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고창 (14) 미륵보살의 정토 도솔암 도솔천내원궁, 금동미륵보살좌상(보물 제280호)

모산재 2011. 3. 20. 11:26

 

미륵불이 거처하시는 도솔천 내원궁(內院宮) 오르는 길은 가파르다. 까마득한 절벽에 걸려 있는 굽이 도는 돌계단길을 오르노라니, 천상 정토를 찾아가는 산객은 가쁜 호흡 속에서도 가슴은 설렌다.

 

 

 

 

 

 

 

계단을 다 올라왔을 무렵 두 개의 바위 사이로 하늘로 이어지는 길이 열린다. 바로 그곳에 미륵보살이 거처하시는 천상 세계 도솔천내원궁이 있다.

 

 

돌아서 내려다보는 돌계단길이 장관이다.

 

 

 

 

 

 

 

천인암 암반 위에 앉은 도솔암 내원궁(문화재자료 제125호)은 아주 작은 전각이다. 예전엔 상도솔암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원래 도솔암은 상도솔암 하도솔암 외에 동, 서, 남, 북으로 여섯 도솔이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이 도솔천 내원궁이 상도솔, 마애불이 있는 곳이 하도솔,  그리고 주법당인 극락전 자리가  북도솔이었다고 한다.

 

도솔천은 장차 부처가 될 보살이 사는 곳으로 수미산에서 12만 유순(由旬) 떨어진 곳에 있는 육욕천의 제4천이다. 도솔천 내원궁에는 석가가 현세에 태어나기 전에 호명보살로서 머물며 수행했다고 하며 현재는 미륵보살이 설법하며 성불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미륵보살의 정토(淨土) 도솔천은 불심이 깊은 사람이 인간세계의 사백 년을 하루로 사천 년을 누리며 산다. 도솔천 외원궁에는 천인(天人)들이 오욕(五欲)을 충족시키며 행복과 쾌락을 누리는 곳이다. 이 행복과 쾌락이 바로 '도솔'이다. 도솔은 원래 '지족(知足), 묘족(妙足), 희족(喜足), 또는 희락(喜樂>)'등의 의미를 가진 산스크리트어 'tuṣita'의 음차어라 한다. 그래서 도솔천을 '족함을 아는 하늘세상'인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한다. '도솔암'이나 '지족암', 그리고 '내원암'이라는 이름의 암자는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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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욕천(六欲天) 

 

1. 사왕천(四天天) : 삼계의 욕계에 속하는 육욕천 중 최하인 제1천의 동서남북을 관장하는 지국천왕, 광목천왕, 증장천왕, 다문천왕. 또는 이 사천왕과 그 권속이 거주하는 곳. 해와 달과 별들도 포함한다. 

2. 도리천(忉利天) : 육욕천의 둘째 세계. 남섬부주 위에 팔만 유순 되는 수미산의 정상에 있고, 중간에 선견성인 제석천과 각각 여덟 성이 있어 하늘사람이 살고 있으며, 사방 팔성과 선견성을 합하여 모두 삼십삼천이 된다. 키는 일 유순, 옷 무게는 육 수, 태어날 때는 인간 육 세 이이와 같으며 자연히 옷이 입혀져 있으며, 수명은 일천 세, 이 하늘의 하루는 인간의 백 년.(도리는 33을 뜻하는 범어의 음역을 축약한 말. 

3. 야마천(夜摩天) : 육욕천의 셋째 세계. 시간의 구분을 잘 알고 오욕의 즐거움을 향수하는 곳, 또는 입으로 쾌재를 부르짖는 곳이라고도 한다. 여기서의 하루는 인간계의 200년에 상당하며, 수명은 2,000세, 신장은 2유순이라고 한다. 선시천(善時天), 시분천(時分天), 수야마(須夜摩), 소야마(蘇夜摩)  

4. 도솔천(兜率天) : 육욕천의 넷째 세계. 수미산 꼭대기에서 십이만 유순 되는 곳에 있다.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궁전이 있으며, 여기에 내원과 외원이 있는데 외원은 하늘사람들의 욕락처이다. 내원은 미륵보살의 정토이며 여기에 계시면서 설법하시며, 남섬부주에 내려오셔서 태어나시어 성불하실 때를 기다리고 계신다. 이 하늘은 욕정에 잠기지도 또한 들뜬 마음도 아니면서 다섯가지 욕심의 즐거운 것에 만족한 마음을 내므로 다음에 성불하실 보처보살께서 머무심. 사바세계에 나시는 모든 부처님께옵서는 반드시 이 하늘에 계시다가 성불하심. 여기서의 하루는 인간계의 400년에 상당하며, 수명은 4,000세라고 한다. 

