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남한산의 산괭이눈, 개복수초, 노루귀, 올괴불나무, 할미꽃, 향모

모산재 2011. 4. 15. 23:56

 

산괭이눈과 털괭이눈이 동거하던 골짜기의 바위에는 산괭이눈만 꽃을 피우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털괭이눈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남한산성을 오르면 꼭 만나게 되는 어치. 계곡의 미끄러운 바위비탈에서 산괭이눈 찍느라 낑낑대는데 어치 한 마리가 날아들어 주변에서 얼쩡댄다. 사람 주변에 날아들기를 좋아하는 까마귀과의 텃새다.

 

 

 

산성 아래쪽 볕이 비교적 잘 드는 골짜기에는 개복수초가 환하게 피었다. 잎이 제법 자란 모습이나 가지를 낸 모습으로 그냥 복수초와 구별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개복수초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가지복수초가 대신 자리잡았는데, 가지복수초와 형태가 유사할 뿐 일본에 자생하는 가지복수초와는 다른 종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 가지복수초가 없다고 한다. 

 

꽃이 너무 크고 되바라지게 피어 은근한 맛이 없어 건성으로 몇 컷만 찍고 노루귀가 피어 있는 고으로 향한다.

 

 

청노루귀는 한창이다. 제법 넓은 군락을 자랑하는 이곳의 노루귀는 등산로 곁이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청노루귀가 밭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흰노루귀도 제법 보인다.

 

 

 

 

처녀치마가 피었을까 싶어 성 안쪽 오솔길로 향한다.

 

수어장대 앞에는 용버들이 있다. 꽃을 보고 싶은데, 다른 버들 꽃 피울 시기에 저 녀석은 아직도 저렇게 벌거벗은 가지만 바람에 내맡기고 섰을 뿐이다. 언제 꽃을 피우는지...

 

 

 

봄날은 왜 이리 바람이 많은지.

 

성벽의 깃발들이 팽팽한 바람 소리를 내며 펄럭인다.

 

 

 

처녀치마가 군락을 이룬 곳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며 찾아보아도 꽃은커녕 싹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겨울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인지... 다만 두 개체만 눈에 띄었는데, 잎속에 꽃봉오리의 흔적만 겨우 보일 뿐이다. 

 

 

산성길 높은 곳에서는 아직도 바람이 찬 탓인지 올괴불나무 꽃이 남아 있다. 꽃이 두 송이씩 짝을 이뤄 달리는 인동과 식물의 특성이 재미 있다. 

 

 

 

 

남문을 지나서 바라본 남한산성 풍경

 

 

 

남문의 동쪽 성벽 여장은 거미고사리(거미일엽초)와 부싯깃고사리의 좋은 서식지였는데, 여장을 새로 올리면서 이들이 전멸당해버려 안타깝다.

 

 

 

해가 서산으로 기우는 시간, 묘지들이 있는 언덕으로 향한다. 할미꽃과 솜나물을 만나볼 차례...

 

기대했던 대로 할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되바라지지 않게 앙증스런 모습으로 핀 할미꽃, 이처럼 아름다운 꽃이 또 있을까.   

 

 

  

 

 

 

'향기가 나는 띠풀'이라는 뜻을 가진 향모(香茅)도 꽃이삭을 올렸는데, 벌써 꽃이 지고 열매가 달린 모습이다.

 

 

 

희한하게도 솜나물꽃을 한 송이도 만나지 못한다. 어찌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