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양재천의 꽃다지, 쇠뜨기, 긴병꽃풀, 복자기나무, 조팝나무, 벚꽃

모산재 2011. 4. 26. 09:49

 

오늘은 전일제 계발활동이 있는 날, 두번째로 아이들과 함께 양재천 들꽃 탐사에 나섰습니다.

 

양재천은 요즘 보기 드문 자연 하천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수변지역을 공원화하였으니 반자연 반인공 하천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전주천처럼... 그렇지만 사방이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싸이고 하천 바닥조차 콘크리트로 펌프질한 물을 흘려보내는 청계천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명감과 정감 넘치는 하천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런 하천을 걸으며 봄의 생명들이 내뿜는 기운을 듬뿍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을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지하철 입구 언덕에서 꽃다지들이 무리를 지어 샛노란 꽃을 피우고 맞이합니다. 

 

한뼘 남짓한 작은 키에 좁쌀만한 작은 꽃들이지만 무리를 지어 꽃을 피운 모습은 유채꽃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하나하나는 초라하지만 뭉치면 아름다운 민초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더욱 정겨운 꽃입니다.

 

 

 

 

호제비꽃으로 보이는 제비꽃도 피었습니다.

 

 

 

경기여고 교정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멀리 구룡산에도 봄빛이 가득 서렸습니다.

 

 

 

출석을 점검하고 양재천으로 들어서니 갓 피어난 조팝나무 하얀 꽃이 반깁니다.

 

 

 

 

강 언덕은 온통 쇠뜨기 세상입니다. 아직 푸른 영양엽은 자라나지 않은 채 연갈색 쇠뜨기 생식줄기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납니다.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 모습처럼 생멸력 넘치고 발랄합니다. 

 

 

 

 

거대한 타워팰리스가 100mm 렌즈 속으로 겨우 들어옵니다. 

 

서민들에겐 꿈조차 사치스런 꿈 너머의 아파트. 들꽃에 대한 설명에는 건성이던 아이들이 타워팰리스란 말에 모두 주목하고 한동안 바라봅니다.  

 

 

 

 

양재천 산책로 길섶은 큰개불알풀으로 융단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불알'이란 이름에 질겁을 하다가 이내 마구 웃어댑니다. 민망한 이름 대신 '봄까치꽃'이라 부르면 된다고 하니 그래도 '게불알'이란 이름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새의 눈(bird's eye)'이라는 영명도 알려 주지만 아이들은 '개불알'만 기억하지 싶습니다.

 

 

말냉이도 가끔씩 보입니다.

 

하얀 꽃잎 속에 이미 씨방이 성숙하여 하얀 꽃이 더욱 초라해 보입니다.

 

 

 

봄꽃이 그리 다양하지 않으니 자연히 카메라는 들꽃보다는 아이들에게로 더 자주 향합니다.

 

꽃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아이들만 할까요. 

 

 

 

징검다리를 건너는 '초딩'들이 너무 예뻐서 담아 보기도 합니다.

 

 

 

들꽃 탐사하랬더니 딴짓에만 열중하는 녀석들...

 

 

 

 

 

 

 

 

요 두 녀석은 커플입니다. 아주 신나는 커플입니다. 분위기도 아주 그만이지요~.

 

 

 

렌즈를 감당하지 못해 고개를 파묻는 녀석들.

 

 

 

긴병꽃풀들도 제철을 맞았습니다. 꿀풀과 꽃들이 다 아름답지만 이처럼 맑은 아름다움을 지닌 꽃은 없지 싶습니다.

 

 

 

 

너무 흔한 풀이라 잘 담지 않던 애기똥풀도 담아 보았습니다.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꽃이라 식상하기도 하지만 이른봄에 솜털 보송보송하게 피는 꽃은 외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양재천 강둑길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터널이 되었습니다.

 

 

 

들꽃 공부에 그리 집중하지 않아도...

 

천변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징검다리를 건너보기도 하며

 

 

 

입시와 경쟁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 놓고 자연의 리듬에 온 몸을 맡겨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가 보람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건 무슨 풀일까요... 혹시 박하 새싹일까요...

 

 

 

예쁘지 않나요.

 

 

 

휘휘 늘어진 수양버들도 바람에 출렁이며 봄의 감동을 전합니다.

 

 

 

 

겨울 철새 청둥오리는 텃새가 된 것인지, 시베리아로 날아가지 않고 따스한 봄바람 살랑이는 양재천 물에서 암수 한 쌍이 정답게 노닐고 있습니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따를 것이 없는 복자기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시기를 놓쳐 제대로 핀 꽃을 한번도 담지 못했는데, 오늘은 싫증이 날 정도로 맘껏 꽃 사진을 담아 봅니다. 단풍나무과의 꽃들이 대개 그렇듯 그리 화려할 것도 없는 꽃이지만 노란 꽃밥을 가지런히 내밀고 있는 모습은 나름 귀엽습니다.

 

 

 

 

마침 주변에 있는 단풍나무 꽃도 담아 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초점 맞추기에 애를 먹습니다. 아직 붉은 꽃싸개가 채 열리지 않아 수술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유감입니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 나무에 다가서 흐드러지게 핀 꽃은 외면하고 나무 줄기에 몇 송이만 피운 작은 가지를 찾아 담아봅니다.

 

 

 

 

 

이건 자두나무 꽃일까요.

 

너무 높은 가지에 달린 꽃이라 육안으로는 알아볼 수 없고, 사진으로만 식별하자니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봄볕 따사롭게 내리는 오랜만의 양재천 나들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꽃들만 만나고 돌아서는 길이지만 충만한 봄기운 느끼고 돌아가는 발걸음은 아주 가볍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