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아유타야 (2) 왓 야이차이몽콘(와불, 프라쩨디 차이몽콘)

모산재 2011. 2. 1. 12:37

 

아유타야의 북서쪽에 있는 거대한 풋카오텅 쩨디를 돌아본 다음, 다시 차를 타고 롭부리강과 빠삭강을 건너 대각선 방향인 남동쪽 외곽으로 이동한다.

 

왓 야이차이몽콘(Wat Yai Chai Mongkhol)이 있는 곳이다. 풋카오텅 쩨디와 비견되는 높은 쩨디가 우뚝 솟아 있는 사원이다. 사원의 이름은 왓 차오프라야타이 혹은 왓 야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쩨디가 있는 사원으로 들어서기 전, 입구 쪽에 있는 와불을 먼저 찾는다.

 

하얀 석고를 입힌 커다란 와불상은 황색 법의를 두르고 누웠다. 석가모니의 열반상이다. 그 주위에는 허물어진 벽돌담장이 좁게 두르고 있는데 원래 법당이었던 것 같다.

 

 

 

 

 

▼ 무너진 벽 너머로 왓 야이차이몽콘의 쩨디가 보이고 있다.

 

 

 

 

 

바로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이 와불전을 '위한 프라푸타사이얏(Vihan Phraphutthasaiyat)'이라 이름 붙여 놓았다. '위한'은 법당을 뜻하고 '프라푸타'는 불상인 듯하니 아마도 '열반에 드는 부처를 모신 법당'이란 뜻으로 짐작된다.

 

 

버마의 침략을 물리치고 독립을 쟁취한 나레수안 왕 때 종교적 숭배와 왕실의 명상을 위해 건설하였으며, 1965년(남방 불기 2508년)에 복원한 것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와불상이 있는 무너진 불전 앞을 나서면 왓 야이차이몽콘의 거대한 쩨디가 눈 앞에 펼쳐진다.

 

 

1592년 왜군들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그 해, 아유타야의 왕 나레수안(Naresuan)은 버마 왕자가 이끄는 버마군의 침공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코끼리를 타고 맨손으로 버마의 왕자를 죽여 승리를 거둔다. 한때 버마에 볼모로 잡혀가기도 했던 그는 과거의 한을 풀고 아유타야의 자존심을 지켜낸 위대한 왕으로 우뚝 서게 된다.

 

버마를 물치치고 아유타야의 독립을 지켜낸 그는 승전 기념으로 이 왓 야이차이몽콘의 거대한 쩨디를 세우게 된다. 수십 년 전 버마가 아유타야를 침공해 승전 기념으로 세운 푸카오텅 쩨디와 대비되는 쩨디를 아유타야의 반대쪽에 세운 것이다.

 

 

 

 

 

그러나, 원래 이 사원은 아유타야의 초대왕인 우통(라마티보디1세)이 스리랑카에 유학하고 돌아온 승려들의 명상수업을 돕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새로 지은 듯한 불전에는 커다란 좌불상이 안치되어 있고, 그 앞에는 참배하는 사람들이 밀려들어 몹시 붐비고 있다. 아마도 나레수안 왕이 쩨디를 세운 뜻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소승불교를 믿는 이곳 사람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발상일지 모르지만, 이 사원은 호국사찰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불전 내부 벽에는 당시 미얀마와의 전쟁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 있다고 하는데 무심히 지나치고 말았다.

 

 

 

불전을 지나 돌아들면 거대한 쩨디가 있는 뜰로 들어선다.

 

 

탑이 너무 커서 똑딱이 카메라의 렌즈 화각으로 전경이 다 잡히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쩨디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제일 먼저 거대하다는 것에 놀라고, 다음으로는 저 거대한 건축물이 작은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세웠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란다. 나중에야 확인하지만 아유타야 건축물은 거의 대부분 붉은 벽돌을 쌓아 이룬 것이다.

 

이 쩨디는 실론양식으로 지어졌으며 중앙 탑의 높이는 72m라고 한다. 나레수안 왕이 1592년(남방 불기 2135년) 버마의 마하 우파라차 왕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세운 것으로 도성의 반대편에 버마가 세운 푸카오텅 쩨디를 능가하려는 아유타야의 자존심이 느껴진다.

 

 

18세기 버마에 의해 멸망당하면서 아유타야 유적지가 철저히 파괴되었는데, 이곳의 탑은 물론 불상들도(언제 조성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아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다.

 

 

 

 

 

 

 

탑에 대한 이해를 위해 안내판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탑의 이름은 '프라쩨디 차이몽콘'으로 되어 있다. '차이몽콘 불탑'이라고 하면 될까.

 

버마와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나레수안 왕이 세웠다는 내용 아래에는, "이 탑이 독립의 표지로 후손들에게 조상들의 용맹과 희생을 상기시켜 주며, 불공을 위하려는 나레수안 왕의 미덕을 상징한다."고 적고 있다.(영어 문장은 어째 좀, remind ~ of, for the sake of가 맞을 듯한데...)

 

 

 

 

 

 

거대한 쩨디를 둘러싸고 조성된 뜰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 서 있어, 사원과 주변 자연이 잘 어울린 아름다운 정원 풍경을 빚어내고 있다. 프라쩨디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바로 탑(쩨디)과 불상(프라)이 어울린 사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꼬마들이 소풍을 나온 모양이다. 이들 외에도 다른 학생들 무리도 많이 눈에 띄는 걸 보면, 역시 이곳이 위의 안내판에 적혀 있는 대로 조상들의 정신, 일종의 애국심을 배우는 교육장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원 담장 바깥에서 들여다본 풍경

 

 

 

 

 

 

사원 뜰 담장 밑부분에 이끼처럼 수북하게 자라는 풀이 흔하게 보여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