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로 들어서자 군락을 이룬 얼레지들이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깊은 산속에서 봄을 알리는 화려한 꽃, 얼레지는 씨앗에서 싹을 틔우고 7년이나 되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에야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
이 어여쁜 꽃을 서양사람들은 '개이빨 제비꽃(Dog tooth Violet)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뒤로 젖히고 있는 꽃잎에서 아마도 개이빨을 상상했나 싶은데, 그들의 상상력이 참 그렇다. 꽃말도 '질투'라고 한다.
피나물도 싱싱한 꽃을 피웠다.
소태나무 그루터기였던가.
가녀린 나도개감채가 그루터기에 기대어 긴 꽃줄기 끝에 두 송이의 하얀 꽃을 피우고 바람에 하늘거린다. 골짜기의 바람에 하늘거리는 녀석의 표정을 담기 위해 한동안 공을 들인다.
이 골짜기에는 나도개감채가 흔하게 자생하고 있다.
강원도 이북 추운 지역에서만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꽃도 작지만 줄기도 잎도 가늘고 연약해 얼핏 한해살이풀인 듯 보인다.,
다른 해 같았으면 이미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는쟁이냉이는 아직 꽃망울을 단 모습인데, 어쩌다 한두 송이 꽃잎을 열고 있을 뿐이다.
이 녀석도 깊은산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귀한 냉이인데, 특히 둥글고 시원스레 생긴 잎이 아름답다.
가끔씩 이렇게 꽃대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채 꽃을 피운 얼레지를 만나기도 한다. 목이 짧아 고개를 숙이지 못하니 덕분에 암술과 수술을 힘들이지 않고 구경한다.
만날 거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큰괭이밥 꽃을 만나 마음이 흐뭇해진다.
골짜기 아래쪽에선 이미 곧추 세운 길쭉한 씨방을 달고 있지만, 고도가 높은 골짜기에서는 더러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극심한 한파 덕에 때 아닌 꽃을 만난다.
아마도 애기중의무릇이지 싶은 녀석도 희미한 꽃을 피웠다.
골짜기 아래쪽에서는 꽃이 져 버린 모습만 보이던 만주바람꽃도 골짜기 위쪽에서 그런대로 싱싱한 꽃을 피운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얼레지 꽃을 만나러 오면서 언제나 기대하던 흰얼레지를 드디어 만난다.
그 넓은 얼레지 군락 속에서 핀 단 한 송이의 흰 얼레지를 보물처럼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깊은산의 반음지에만 사는 민눈양지꽃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애기괭이눈은 골짜기 곳곳에 피었고,
천마괭이눈으로 불리기도 하던 금괭이눈은 완벽한 황금색 포엽을 뽐내며 보석 같은 작은 꽃을 피웠다.
달래는 꽃을 피운 녀석들이 별로 많지 않은데, 암꽃을 피운 녀석은 종내 찾지 못하고 수꽃만 담는데 성공한다.
너도바람꽃은 씨방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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