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깐짜나부리 (3) 관광열차가 달리는 '죽음의 철도'

모산재 2011. 2. 18. 11:34

 

 

사이욕노이 폭포를 떠나 얼마간 달리던 차는 작은 시골역에서 멈춰 선다.

 

이곳에서 기차를 타고 '죽음의 철도'를 달려 깐짜나부리로 돌아가게 된다. 깐짜나부리에서 남똑까지 하루 세 차례 완행열차가 운행된다고 하는데, 현지 주민들과 학생들의 통근 통학 수단이기도 하지만 관광객들의 체험코스로 더 많이 이용되는 듯하다. 구간 운행에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역 이름은 고아마하몽콘

 

 

 

 

 

역사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관광객들이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사 주변의 야지에서 야생화라도 찾아볼까 하고 돌아본다. 하지만 생기를 띤 풀포기 하나 제대로 없을 정도로 땅이 몹시 메마르다.

 

 

 

 

 

 

20여 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기차가 들어서고 있다.

 

 

 

 

 

나무의자로 된 기차, 얼마나 소박하고 정겨운가.

 

차창으로 비쳐드는 따가운 햇살이 부담스러워, 아무 생각없이 좌석을 안쪽으로 잡는다.

 

그런데 이게 잘못된 것이라는 걸 조금 지나서야 알게 된다. 웬걸, 기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은편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연신 차창을 내다보며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냥 돌아가기 위해서 타는 기차가 아닌데, '죽음의 철도'를 경험하기 위해서 타는 기차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것이다. 콰이강(콰이노이강)은 햇빛이 강렬하게 비쳐드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그 쪽 창가에 앉아야 강변 험한 지형에 건설된 철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강과는 반대쪽에 앉은 나는 그저 산과 마을이 있는 풍경만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다.

 

다음 역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또 기차에 오르고...

 

 

 

 

 

차창 밖 나무에 핀 꽃을 줌인하여 담아본다.

 

 

 

 

 

그리고 다음 역에서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이 승차한다.

 

 

 

 

 

차창 밖으로 마을 풍경과 하교하는 아이들 모습을 본다.

 

 

 

 

 

 

 

시간이 꽤 지나면서 사람들이 일어서서 창가로 고개를 내밀며 바깥 풍경을 내다보고 사진을 찍느라고 난리다.

 

나도 일어나 바라보니 차창 밖은 콰이강 물결로 넘실거린다. 기차는 절벽을 이룬 콰이강 철길을 지나고 있다. 내가 앉은 차창 밖은 그냥 절벽이다.

 

 

 

 

 

 

아마도 이 어디쯤에 절벽에 세웠다고 하는 탐 끄라쌔역이 있는지 모른다.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내려다보니 철길은 이렇게 교량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래는 태국관광청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 아마도 지금 이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굶주림과 힘에 부치는 노역으로 공사 중에 저 푸른 콰이노이강에 떨어져 죽은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리라. 그들이 목숨을 바쳐 만든 철길 위로 이제 온 세계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은 싣고 기관차는 무심히 달리고 있다. 역사는 그렇게 저 콰이노이강처럼  무심히 흐를 뿐이다.

 

 

 

 

 

 

'죽음의 철도(Death Railway)'는 길이 415km의 태국과 버마 간에 건설된 철로였다. 태국에서 303km, 버마에서 112km에 이르는 죽음의 철길은 2차세계대전 중 연합군 포로들과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의 노역과 희생으로 건설한 것이다.

 

일본군은 버마와 인도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태국에서 버마를 잇는 철도를 1942년 9월부터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6만 명이 넘는 연합군 포로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버마 등 20만 명의 동남아 노동자들을 강제 투입했다. 이후 전쟁에 다급해진 일본은 난 코스의 공사를 강행해 1만 6천여 명의 연합군 포로와 10만여 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몰아 넣으며 5년은 걸릴 공사를 16개월 만에 완공시켰다. 그리하여 이 구간의 철로는 '죽음의 철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전쟁이 끝난 뒤 태국 정부는 쓰리 파고다 패스에서 남똑 구간까지의 철로를 제거했다. 현재 철로는 남똑(Nam Tok) 역에서 끊겨 있다.

 

 

 

 

 

여행 당시에는 미처 몰랐는데, '헬 파이어 패스(Hell Fire Pass)'라는 곳이 일일투어에 빠져 있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2시간씩 2교대로 밤낮없이 24시간 공사를 강행했는데 밤에 횃불을 밝힌 모습이 지옥불처럼 보인다고 하여 '헬 파이어 패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 곳이다. 동원된 노역자의 70%가 사망했다고 하는 '죽음의 철도' 공사 구간 중 가장 험난했던 구간인 꼰유(Konyu) 지역으로 남똑에서 18km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현재는 철길이 사라져버린 사이욕노이폭포 북쪽 지역으로 보인다.

 

한 시간 남짓 '죽음의 철도' 여행을 즐기고 다시 미니 버스를 타고 방콕으로 돌아온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 하늘로 기울고 붉은 햇살에 풍경도 붉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