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고창 (15) 호남의 내금강 / 선운산 용문굴, 낙조대, 천마바위

모산재 2011. 3. 21. 14:49

 

도솔천내원궁을 마지막으로 선운사와 도솔암의 문화재 관람은 모두 끝났다. 

 

이제 등산을 할 차례. 내원궁을 내려와 다시 미륵불 앞을 지나 용문굴로 행하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호남의 내금강'이라 일컫는 선운산의 절경, 낙조대와 천마바위를 돌아 내려오는 것으로 1박 2일의 고창 여행을 모두 끝내기로 한다.

 

 

골짜기로 들어서니 사방이 절벽으로 에워싼다. 그곳을 지나 산등성이를 향해 얼마쯤 오르니 금방 나타나는 용문굴(龍門窟).

 

커다란 바위가 사람이 지나기에 딱 알맞을 만큼의 문을 이루고 있다.

 

 

 

 

 

용문굴은 검단선사가 절을 짓기 위해서 도솔암 서쪽 용태에 살고 있던 용을 몰아낼 때 용이 가로놓인 바위를 뚫고 나간 구멍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용문굴에 이무기가 살았는데, 주민들을 괴롭히므로 이를 쫓아내기 위해 인도에서 나한상을 모셔오자 이무기가 사라졌고, 그리하여 이무기가 뚫고 간 바위 위에 나한전을 건립하였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도솔천내원궁 오르는 길목의 나한전은 1910년 이곳에 있던 용문암에서 옮겨간 것이라 한다.

 

 

 

용문굴에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장금이가 어머니를 묻었다는 돌무덤을 그대로 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용문굴 뒤쪽 모습

 

 

 

 

 

 

 

 <선운산도립공원 관광안내도>

 

 

 

 

 

용문굴을 지나면 금방 능선길로 들어서게 된다.

 

낙조대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돌아보면 도솔암 뒤편 소리재와 국사봉이라고도 하는 개이빨산(견치산)으로 이어지는 선운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타나는 낙조대(落照臺). 그 어귀에는 '대장금'에서 최상궁이 자살했다는 바위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낙조대는 기대와는 달리 그리 크지 않은 평범한 바위 봉우리가 솟아 있을 뿐이다. 한낮의 산행이라 낙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운데, 시야가 환히 트이는 날씨라면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가 장관을이겠다.

 

 

 

 

 

낙조대의 이정표

 

 

 

 

 

300미터를 조금 넘는 낮은 산임에도 선운산에 올라서보면 산이 낮다는 것이 실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선운산의 산세는 웅장하고 또 그 품도 만만치 않게 넓다. '호남의 내금강'이라는 이름이 결코 헛되지 않다. 이미 30여 년 전(197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선운(禪雲)'이란 이름조차 '구름 속에서 고요한 선의 세계에 잠긴다'는 뜻이니, 선운산은 이름에 걸맞게 상서로운 기운이 강하게 느껴지는 산이다. 가히 미륵불이 거할 만하니 도솔산이란 딴 이름도 자연스럽다.

 

 

 

낙조대에서 천마바위로 내려서는 능선길에는 도솔암과 도솔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왼쪽으로 미륵마애불이 새겨진 절벽 위에 도솔천내원궁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도솔암 극락전과 요사 등 절집들이 그림처럼 앉았다.

 

 

 

 

 

 

까마득한 단애 절벽으로 올려보았던 천마바위, 그 위에는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어 산객들의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도솔암내원궁과 마애미륵불이 손에 잡힐 듯 건너다보이고 선운사로 흘러내리는 도솔계곡의 물길도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절벽과 급경사를 이룬 산이 곤두박질하며 내려서서 완만한 도솔계곡을 이룬다. 선운사 앞을 흐르는 물은 얼마간 흘러내리다 제법 넓은 하천으로 들어서는데 그 강을 '인천강'이라 부른다. (본디 이름은 '장수천'이었단다.) 인천강은 다시 북서쪽으로 흘러서 곰소만으로 흘러든다.

 

곰소만에서 강물을 거슬러 들어와 인천강 하류에서 자란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밀물 때 서해의 바닷물이 인천강으로 밀려들 때 서해 바닷바람이 함께 밀려들어 '풍천(風川)'이라 하였는데, 풍천장어는 서해 바닷바람을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른 장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이다.

 

 

 

 

 

 

도솔계곡 저 멀리 동백숲 앞에 앉은 선운사가 아스라이 보인다.

 

 

 

 

 

 

개울 건너편 남쪽 능선으로는 투구봉(봉두암)과 사자암이 솟아 있지만 눈부신 햇살에 풍경을 담기가 어렵다.

 

그리고 내원궁 뒤편으로는 진흥왕의 말발자국이 있다는 바위와 만월대, 그리고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와 놀고 갔다는 선학암(仙鶴巖) 등, 선운산 봉우리에는 절경을 이룬 바위들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천마바위에서 도솔암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 나무계단길을 한동안 내려서야 한다.

 

 

 

 

 

 

계단을 내려와서 바라본 천마바위. 저 자른 듯한 절벽 꼭대기 위에 많은 산객들의 쉼터인 너럭바위가 펼쳐져 있다.

 

 

 

 

 

 

다시 뒤돌아보면 마애불과 도솔천내원궁이 정면으로 또렷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다시 계단길, 이제는 철계단이다.

 

 

 

 

 

올려다보면 까마득한 계단길

 

 

 

 

 

이렇게 해서 선운사에서 시작된 도솔계곡과 선운산 산행은 모두 끝났다. 선운사와 도솔암까지 두루 둘러보느라 점심 시간도 훌쩍 넘겼지만 맑은 산바람 속에 느껴지는 봄기운으로 몸도 마음도 가뿐하다.

 

내려가는 길에서도 산으로 드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난 날.

 

 

 

 

 

언젠가 꽃 피는 봄날에 다시 이 산을 꼭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