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은 귤이나 산초, 상산 등과 같은 운향과의 방향성 식물로 유라시아가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이다.
운향과 식구답게 꽃에서 강한 향이 나며 나무가 주종을 이루는 운향과 식구에서 드물게 자생하는 풀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초여름에 접어들 무렵 백선(白蘚)이라는 이름처럼 '희고 고운' 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맑고 시원스럽다.
자래초, 검화, 양선초라는 딴이름으로도 불리며 이 식물의 약효를 산삼에 비겨 신봉하는 사람들은 봉삼(鳳蔘) 또는 봉황삼(鳳凰蔘)으로도 부르기도 한다. 뿌리 생김새가 봉황을 닮았고 산삼을 능가하는 선약이라는 이야기들이 떠돌기도 한다. 꽃과 잎에서 가연성의 강한 방향물질이 방출되므로 'gas plant' 또는 'burning bush'라는 영어 이름이 붙었다. 'dittany', 'fraxinella'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째서일까, 탱자나무나 다른 귤나무 종류와는 달리 가시 하나 없는 풀에 불과한 백선의 꽃말은 뜻밖에도 '방어'이다.
백선은 전국의 야산 양지바르고 다소 습한 풀밭에 키가 낮은 잡목들과 더불어 자란다. 한국, 일본, 중국 북동부, 시베리아 동부 지역에 널리 분포한다. 높이 50∼90cm로 곧게 서며 잎은 마주나고 2∼4쌍의 작은잎으로 깃꼴겹잎인데 잎줄기에 좁은 날개가 있는 점이 독특하다. 산호랑나비 애벌레의 숙주식물이다.
꽃은 5∼6월에 흰색이나 연한 붉은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 뭉쳐 달리는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작은꽃자루에 털과 샘털(腺毛)이 있어 강한 향기가 난다. 수술은 10개이고 씨방은 5실이다. 열매는 삭과(殼果)로서 8월에 익으며 5개로 갈라지고 털이 난다.
가을에 뿌리의 겉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것을 백선피(白鮮皮)라고 하는데 알레르기성 비염, 기침, 천식, 간염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고, 해독·황달·강심제·피부병 치료제로 쓰인다. 성질은 차고 맛은 쓰고 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풀꽃나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고란초, 고란초(Crypsinus hastatus) 이야기 (0) | 2010.10.08 |
---|---|
때죽나무(Styrax japonica), 낮은 땅을 향해 피는 '겸손'의 꽃 (0) | 2010.08.03 |
소태나무(Picrasma quassioides) 암꽃과 수꽃, 소태나무 이야기 (0) | 2010.07.15 |
바다빛깔 닮은 꽃, 반디지치 Lithospermum zollingeri (0) | 2010.07.15 |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a)의 천국, 굴업도 (0) | 2010.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