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경주 남산 (4)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선각여래좌상

모산재 2010. 12. 26. 16:15

 

자연 암석 기둥이 배경을 이룬 아름다운 마애관음보살입상을 뒤로 하고 다시 계곡을 따라 등산로를 오른다. 아늑한 솔숲 솔향기가 상쾌하게 폐부를 찌른다. 등산객들이 점차로 눈에 많이 띄기 시작한다.

 

계곡 남쪽으로 커다란 바위 절벽이 있어 그곳에도 불상이 있나 했는데 그냥 치성을 드리는 바위인 모양. 바위 절벽 아래쪽에 넓은 공간이 패어 있고 그곳엔 촛불이 타오르고 있다. 바위의 위엄이 대단하니 바위신앙의 대상이 될 만하다. 아마도 바위면이 고르기만 했더라면 저곳에도 자비로운 마애불상이 아로새겨졌으리라.

 

 

 

 

 

그리고 몇 분쯤 더 올랐을까. '삼릉계곡 선각육존불'이라는 표지가 나타난다.

 

왼쪽 산허리쪽을 가리키는 표지를 따라 비탈을 올라서니 마당처럼 넓은 공터가 나타나고 거기에 검은 돌이끼를 입은 ㄴ자형의 자연 암벽이 서 있다. 그 암벽의 양쪽에 스케치하듯 날렵한 선으로 각각 그려진 삼존불, 모두 육존불이 한눈에 들어온다.

 

 

 

 

■ 삼릉계곡 선각육존불 /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1호

 

 

앞뒤로 솟은 이들 바위는 높이가 4m 정도인데, 폭이 앞의 것은 4m 가량 되고, 뒤의 것은 7m 가량으로 더 넓다.

 

불상은 정으로 쪼아 만들어낸 조각이라기보다는 먹을 듬뿍 찍은 붓으로 화선지에 쓱쓱 그려낸 그림에 더 가까워 보일 정도로 선적인 미감을 불러 일으킨다.

 

 

 

 

 

앞쪽 바위에 그려진 삼존불의 본존은 서 있고 좌우 협시보살은 앉아 있다. 본존의 높이는 2.65m, 협시보살의 높이는 1.8m 정도이다. 석가모니불로 보이는 본존은 오른손을 올려 들고 왼손을 배에 대고 있으며, 협시하는 보살은 무릎을 꿇고 본존을 향해 공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협시보살이 두 손에 모아 쥐고 있는 것이 꽃인지 다기(茶器)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뒤쪽 바위에 새겨진 삼존불은 앞쪽의 삼존불과는 반대로 본존은 앉아 있고 두 협시보살은 서 있다. 좌우의 협시보살상은 온화한 표정으로 연꽃을 밟고 본존을 향하여 서 있다. 석가여래를 새긴 본존의 높이는 2.4m이고, 두 협시보살은 높이 2.6m 정도이다.

 

음각으로 두광과 신광을 나타냈으며 아래쪽에 연화대좌를 조각하였다.

 

 

 

 

뒤쪽 암벽 위에는 당시 이들 불상을 보호하기 위한 법당을 세웠던 흔적이 남아 있다. 자연 암석 위로는 길게 홈을 파놓았는데, 빗물이 마애불 위로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배수로로 보인다. 긴 돌홈 바로 앞에는 전실(前室)을 씌웠던 흔적으로 여겨지는 작은 홈도 양쪽에 나 있다.

 

 

 

 

 

이 2구의 마애삼존상은 만들어진 시대나 조각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체로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 조각수법이 정교하고 우수하여, 우리나라 선각 마애불 중에서는 으뜸가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더불어 이 선각육존불에 보호각이 있었던 사실을 근거로 원래 채색 불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의견이 있다. 보호각을 세우게 되면 내부가 어두웠을 것인데, 현재와 같은 선각 상태로 두었다면 제대로 불상이 보였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각으로 그려진 불상을 밑그림으로 회칠을 하여 채색한 불상이 있었으리라는 주장이 성립되는 것이다.

 

채색불에 대한 주장은 단순히 이 선각 육존불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남산 곳곳에서 발견되는 불상의 안면부의 붉은 빛깔이 자연 암석의 색깔이 아니라 채색불이라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삼릉계곡의 마애관음상이나 탑골의 마애불상군, 칠불암의 마애불상군 등에 나타나는 붉은 빛깔...)

 

 

 

선각 육존불에서 수백 미터 오르면 높은 자연 암벽에 새긴 선각 여래좌상(경상북도 유형문화재제159호)이 있다. 미처 이 불상의 존재를 모르고 지나쳐 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삼릉계곡의 불상들이 거의 통일신라시대의 작품인데 이 불상만은 고려시대의 불상으로 추정되고 있어 주목되는 것이다.

 

아래에 문화재청의 자료를 소개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 /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59호

 

이 불상은 앉아 있는 모습의 여래상(如來像)으로 높이는 1.2m이다. 계곡 안 서쪽을 향한 높이 10m, 너비 10m 정도 되는 암벽에 새겨져 있다. 암벽 중앙에 자연적으로 수평 금이 갔는데, 그 금 아래쪽을 대좌로 삼아 여래좌상을 조각하였다. 몸체는 모두 선으로 그은 듯이 새기고 얼굴만 돋을새김을 한, 독특한 조각수법을 보이고 있다.

 

 

▲ 출처 : 문화재청 자료

 

 

코는 길고 입술은 두껍고 커서 과히 점잖은 얼굴이라 할 수 없으나, 어딘지 모르게 위엄을 풍기는 모습이다. 조각 수법이 정성스럽지 못하고, 특히 다리 부분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듯 하여 미완성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