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미치광이풀, 노랑미치광이풀, 왜현호색, 흰현호색, 점현호색, 노루귀, 민둥뫼제비꽃

by 모산재 2011. 5. 30.

 

현호색이 자주 눈에 띈다. 보통의 현호색보다는 키와 꽃과 잎이 다 작아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그냥 현호색인지, 아니면 왜현호색인지 그도 아니면 오병운 교수가 명명한 각시현호색인지 구별이 참 어렵다. 다만 꽃차례에 달린 포가 둥글고 가장자리에 결각이 없고  밋밋한 점으로 보아 그냥 현호색은 아닌 듯하니 왜현호색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이곳에는 요즘 만나기 쉽지 않은 병풍쌈이 자생하고 있기도 하다.

 

범의귀과인 개병풍과 닮았지만 이 녀석은 범의귀과가 아니라 국화과의 풀인데, 개병풍에 비해서는 잎이 많이 작은 편이다. 비슷한 어리병풍은 남부지방의 깊은 산속에 자생한다. 

 

 

 

뜻밖의 식물을 만나 깜짝 놀란다.

 

잎모양으로 보아서는 산작약이지 싶은데, 천마산에서는 처음 만나는 것이라 놀랍다. 주위를 둘러 보아도 이 한 개체밖에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 

 

 

 

골짜기 위쪽으로 접어들면서 싱싱한 꽃을 피운 꿩의바람꽃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곁에는 앙증스럽게 작은 만주바람꽃도 피어 있다.

 

 

 

 

그리고 흰꽃이 핀 현호색을 만난다.

 

흰현호색인지, 흰왜현호색인지 또 헷갈린다. 포의 모습이 둥글고 가장자리가 밋밋한 것을 보면 흰왜현호색이지 싶은데, '국생종'에선 흰현호색의 특징을 제대로 기술해 놓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발견되었다는 것과 열매가 구부러져 있다는 것만 밝히고 있을 뿐....

 

 

 

골짜기 아래쪽에서는 꽃이 진 모습만 보이던 점현호색이 꽃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땅에 자생하는 현호색 중에서 가장 대형종으로, 잎에는 흰 점들이 빼곡히 박혀 있어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꽃과 잎 모양은 그냥 왜현호색으로 보이는 것에 흰 점이 가득한 잎을 달고 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지 않는가...

 

점현호색과 교잡된 흔적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어째서 점 무늬만 이어 받을 수 있는 건지...

 

 

 

예년 같으면 통형의 꽃받침 속에 작은 열매가 성숙하고 있어야 할 미치광이풀이 이제야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무더기로 꽃을 피운 미치광이풀 군락 속에서 뜻밖에 노랑 꽃을 피운 노랑미치광이풀을 만나 환호성을 지른다.

 

'국생종'에서는 경기도 광덕산에 난다고 기록하고 있다. 미치광이풀(Scopolia japonica)에 꽃색의 변이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 싶은데 학명(Scopolia lutescens)은 다른 종으로 다루고 있다.

 

꽃받침은 5갈래이고 그 중 하나가 잎 모양으로 크게 자라며 잎과 포는 황록색인 점이 미치광이풀과 다르다고 하는데, 그러한 특징을 발견할 수 없으니 유감이다.

 

 

 

 

도깨비부채는 이제야 어린잎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늦게야 꽃을 피운 노루귀도 만난다. 잎이 다 자라난 가운데 핀 흰노루귀 청노루귀 꽃이 반갑다. 

 

 

 

 

그늘진 습한 바위 절벽엔 천마산의 상징인 금괭이눈이 환하게 꽃을 피웠다.  

 

 

 

티없이 맑은 하얀 꽃을 민둥뫼제비꽃이 눈부시다.

 

 

 

이렇게 능선에 이르기까지 들꽃 탐사를 끝내고 능선의 등산로를 따라 하산한다.

 

하산길에 만나는 진달래꽃.

 

해발 800m가 넘는 고산지대라 지금에야 꽃이 만발이다. 야산에 비해 개화가 한달쯤은 늦다.

 

 

 

 

능선 주변 초지에 흔히 보이는 사초

 

 

 

족도리풀도 한번 담아 보았다.

 

 

 

산벚나무는 잎이 자라면서 환하게 꽃을 피웠다.

 

 

 

 

임도에 접어들며 천마의 집 앞을 내려오는데 까마귀가 까악~ 하고 울어댄다.

 

예전 같으면 재수 없다고 들었을 소리인데, 요즘 까마귀 보기가 쉽지 않으니 되려 반갑기만 하다.

 

 

 

골짜기에서는 퇴색하여 가던 고깔제비꽃이 곰의골 약수터 근처에서는 고운 빛깔로 아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게 아닌가. 

 

 

 

골짜기를 내려선 곳 어두운 나뭇가지에서 어치란 놈이 까악하고 울어댄다. 사람 주변을 얼쩡거리기 좋아하는 놈인데, 그래도 까마귀과라고 까마귀 울음 비슷한 소리를 내긴 하지만 작고 어설프다.

 

그래도 저 몸의 빛깔은 환상적이지 않은가.

 

 

 

이렇게 어린이날 천마산의 야생화 산책은 끝났다.

 

흰얼레지와 흰현호색도 만나고 노랑미치광이풀도 만났으니 나름 보람이 있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