 보지 못한 당개지치도 궁금하고 큰앵초나 감자난초, 산앵도나무 등의 꽃을 만나는 것이 목표다. 어쩌면 자란초나 민백미꽃, 꿩의다리아재비 등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난 겨울 한파가 유난하여 천마산의 풀꽃나무들의 개화 시기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등산로 입구, 계곡의 언덕에는 초롱꽃으로 보이는 풀이 꽃맹아리를 달았다.

 

 

 

 

 

등산로로 들어서자 아찔한 정도의 강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숲속은 온통 쪽동백 하얀 꽃들... 쪽동백은 이 계절의 명실상부한 주인공이다.

 

쪽동백은 때죽나무 사촌쯤되는 혈통을 지닌 나무로 꽃 모양과 향기는 때죽나무와 비슷하다. 하지만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잎과 꽃줄기에 뭉쳐 달리는 꽃차례는 때죽나무와 다르다.

 

 

 

 

넓적한 포에 싸인 용둥굴레 꽃은 이미 지고 있는 모습이다.

 

 

 

길가에는 옥잠난초로 보이는 어린풀이 자라고 있다.

 

 

 

불염포 밖으로 황백색 수꽃을 내밀고 있는 점박이천남성을 담아 본다.

 

 

 

서울 학생교육원 천마의 집 앞 임도에 올라서자 모시나비로 보이는 나비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다.

 

먹이식물인 현호색 꽃이 지고 산괴불주머니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지는 지금이 모시나비 철이다.  

 

점심 때에 가까운 시간, 따뜻한 햇살을 흠뻑 받아 기운 넘치는 녀석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다. 이 녀석들의 몽따주를 얻기 위해 용을 썼지만 뜻처럼 되지 않는다. 

 

 

 

하릴없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지느러미엉겅퀴나 담아본다.

 

 

 

다시 등산로로 접어들기 직전에 운 좋게 산딸기 꽃에 앉아 꿀을 빨고 있는 모시나비 한 마리를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뜻밖에 민백미꽃을 만난다.

 

늘 다니던 길이었는데 이곳에 민백미꽃이 자생하고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박주가리과의 로 마주난 넓은 잎과 하얀 꽃잎이 아름답다.

 

 

 

 

 

당개지치 꽃을 보기 위해 군락을 이루던 골짜기를 오르다가 감자난초를 만난다.

 

감자난초라는 이름은 땅속에 있는 덩이줄기가 감자 모양을 하고 있는 데서 유래한 것. 어두운 숲속 빛이 산만하게 스며들어 이미지가 곱게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골짜기에서 당개지치를 만났는데, 이미 꽃이 지고 없잖은가.

 

시기로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꽃맹아리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어린이날로부터 20여 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아쉬움이 크다.

 

 

 

 

물참대 덤불이 있는 곳을 지나쳐가다, 혹시나 싶어 되짚어 가서 보니 이미 꽃이 피고 있지 않은가.

 

말발도리와 많이 비슷한 꽃인데, 암술대가 연두색이고 수술대가 긴 세모꼴(쐐기꼴)인 점이 암술대가 황색이고 수술대가  긴 네모꼴인 말발도리와 구별된다.

 

 

 

 

천마산의 꽃밭인 넓은 골짜기로 들어서 다시 당개지치 군락의 흔적을 찾아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사라진 모양이다.

 

 

삿갓나물이 긴 꽃대를 올리고 녹색 꽃을 피웠다.

 

잎처럼 생긴 네 개의  꽃싸개조각의 안쪽에 실처럼 생긴 네 개의 꽃싸개조각이 수술과 나란히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수술과 혼동하기 십상이다. 수술은 여덟 개로 꽃밥 위쪽에 긴 꼬리가 달려 있다.

 

 

 

 

잎자루에 넓은 날개 달린 이 풀은 여우오줌이라기보다는 두메담배풀로 보인다.

 

 

 

햇살 쏟아지는 곳, 포근한 낙엽에 안긴 굴뚝나비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나도개감채는 거의 다 져버린 모습인데, 아직도 흔적을 남기고 있는 녀석도 가끔 눈에 띄었다.

 

 

 

지장보살이라 불리는 풀솜대도 전성기를 넘기고 있는 듯하다. 

 

 

 

 

지난번에 보았던 병풍쌈이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싶어 찾아 보았지만 그 커다란 잎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손을 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곱게 자라 꽃이 핀 모습까지 관찰하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