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지리산 구룡계곡 (2) 용이 날아오르는 듯한 비폭동과 구룡폭포

모산재 2010. 10. 8. 10:39

 

지주대로부터 왼쪽으로 꺾이면서 북쪽으로 계곡은 이어진다. 폭포가 나타날 때까지 1km 정도 이어지는 계곡이 구룡계곡 제 7곡인데 등산로 아래쪽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이 어렵다.

 

 

비폭동 못 미쳐 등산로 아래로 폭포 하나가 살짝 보이길래 길을 벗어나 잠시 폭포가 보이는 바위 위로 올라선다. 길에서 벗어나 있고 전망할 수 있는 공간이 제대로 없다. 그래선지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이름도 없는 듯 확인할 길이 없다.

 

 

 

 

 

↓ 폭포 위쪽에서 내려다본 모습

 

 

 

 

 

 

그리고 나타나는 '비폭동(飛瀑洞)'. ' 날아오르는 듯한 폭포가 있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층층의 암벽을 이룬 샛골짜기에서 구룡천 본류를 향해 여러 갈래의 하얀 물줄기가 떨어지는 광경은 환상적인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반월봉이란 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구룡의 깎아지른 듯한 층암절벽을 낙하하며 아름다운 물보라를 날리니, 사람들은 그 모습이 마치 용이 승천하는 듯하다고 표현한다.

 

 

 

 

 

폭포 위로 보이는 하늘이 푸르기만 한데, 하늘에서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이다.

 

 

 

 

 

가뭄 탓인지 수량이 적어 다소 아쉽다. 수량이 많으면 가히 장관을 이룰 듯하다.

 

 

비폭동을 지나면 길은 갑자기 급경사의 바위 능선으로 이어진다. 바위 능선은 칼끝처럼 날가로운데, 쇠줄과 쇠난간을 설치하여 놓았다.

 

그 바위틈에도 소나무들이 뿌리를 서리고 자라고 있으니 풍경이 아름답다.

 

 

 

 

 

 

능선을 거의 올라선 곳에서 내려다보니 지나온 구룡계곡이 그림처럼 다 보인다.

 

저 멀리 구룡계곡 위에서 내려서는 '스카이웨이'도 보인다.

 

 

 

 

 

암릉의 꼭대기는 바위들이 모여 봉우리를 이루었다.

 

 

 

 

 

 

 

바위 위에 바위를 올려 놓은 듯한 이 탑바위를 최근 누군가가 '장군바위'라고 이름지은 모양인지, 그런 이름으로 소개한 글들이 종종 보인다.

 

 

 

 

 

처음 오는 길이라 구룡폭포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하기 힘든데, 반대쪽에서 내려오다 쉬고 있는 어르신들께 여쭈었더니 30분은 가야 한단다.

 

 

입구에서 막걸리잔 돌리며 기다리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니 30분이나 더 갔다가 돌아오기는 무리인 듯해 포기할까 하다가, 느낌으로는 무슨 30분이나 더 가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며 '못 먹어도 고'를 외친다.

 

 

 

 

 

다시 내리막길로 이어지면서 가파른 계곡을 내려다보며 허릿길이 계속된다. 시간이 걱정되어 발걸음은 빨라진다.

 

 

 

 

 

발 아래 숲 사이로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이곳이 구룡계곡의 제8곡일 것이다. 제 8곡은 "비폭동에서 600m쯤 올라가면 거대한 암석층이 계곡을 가로질러 물 가운데 우뚝 서 있고, 바위 가운데가 대문처럼 뚫려 물이 그 곳을 통과한다 해서 '석문추(石門湫)'라고 하며 또한 '경천벽(擎天壁)'이라 불리운다."고 하였는데, 계곡에서 떨어져 산허릿길로만 가니 석문추든 경천벽이든 확인할 수가 없다.

