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

사월의 눈꽃송이, 조팝나무(Spiraea) 이야기

모산재 2011. 4. 27. 10:52

 

다닥다닥 달린 하얀 꽃 모습이 좁쌀 같은 꽃이라 하여 조팝나무라 부른다. 꽃이 피기 전 하얀 꽃봉오리들을 보면 과연 좁쌀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꽃잎을 열고 환하게 핀 꽃은 좁쌀에 비할 바 없이 커서 뻥튀기한 옥수수 같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듯하다.

 

조팝나무는 줄기에서 어린 잎이 싹터 자라면서 줄기의 윗부분에 나는 곁눈(側芽)들이 모두 하얀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한다. 4∼5월에 휘어질 가느다란 가지마다 수백 개의 하얀 꽃송이들이 눈송이처럼 무리지어 핀다. 하얀 눈꽃송이가 버들가지에 달려 있는 듯한 이 모습에서 '설류화(雪柳花)'라는 별칭이 생겼다.

 

 

 

 

 

조팝나무의 속명은 Spiraea인데, 이는 그리스어로 '나선' 또는 '화환(花環)'이라는 뜻의 '스페이라(speira)'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조팝나무 꽃으로 화환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명은 '신부의 화환'이라는 뜻의 Bridal wreath이다. 열매의 모양이 나선 모양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도 하는데, 그리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조팝나무는 한자명으로 '수선국(繡線菊)'이라 하고, 한방명으로는 '목상산(木常山)'이라고 한다. '계뇨초(鷄尿草)', '압뇨초(鴨尿草)'라고도 하였는데, 하얀 꽃이 닭이나 오리의 오줌을 연상시켜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종명 prunifolia는 벚나무 등 장미과 나무의 잎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조팝나무를 '수선국'으로 부르게 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애절한 전설이 있다.

 

지금부터 1800여 년 전, 중국 한(漢)나라 때 원기라는 사람이 제나라와의 전쟁에서 적의 포로가 되었다. 딸 수선(繡線)은 슬픔에 젖어 며칠을 지내다가 아버지를 찾으러 남장을 하고 제나라로 찾아갔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일념으로 갖은 고생 끝에 옥리(獄吏)가 되었지만 이미 아버지는 옥사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무덤을 찾은 수선은 그 곳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캐어 와 정성껏 가꾸었다. 이듬해 이 나무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자 사람들은 수선의 이름을 따 이 나무를 '수선국(繡線菊)'이라 부르게 되었다.

 

 

조팝나무는 우리의 양지바른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대부분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며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한 관목이다. 사람 키 남짓한 1~2m 높이로, 손가락 굵기만한 가느다란 줄기가 밑에서 모여 큰 포기를 형성한다. 어린 가지는 회갈색으로 털이 있으며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유선형으로 양끝이 뾰족하다. 잎 길이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이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한방에서 조팝나무 뿌리를 '상산(常山)', 줄기를 '촉칠(蜀漆)'이라 하는데, 해열 등의 효과가 있어 학질이나 가래의 치료제로 쓰인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맛은 쓰며 맵고 독이 있다. 여러 가지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침을 토하게 하며 열이 오르내리는 것을 낫게 한다'하였다. 북미의 인디언들도 조팝나무 종류를 치료제로 썼다고 한다.

 

조팝나무에는 조팝나무산(酸)이라는 해열과 진통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버드나무의 아세틸 살리실산과 함께 진통제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진통제의 대명사 아스피린(aspirin)이란 이름은 아세틸살리실산의 'a'와 조팝나무의 속명 spiraea에서 'spir'를 따고 당시 바이엘사가 자기 회사 제품명 끝에 공통적으로 썼던 'in'을 붙여서 만들었다고 한다.

 

 

 

 

 

 

 

조팝나무는 세계적으로 150여 종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5종 정도가 자생하고 있는데 참조팝나무, 좀조팝나무, 덤불조팝나무, 둥근잎조팝나무, 긴잎조팝나무, 산조팝나무를 비롯하여 꼬리조팝나무, 갈기조팝나무, 당조팝나무, 인가목조팝나무, 떡잎조팝나무, 아구장나무와 그 변종 설악조팝나무, 초평조팝나무 등이 분포한다. 둥근잎조팝나무는 북한산에서 자라는 한번도 고유종이고, 꼬리조팝나무는 분홍빛 꽃이 줄기 끝에 꼬리처럼 달리며, 갈기조팝나무는 단양 등 석회암 지대에 자란다.

 

공원 등에서 공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지만 이 둘은 각각 중국과 일본 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