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의 자주괴불주머니, 매화말발도리, 콩배나무, 미나리아재비, 금붓꽃

모산재 2011. 5. 24. 01:19

 

좋은 봄날이지만 날씨는 흐리다. 일기예보는 오후 늦게 비가 온다고 했지 아마...

 

남산으로 동호회 모임을 간다고 하는 날 나는 남한산성으로 향한다. 등산로 입구에는 라일락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산벚나무들은 꽃들이 만개하여 봄이 깊어감을 알린다.

 

예상대로 자주괴불주머니는 자줏빛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 아래 골짜기에는 매화말발도리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바위틈만 찾아 가는 줄기가 뭉쳐서 자라고 하얀 꽃을 피우는 매화말발도리는 매화 못지 않게 아름다운 성춘의 꽃이다. 땅을 향해서만 꽃을 피우는 녀석인지라 뒤집어서 매력적인 노란 꽃술을 들여다 본다. 

 

 

 

 

골짜기 주변에는 개별꽃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곳의 개별꽃들은 꽃잎이 다섯이라는 본분은 잘 지키고 있지만 큰개별꽃처럼 꽃잎 끝이 패이지 않고 뾰족한 모습을 한 녀석들이 많다.

 

 

 

이렇게 꽃잎 끝이 패이는 것이 기본형인데...

 

 

 

입구의 골짜기에는 콩배나무가 곰솔 같은 수형으로 키 높이에서 넓게 덤불을 이루고 있는데, 마침 꽃이 한창 피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곳의 콩배나무는 꽃이 유난히 작아 보인다. 그래서 더 앙증스럽고 아름다워 보인다.

 

 

 

큰흰줄나비지 싶은 나비가 열심히 꿀을 빨고 있다.

 

 

 

미루나무로 보이는 아름드리 거목의 줄기를 찍어 보았다.

 

 

 

미나리아재비도 제철, 노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다.

 

 

 

 

골짜기를 따라 오르는 길 옆은 제비꽃 전시장 같다.

 

입구에서부터 털제비꽃, 제비꽃이 지천이더니 자주알록제비꽃, 서울제비꽃들이 나타나고 잔털제비꽃, 태백제비꽃 등도 나타난다. 꽃이 거의 졌지만 둥근털제비꽃도 보인다. 고깔제비꽃, 휜털제비꽃이 보이지 않는 게 유감이다.

 

제비꽃은 따로 올리기로 하고...

 

 

각시붓꽃도 피었다.

 

 

 

 

 

등산로 곁 습한 땅에 는 황새냉이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자 아래쪽에는 져버렸던 큰개별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고 있다. 

 

  

 

서문으로 오르는 가파른 능선길은 볼 만한 꽃은 없고 오르느라 숨이 차고 땀이 흐른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알 수 없지만 나이 든 선생님과 갓 발령 받은 듯한 처녀 선생님들로 보이는 분들이 앞 서거니 뒷 서거니 한다.

 

 

전망대 근처에 이스라지가 있어 꽃을 보길 기대했는데 성벽 주변 사계 청소하느라  이스라지고 뭐고 키를 가진 식물들은 모두 깨끗이 청소되었다.

 

 

태양빛 그대로인 환한 양지꽃은 사진 속에서도 눈부시다.

 

 

 

 

성벽 길을 걸으면서부터 오늘 만나고 싶었던 금붓꽃을 만난다.

 

 

 

 

이렇게 갈색 무늬가 짙고 강하게 나타나는 녀석들도 있다.

 

 

 

참꽃마리도 피었음직한데, 아직 감감 무소식, 이 모양이다.

 

 

 

7월이면 꽃을 피우던 큰제비고깔은 아직 줄기조차도 내지 않은 이렇게 어린풀의 모습이다.

 

 

 

개복수초는 열매가 달렸다.

 

그 한편에는 때늦은 꽃이 피었는데, 꽃송이가 지금 1cm쯤 될까... 엄지 손톱만한 크기로 작다. 주변에 더러 그런 꽃들이 보이니 이런 독특한 개화 현상이 있는 모양이다.

 

 

 

 

평일인데도 성길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소나무 숲그늘에 가려 꽃을 별로 달지 못하던 싱아가 새싹을 내밀었다. 성벽 주변 나무들을 넓게 쳐내는 바람에 이곳의 싱아는 다시 세를 확장할지도 모르겠다.  

 

 

 

지난번에 꽃을 발견하지 못했던 처녀치마 자생지를 찾았더니 뜻밖에 이미 꽃이 지고 씨방만 남지 않았는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언제 꽃이 피고 진 것일까. 

 

 

 

 

남문에 도착하니 이미 구름이 서쪽 하늘을 덮어 풍경이 어둑어둑해졌다.

 

 

 

잎이 파랗게 돋아난 채로 앵두나무에 꽃이 핀 모습을 담는다. 꽃잎 끝이 붉은 빛깔을 띠고 있어 색감이 독특하다.

 

 

 

남한산성 유원지로 내려서는 골짜기를 따라 콧노래 흥얼거리며 늘 걸어서 내려오던 길을 외면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린다.

 

참, 때로는 걷는 게 부담스러워지기도 하는 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