 

 

 

 

 

그늘지고 축축한 숲에는 가는장구채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암릉에서 내려와 골짜기의 허릿길을 탄 지 5분도 채 안 되었는데 갈림길과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럴 수가! 이정표에는 육모정3km에 구룡폭포는 20m라고 씌어 있다. 어르신들이 30분 걸린다고 했던 구룡폭포가 겨우 5분 거리였던 것.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갈림길에서 한 모롱이를 돌아서자 바로 출렁다리가 나타나고 거기에 비스듬히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는 구룡폭포가 나타난다.

 

'원천폭포'라고도 부르는 구룡폭포는 구룡구곡의 가장 위쪽에 있으며 구룡구곡의 백미로 꼽힌다.

 

 

 

 

 

폭포는 두 굽이의 물줄기를 이루고 있다.

 

위쪽의 폭포는 만복대에서 발원하여 운봉분지를 느릿느릿 지나온 물이 이곳에서 갑자기 급경사를 이룬 바위 계곡을 만나 소용돌이치며 거세게 흘러내리는 모양이다.

 

흘러내리던 물줄기가 힘차게 꺾어지면서 암반을 확처럼 깎아내고 나란히 두 개의 소(沼)를 이루었다. 용 두 마리가 어울렸다가 양쪽 소를 하나씩을 차지하고 물속에 잠겨 서로 꿈틀거리며 날아오르려는 듯하다고 하여 이 소를 '교룡담(蛟龍潭)'이라고 한다.

 

 

 

 

 

두 개의 소를 소용돌이치며 지난 물줄기는 이내 비스듬히 누운 암반을 만나 경사를 따라 흘러내린다. 폭포의 길이는 30m 정도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주하듯 미끄러져 내린다.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폭포를 바라보노라니 득음을 위해 폭포 아래서 소리하던 옛 명창들이 생각난다. 지리산을 곁에 둔 남원 땅은 호방하고 우렁찬 판소리 동편제의 발상지 아니었던가.

 

바로 이 구룡계곡은 동편제의 명창들이 소리공부를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폭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문득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깨닫고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바삐 내려간다. 시간 확인하느라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통화' 신호가 떠 있다.

 

 

급하게 내려오는 중에도 특이한 것들이 눈에 띈다.

 

동충하초(冬蟲夏草)라는 걸 처음으로 만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벌레의 몸에 올챙이 모양의 주황색 버섯이 자랐다.

 

 

 

 

 

그리고 이미지로만 보던 대벌레도 처음으로 만난다.

 

이 녀석은 풀이나 나무의 가지인 양 붙어서 자신의 몸을 적으로부터 보호한다. 머리는 좁쌀만한 데 더듬이가 어찌 저리 클까 싶었는데 더듬이가 아니라 앞발이다. 더듬이는 어디에...?

 

다리와 더듬이를 잃어도 재생된다고 하는 곤충이다.

 

 

 

 

 

골짜기를 내려오며 버섯 구경을 하고 싶어 두리번거리는데, 한여름인데도 골짜기에는 버섯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의아스럽다.

 

 

 

 

 

올 여름 비가 유난히 많았지만 이곳 지리산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은 모양으로 골짜기의 수량도 그리 많지 않고 물속의 바위와 돌에는 물때가 끼어 있어 미끄러운 지경이다.

 

 

 

 

다시 계곡 입구에서 동료들을 만난다. 그 동안 막걸리와 맥주를 다 마시고 그늘 아래 너럭바위에서 시원스레 낮잠까지 '때렸다'고 자랑이다.

 

하류쪽에 있는 춘향묘와 용소, 용호서원 등을 구경하고 싶은데 다들 배가 고프다고 빨리 점심을 먹으러 가잔다. 아쉬움을 남기고 차는 출발한다. 육모정행 버스가 자주(하루 16회) 있다니, 좋은 계절에 한번 찾아야겠다 생각하며...

 

 

남원의 변두리 손짜장을 한다는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모두들 자장면과 굴해물탕을 시켜 먹는데, 한여름 더위속 구룡폭포까지 땀흘리며 바쁘게 다녀온 탓인지 더운 음식이 입에 끌리지 않아 홀로 콩국수를 시켜 먹는다. 그런데 이게 탈이었다. 콩국 맛이 전혀 나지 않고 느끼하기만 한데, 결국 식중독으로 이어져 고생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