5. 화락천(化樂天) : 육욕천의 다섯째 세계. 스스로 교묘한 즐거움의 경지를 만들어 내어 누리는 신들, 또는 그러한 세계. 여기서의 하루는 인간계의 800년에 상당하고, 수명은 8,000세라고 한다. 낙변화천, 화자락천, 화자재천.  

6.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 육욕천의 최상인 여섯째 세계. 다른 세계에서 만들어 낸 욕망의 대상을 자유자재로 수용하여 즐거움을 누리는 세계. 타화천.

 

 

 

 

 

 

그런데, 도솔암 내원궁에는 마땅히 거처해야할 미륵보살이 대신에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 중생을 중생을 제도할 서원을 새운 지장보살을 모시고 있다. 그래서 내원궁이 미륵마애불이 새겨진 절벽 위에 세워져 있는 것일까...

 

 

 

전생에 브라만의 딸로 태어나 사악한 어머니를 지옥으로부터 구원한 지장보살은 지옥으로 떨어지는 벌을 받게 된 모든 사자(死者)의 영혼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을 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세운 보살이다. 지장보살은 석가모니불에게 “지옥이 텅 비지 않으면 성불(成佛)을 서두르지 않겠나이다. 그리하여 일체의 중생이 모두 제도되면 깨달음을 이루리라”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부처가 없는 시대, 즉 석가모니불은 이미 입멸하고 미래불인 미륵불은 아직 출현하지 않은 시대에 천상·인간·아수라·아귀·축생·지옥의 육도 중생들을 교화하는 보살이다.

 

 

 

 

 

 

아마도 선운사에서 가장 잘 생긴 불상으로 보이는 금동지장보살좌상은 보물 제280호로 지정되어 있다. 뒤에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그리고 시왕 등을 돋을새김한 것으로 보이는 독특한 양식의 시왕도가 후불탱화를 대신하고 있다.

 

 

 

 

 

금동지장보살좌상은 고려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높이는 96.9㎝이다. 늘씬하고 당당한 상체는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보물 제337호)이나 문수사 금동불좌상과 흡사한 모습이다. 길상좌(吉祥坐 :왼발을 오른쪽 넓적다리 위에 얹어 놓은 다음에 오른발을 왼쪽 넓적다리 위에 놓고 앉은 자세)를 한 탄력적인 하체나 부드럽고 단아한 어깨선, 상하체의 비례 등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혔다.

 

머리에는 두건을 썼는데, 이마를 감싼 후 귀 뒤로 넘겨서 어깨까지 천을 늘어뜨린 모습이다. 이러한 형태의 두건을 쓴 지장보살의 모습은 고려시대에 널리 유행하였던 도상적 특징으로, 현존하는 많은 고려불화에서 그 예를 살펴볼 수 있다. 얼굴은 둥글고 단아하고 이목구비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두 귀에는 만개한 화문(花紋)을 띠로 연결하여 귓불에 묶은 귀장식을 하고 있어, 고려시대의 일반적인 보살상이 원형 고리를 길게 늘어뜨려 매달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특이한 형태다.

 

오른손을 가슴 위로 올려 손바닥을 편 채 엄지와 중지를 맞댄 중품인(中品印)을 취하고 왼손을 들어 법륜(法輪)을 잡고 있는데, 이는 육도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손에는 지옥의 문을 여는 육환장을, 다른 한 손에는 어둠을 밝히는 장상명주(掌上明珠)를 들고 있는 것과는 다른 양식이다.

 

이 보살상은 고려 후기의 불상양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우아하고 세련된 당대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내원궁의 뒤편에는 산신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선운사의 산신각과 마찬가지로 선운사와 참당암을 창건한 검단선사와 의운국사 사이에 호랑이가 버티고 있는 특이한 모습의 산신도를 봉안하고 있다.

 

도솔산에 살고 있던 도적들을 교화하고 가난한 중생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준 두 스님을 중생들의 염원을 듣고 소원을 성취해 주는 도솔산 산신이자 성인으로 모신 듯하다.

 

 

 

 

 

 

암자의 전후좌우는 모두 거대한 기암괴석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호남의 내금강'이라고 불리는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절경이 펼쳐진다.

 

야산이라고 해도 될 만한 300m 남짓한 선운산이 이런 장엄하면서도 수려한 비경을 감추고 있다. 과히 도솔천, 미륵부처님이 거처하는 정토라 불릴 만하지 않는가...

 

 

▼ 산신각 뒤편의 암벽들

 

 

 

 

 

▼ 내원궁 건너편의 천마바위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