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함양 (1) 용추계곡의 연암 물레방아공원, 함양 약초과학관

모산재 2010. 9. 28. 03:30

 

나제통문에서 국도를 타고 함양을 향해 달린다. 덕유산자락을 타고 넘는 고개를 넘어섰는가 했더니 어느덧 3번국도로 들어섰다. 함양 안의땅인지 황석산과 용추계곡을 가리키는 도로 표지판이 나타나자, 문득 용추계곡을 찾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는 한적한 계곡을 기대하며 급 우회전하여 용추계곡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돌아나올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갓길은 몰려든 차들로 빈 자리가 없을 지경이고, 도로 아래 계곡은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중간에 돌아설 수 없어 주차장까지 갔다가 언덕에 외로이 솟아 있는 장수사 일주문만 바라보고 그냥 돌아서고 만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용추계곡이지만, 지난 겨울 함양군이 하도 준설사업을 추진하며 포크레인으로 파내고 계단식 직강 하천으로 바꾸면서 계곡의 자연석과 소나무가 어우러졌던 풍광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지자체들의 개발 욕심으로 파괴되는 자연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 연암 물레방아 공원

 

 

용추계곡을 돌아나오면서 입구에 있는 '연암 물레방아 공원'에서 잠시 차를 세운다.

 

연암과 물레방아라...? 공원의 이름이 이해되지 않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데, 알고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1792년 연암 박지원이 이곳 안의 현감으로 부임하여 재직할 때에 청나라에서 본 물레방아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서 전국으로 보급하였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물레방아 등이 믾이 생겨나고 이용이 크게 늘어나 함양을 '물레방아 고을'이라 하였다고 한다.

 

 

 

 

 

연암이 청나라를 다녀오면서 <열하일기>를 쓰고 양반사회의 문제를 다룬 소설을 10여편이나 남기고 있는 실학자이자 문인인 줄이야 알았지만, 우리 나라 물레방아의 제작 보급자라는 사실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정약용이 거중기를 발명하여 수원성을 쌓은 실천적인 실학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박지원이 중국에서 견문한 문물을 실천적으로 응용한 목민관이라는 사실을 오늘에야 알게 되다니...

 

이 연암물레방아공원의 넓이는 약 2,100 평으로, 2003년 10월에 공사를 시작하여 2004년 10월 에 준공하였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물레방아라는데, 지름 11 m 물받이 너비 1.9 m로 건물 3층 높이에 해당하는 크기이다.

 

 

 

 

 

 

앞뜰에는 연암 박지원상을 세워 놓았다.

 

 

 

 

 

↓ 연암 박지원 실적비

 

 

 

 

 

물레방아는 이제 함양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용추계곡 입구 삼거리 부근 안의면 안심마을에는 물레방아의 시발지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기리는 물레방아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안심마을은 '물레방아 떡마을'이라는 이름의 농촌진흥청 주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선정되어 2007년에는 전국 최우수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옛 분들이 잔칫날 "합천 읍내 물레방아 물을 안고 돌고 우리집의 서방님은 나를 안고 돈다." 고 흥을 내며 부르곤 했던 원 가사가 '합천 읍내'가 아니라 '함양 산천'이라는 것도 나중에야 알게 된다.

 

 

 

주차장에서 어느 버스 기사가 한여름 땡볕을 피해 짐칸을 열어 젖히고 낮잠을 즐기고 있다.

 

 

 

 

 

 

● 함양 약초 과학관

 

 

연암 물레방아공원에서 내려오다 보니 함양 약초 과학관이라는 건물이 보여 호기심에 들러 보기로 한다.

 

 

 

 

 

지역 특성을 살린 테마과학관으로서 약초 과학관을 세운 주 목적을 다음과 같이 표방하고 있다.

 

1. 함양 지리산의 약초를 테마로 한 생활과학관 설립으로 함양의 약초 과학문화 창출
2. 함양 지리산의 약초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약초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소개할 수 있는 약초 체험 과학의 메카
3. 약초 체험 생활과학관 설립 및 야외 약초 체험을 연계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함양의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지역관광 유도,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 추구

 

 

걸어나오고 있는 분이 관장인 듯하다. 1층에는 산삼과 관련된 각종 전시물이 있다.

 

 

 

 

 

2층에는 건조한 각종 약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도 있고,

 

 

 

 

각종 약초 표본도 전시되어 있다. 대개 우리 산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들이다.

 

 

 

 

 

뒷뜰에는 풀꽃과 나무들을 심어 놓았는데, 역시 귀하다 싶은 것들은 보이지 않고 수목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과 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약초 과학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용이 갖추어진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 시설은 과학기술부가 12개 테마 과학관 건립 지원 사업 중의 하나로 선정되어 안의면 하원리 공예공방 문화시설과 연계하여 국비 10억과 군비 7억을 들여 2008년 12월에 준공하였다고 한다.

 

 

 

 

함양 읍내 '○○쌈밥'집이란 간판이 달려 있는 집을 찾아 들어 점심을 먹는다. 시장 뒷골목에 있는 식당인데, 화초를 다양하게 가꾸어 놓은 뜰이 인상적이다.

 

백반을 시켜 먹었는데 가지가지로 갖추어진 반찬이 정갈한 맛을 자랑한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특히 나물들이 맛있다. 경상도 음식에 언제나 불신감을 드러내던 동행들이 모두가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