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치앙마이 (6) 왓 치앙 만,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

모산재 2010. 5. 2. 12:12

  

2010년 1월 20일 목요일, 해질녘

 

 

도이 인타논 카렌 마을 트레킹을 마치고 다시 치앙마이에 도착하니 다섯 시쯤 되었다. 저녁엔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떠나야 하는데, 해가 남아 있는 동안 주요 사원을 돌아보기로 한다.

 

 

 

코리아하우스로 들어서는데 뜻밖에 조기영 고민정 씨 부부를 만난다. 루앙프라방에서 도착하여 지금 막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중이라 한다. 왕위앙, 루앙프라방에 이어 이곳에까지 꼬리 밟기 놀이하듯 계속 만나게 되니 좀 반가운가.

 

딱히 일정을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왓 치앙만과 왓 쩨디루앙을 보러 함께 가기로 한다.

 

 

왓 치앙만(Wat Chiang Man)은 치앙마이 북동쪽 성곽 안에 자리잡고 있다. 타페광장을 지나 성곽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북쪽으로 나 있는 큰길을 따라 끝까지 가면 나타난다. 왓 치앙만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다. 멩라이(Mengrai)왕이 새로운 도읍지로 치앙마이를 건설하면서 1296년 건립하여 왕이 머물며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중앙에 본당인 대불전이 있고, 왼쪽에 용이 입구를 지키는 건물이 서 있다. 오른쪽에는 작은 불당이 있다.

 

 

 

 

 

왕실사원답게 대불전 건물 정면은 금빛찬란한 장식으로 화려하다. 지붕은 2층 3단으로 되어 있고 그 끝 부분마다 나가상을 변용한 장식(우리의 치미 비슷한)이 뾰족하게 솟아 있다.

 

대불전은 1920년대에 크루 바 쓰리비차이(Khru Ba Srivichai)에 의해 수리되었다.

 

 

 

 

 

본당 내부는 누구나 언제든지 편안하게 출입할 수 있다. 이곳에 개들이 들어와 돌아다니기도 할 정도이니 부처님 앞에서 삼라만상은 모두 평등한 것이다.

 

불전은 찬란한 장식을 한 열주를 세워 위엄을 더했다.

 

 

 

 

 

불상에는 비단을 둘렀다. 오른쪽 어깨는 드러나고 왼쪽 어깨에만 걸쳐 있으니 이를 우견편단(右肩偏袒)이라 한다. (두 어깨를 모두 가린 형식은 통견이라 한다. 불상에 법의를 걸친 방식에는 좌견편단은 없다.)

 

정면 오른쪽 서 있는 불상은 살짝 기울어진 네모꼴 받침에는 불상이 1465년의 것으로 추정되는 명문이 있다. 치앙마이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불상임을 알 수 있다.

 

 

 

 

▼ 본당 출입문 천상의 신, '테와다'

 

 

 

 

 

대불전 오른쪽에는 작은 불당이 있다. 이곳에는 사원이 지어지기 이전부터 내려오던 수정 불상과 대리석 불상이 모셔져 있다.

 

 

 

 

 

수정 불상은 스리랑카에서 전래된 것으로 멩라이왕이 1298년쯤에 이웃 람푼(Lamphun)에서 이곳 그의 궁전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프라 새 땅 따마니(Phra Sae Tang Tamani)라 불리며 화재에도 손상을 입지 않아 액을 쫓고 복을 가져다주고 믿어진다.

 

프라 실라(Phra Sila) 불상이라 불리는 대리석 불상은 2500년 전 인도에서 만들어져 이곳에 안치된 것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어진다.

 

 

 

 

불당 내부 벽에는 부처의 생애를 그린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은 밤하늘이 크게 빛나며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흰 코끼리가 도솔천으로부터 내려와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내로 드는 꿈을 그린 장면이다.

 

 

 

 

 

본당 뒤쪽으로 돌아가면 찬란한 황금색 불탑이 나타난다. 이 불탑을 창롬(Chan Lom)이라 하는데, 창롬은 '코끼리(창)가 에워싼다(롬)'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처럼 기단에는 사방을 바라보며 떠받치고 있는 15 마리의 코끼리 조각상이 위엄있게 새겨져 있다.

 

사원의 가장 오랜된 구조물인 창롬은 스라랑카에서 수코타이를 경유하여 비롯되었거나 버어마 파간에서 비롯된 양식이라고 한다. 열 다섯 마리의 코끼리는 불탑의 우주가 떠 있는 형성되지 않은 물질의 바다를 나타낸다.

 

 

 

 

 

 

이 탑은 복원된 것이라고 하며, 바람이 불면 탑의 금장식이 흔들리며 맑은 풍경 소리를 낸다고 한다.

 

 

 

 

 

▼ 기단부의 코끼리상. 사방을 향해 코끼리(창,象)가 둘러싸고 불탑을 받치고 있다. 그래서 탑의 이름이 '창 롬'이다.

 

 

 

 

 

 

사원 곳곳에는 개들이 돌아다니거나 늘어져 잠을 잔다. 풀밭 여기저기에 누워서 하품을 하거나 눈을 감고 자는 개들. 가히 개들의 천국인데 풀밭에는 개똥들이 뒹굴고 있어 개똥밭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개들이 본당 안에까지 출입하기도 하는데 누구 하나 개의치 않고 내버려 둔다. 생명은 모두가 평등하고 그 안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것이 동남아 불교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다.

 

 

불전 앞뜰에는 여체의 아름다움을 한껏 살린 부조상이 세워져 있다. 천상의 신 '테와다'를 표현한 것인가 했는데 육감적인 선이  강조된 옷 장식이 신이 아닌 속세의 여인 모습에 가깝다. 아마도 공양하는 여인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해는 뉘엿뉘엿 치앙마이의 낮은 건물들 뒤로 숨어들고 쩨디루앙 사원도 돌아봐야 하니 마음이 바쁘다. 치앙만 사원을 휭하니 바쁘게 돌아보고 쩨디루앙으로 발길을 옮긴다.

 

정문으로 나오다 방콕의 룸피니 공원에서 보았던 낯익은 나무를 발견한다. 흔히 '빵나무(Breadfruit)'라고 부르는 커다란 나무에는 열매가 달렸다. 열매의 살에는 전분이 많아 빵과 같은 구실을 하며 감자나 고구마처럼 구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름답고 화려한 아데니움이 열매가 이렇게 길쭉한 모습임을 발견하고 감짝 놀란다.

 

 

 

 

 

치앙만 사원을 나오니 이미 해는 사라졌다. 쩨디루앙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