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경주 남산 (5)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보물 제666호)

모산재 2010. 12. 26. 17:51

 

붓으로 스케치한 듯 활달한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선각육존불을 떠나 다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등산로 위로 보이는 능선에는 크고작은 바위들이 아담하게 솟아 있는데, 그 모든 바위들에 불상들이 새겨져 있는 게 아닐까 싶은 마음에 자꾸만 그 바위들을 흘끔흘끔 살펴보게 된다.

 

 

계곡 풍경

 

 

 

 

 

 

■ 경주 남산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 보물 제666호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능선을 이룬 언덕 위에 모셔진, 커다란 광배가 도드라진 멋진 석조여래좌상을 만난다.

 

 

그런데 보물로 지정된 불상의 모습이 천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끼가 없이 너무도 깨끗하여 의아스럽게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이 불상은 마애불이 아닌 불상으로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불상으로서 꽤 알려진 것이다.

 

남산의 석불상 중 자연석에 새긴 마애불은 불상의 머리가 온전히 남아 있지만, 마애불이 아닌 불상은 대부분 머리가 사라지고 없다. 머리가 남아 있는 불상은 겨우 셋밖에 없는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과 열암골 석불좌상, 그리고 이곳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삼릉계 석조여래좌상도 원래 머리가 깨어져 분리된 모습으로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인 1923년과 근래에 제대로 고증하지도 않은 채 시멘트로 엉성하게 복원해 놓았던 것을 2007년에야 주변을 발굴 조사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서 안면의 턱부분과 광배를 보수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다.

 

 

 

 

불상은 대좌 높이 0.96m 불상 높이 1.42m로 전체 높이가 2.38m이다. 불상의 규모에 비해 대좌가 낮고 광배가 커서 균형과 조화에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광배와 좌대의 조각기법이 대단히 섬세하고 장식적이며 불상은 볼륨감이 강조되었다.

 

머리에는 작은 소라 모양의 머리칼을 붙여 놓았으며 정수리 부근에는 큼직한 상투 모양의 머리(육계)가 자리잡고 있다. 얼굴은 원만하고 둥글며 두 귀는 짧게 표현되었다. 이마에 백호 표시가 있고, 눈은 하계(下界)를 내려다보듯 반개(半開)한 형태이며, 목에는 삼도(三道)가 있다.

 

벌어진 어깨와 당당한 가슴에 비해서 허리는 가늘고 앉은 자세는 안정감이 있다. 양손은 무릎 위에서 항마촉지인을 취하고 있으며, 자세는 결가부좌한 좌상이다. 우견편단으로 왼쪽 어깨에만 걸쳐 입은 옷의 옷주름선은 간결하고 아름답게 표현되었고 흘러내린 법의는 무릎을 덮었다.

 

사라져 버린 안면부의 코와 입과 턱 부분, 광배의 윗부분을 새 화강암으로 복원한 점이 눈에 띄는데, 그 외의 부분들 특히 하단부는 비교적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 모양의 거신광배(擧身光背) 안에는 연화문·당초문 등이 묘사된 두광과 신광이 돌출선으로 구분되고 가장자리에는 화염문을 새겼다.

 

대좌(臺座)는 상·중·하대석으로 구성되었는데, 상대석은 화려한 연꽃무늬를 조각하였으며, 8각 중대석은 각 면에 간략하게 눈모양의 안상(眼象)을 조각하였다. 하대는 단순한 8각대석으로 되어 있다.

 

8각의 연화대좌에 새겨진 연꽃무늬와 안상을 비롯하여 당당하고 안정된 자세 등으로 보아 8∼9세기에 만들어진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보인다.

 

 

불두는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남산 삿갓골 제1사지 석불입상과 남산 미륵곡 석불좌상 등 통일신라시대의 불상들을 참고하여 재현했다고 한다.

 

 

 

 

 

 

※ 석조여래좌상의 복원 전 모습

 

 

▼ 1910년대 모습 : 불두가 파괴되어 하대석 위에 떨어져 있다

 

 

 

 

▼ 보수 전의 불두 모습 : 시멘트로 코와 입, 턱 등의 안면부를 흉물스럽게 복원하였다.

 

 

 

 

▼ 2007년 복원 되기 직전의 모습(이하 문화재청 자료 인용)

 

 

 

 

 

광배는 떨어져 크게 두쪽이 나 있다.

 

 

 

 

 

 

석조여래좌상 뒤편의 바위. 바위 아래에는 사람이 여럿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마 이곳도 치성을 들이는 장소로 사용된 듯하다.

 

 

 

 

 

 

남산 안내도에 보면 석조여래조상 부근에 '선각마애불'이 표시되어 있는데, 정작 이곳에 그런 안내 표지는 보지 못한다. 그리고 나중에 이 불상을 검색해 보지만 찾을 길이 없다. 남산 탐방코스에도 선각육존불이나 고려불인 선각여래좌상과는 또다른 '선각여래좌상'이 이 부근에 표기되어 있지만 이미지 자료는 찾을 수 없으니 어찌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