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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나무 이야기

뽕나무 닮은 잡초, 뽕모시풀(Fatoua villosa) 이야기

by 모산재 2010. 11. 5.

 

가을이 되면 가장 눈에 잘 띄는 잡초 중의 하나가 뽕모시풀이 아닌가 싶습니다. 날씨가 싸늘해지며 많은 한해살이풀들이 풀이 꺾이며 스러진 자리에 뽕모시풀은 푸른 잎을 홀로 자랑하며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늦은 꽃을 피웁니다. 숲 가장자리나 들판의 덤불 주변은 물론, 길가의 풀섶이나 아파트 화단의 그늘진 구석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풀이지요.

 

 

뽕모시풀은 쐐기풀목 뽕나무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잎모양이 뽕나무와 꼭 빼닮았는데, 그래서 뽕잎풀이라고도 부릅니다. 어린 시절, 가을날 고구마 밭에 고구마를 캐러 갔다가 밭두렁 뽕나무 그늘 아래 무더기로 자라는 이 풀을 보고 뽕나무 씨앗에서 싹이 튼 어린 뽕나무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뽕나무 그늘 아래 뽕잎풀이 유난히 잘 자랐던 거지요.

 

잎 모양이나 뭉쳐서 피는 꽃을 보면 모시물통이나, 산물통이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물통이 종류가 쐐기풀과인데, 쐐기풀과와 뽕나무과가 모두 쐐기풀목에 속하니 닮은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 아차산 070713

 

 


키는 대개는 한 자 남짓 정도이지만 무릎높이를 넘어 80cm까지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줄기는 풀빛이지만 간혹 검붉은빛이 돌기도 합니다. 마주나는 잎은 넓은 달걀형으로 잎밑은 심장형에 가깝고 잎끝은 뾰족하며 잎자루는 제법 긴 편입니다. 잎 표면에는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비교적 고르게 발달하고 있어 맵시가 제법 예쁩니다.

꽃은 9∼10월에 피는데, 백과사전이나 도감에서는 암꽃과 수꽃이 섞여서 빽빽하게 뭉쳐 달린다고 설명합니다. 수꽃의 화피갈래조각과 수술은 4개이고, 암꽃은 수꽃과 섞여 4개로 갈라진 화피와 1개의 암술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찰한 바로는 암술은 실오라기 모양으로 붉은 빛이 감돌며, 수술은 하얀 수술대 끝에 하얀 꽃밥을 달고 있습니다.  

 

뽕모시풀 열매는 지름 1mm 정도로 맨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작습니다. 열매는 즙액이 많은데 봉선화 종류처럼 팽압에 의하여 종자를 내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통설과는 달리 뽕모시풀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아차산 070713

 

 


그리고 아래의 뽕모시풀은 하얀 꽃밥이 달린 수술들만 관찰됩니다. 탄천에서 만난 한 개체를 자세히 들여다 본 것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수술만 보일 뿐 암술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아래 이미지처럼 붉은 암술이 뭉쳐 자라난 사이로 흰 수술이 살짝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도감이나 백과사전의 설명대로 암꽃 수꽃이 섞여 핀 증거가 됩니다.

 

↑ 가락동 091025

  

 


좀더 자세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지만, 뽕모시풀은 암꽃 수꽃이 섞여 피는 암수한그루라는 기존의 설명과는 달리, 암수한그루이기도 하지만 암수딴그루가 혼재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뽕나무가 암수딴그루이듯 뽕모시풀도 암수딴그루로도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아래는 다 핀 모습은 아니지만, 붉은 술이 나온 것은 모두 암술로 보이는데 수술은 보이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이 꽃차례는 전체가 암꽃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