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중국 산동 (10) 샘물의 도시, 지난(제남)에서 본 황하 하류의 물굽이

모산재 2010. 9. 18. 10:21

 

공자의 도시 곡부에서 3공(공부, 공묘, 공림)을 모두 돌아보고 하룻밤을 보내고 8시경 지난(濟南)을 향해 출발한다. 호텔 프론트 옆 입간판에는 기온 33도 습도 76%라고 적혀 있다. 아침인데도 후텁지근하다. 

 

취푸(곡부)를 떠나는 버스 안에서 가이드 봉일씨는 곡부에 대해 설명한다. 곡부의 기차역은 시내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 공자의 유적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65만 인구 중 15만이 공씨일 정도로 곡부는 공자의 후손들의 도시이고 이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는 것이다.

 

취푸는 3공 외에도 수많은 유가 사상가들의 유적이 있는데 공자의 수제자인 안회를 모시는 안묘가 있고, 취푸에서 남쪽으로 약 25km 떨어진 쩌우청(추성=鄒城)은 맹자의 고향이다. 쩌우청에는 취푸처럼 맹모삼천으로 유명한 맹자의 어머니의 묘가 있는 맹모림, 맹자의 위패를 모신 맹묘, 맹자의 후손들이 사는 맹부가 있다고 한다. 

 

 

↓ 지난(제남) 가는 길

 

 

 

 

 

도중 길가에서 파는 포도를 사기도...

 

 

 

 

 

 

북으로 북으로 2시간 반을 달려 지난에 도착한다. 계획대로라면 표돌천(趵突泉, 바오투취안)으로 가야 하지만, 가이드 봉일씨 시간이 촉박하고 표돌천이 그리 볼 게 없다고 하여 표돌천은 생략하고 황하로 향한다.

 

 

머난먼 길을 달려 지난에 왔지만, 지난을 '샘물의 도시'라고 불려질 정도로 유명하게 만든 표돌천과 대명호(따밍후大明湖)를 보지 못하고 황하만 흘낏 바라보고 간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 '황하승경(黃河勝境)'이라는 현판을 단 입구의 목패방

 

 

 

 

↓ 황하풍경구 안내도(導游圖)

 

 

 

 

 

무슨 바위인지... 황하에서 채취한 바위일까...?

 

 

 

 

 

↓ '운종룡(雲從龍) 합체자'를 도안한 석비

 

 

 

'구름을 거느린 용'을 표현한 것이다. 각각 영어(Cloud accompanies dragon), 일어(龍に伴う雲), 한국어(운종룡 복합자)로 설명한 글을 새겨 놓았다.

 

 

 

'제남황하(濟南黃河)' 라고 쓴 표석이 보이며 멀리 싯누런 물결의 황하가 나타난다.

 

 

 

 

 

 

화려한 목조 패방을 세워 놓은 것으로 기대감을 높여 주었던 황하의 풍경은 의외로 평범해서 적이 실망스럽다.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란저우 등에서 상류의 황하를 이미 본 적이 있으니 별다른 감흥이 없다. 다만 '물 한 말에 진흙이 여섯 되'라는 속담이 있을 지경으로 흐르는 물에 황토 흙이 많은 것을 새삼 확인한다.

 

 

 

 

 

전체 길이 5,464㎞로 중국에서 두번째로 큰 강 황하.

 

칭하이성 바얀하르산(巴顔喀喇山) 북쪽 기슭에서 발원하여 깐쑤성·네이멍구· 산시성·허난성·을 거쳐온 물은 이곳 산동 지방을 지나서 발해로 흘러 든다. 수심이 깊고 하폭이 좁은 4천 m 대의 지형을 통과하며 거센 물결을 일으키고 홍수와 토사를 발생시키는 중상류의 물이 이곳 지난을 지나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유장한 흐름을 이룬다. 나무와 풀이 거의 없는 고원의 사막지대와 황토지대를 통과해온 강은 승천하는 황룡이 비를 내리듯 하류 지역을 실어나른 황토로 비옥하게 살찌운다.

 

 

 

 

 

↓ 강 건너편에는 '황하삼림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아래쪽으로는 황하를 가로지르는 제남대교와 철교가 보일 뿐 눈길을 끌 만한 풍경이라곤 없다. 이런 풍경일 줄 알았더라면 지난의 상징인 표돌천과 대명호를 찾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풀밭에 자라는 땅빈대

 

 

 

 

 

오랜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적을 자랑하는 산동성 성도 지난(濟南), 황하를 바라보며 그 옛날 황하문명을 생각해 본다. 이곳 제남은 후기 황하문명인 용산문화의 발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황하문명이 발생한 곳은 황하의 중하류 지역이다. 중국의 문명이 큰 강인 장강(양자강)이 아닌 황하강에서 발상하게 된 것은 고온다습하며 삼림이 무성한 양자강에 비해 황하가 실어 나른 비옥한 황토지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하문명은 흔히 앙소문화(仰韶文化, 양사오문화)와 용산문화(龙山文化, 룽산문화)로 구분된다. 칠무늬토기가 특징적이어서 '채도문화(彩陶文化)'라고도 하는 앙소문화가 황하의 중류인 허난성 앙소에서 발굴되었다면, 토기의 겉면이 검은색을 띠고 갈아서 광택이 나기 때문에 '검은간토기'가 대표적인 유물이어서 '흑도문화(黑陶文化)'로 불리는 용산문화는 산동성의 용산에서 발굴되었다. 이로부터 은(殷)나라의 갑골문자와 정교한 청동기 문화가 등장하고 춘추시대의 철기와 농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황하를 말없이 바라보다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지난시를 떠난다. 허탈한 느낌이다. 황하문명의 발상지라는 의의야 있겠지만 우리가 본 것은 그저 싯누런 황토물이 흐르는 평범한 강 풍경뿐이지 않았느냐... 

 

 

주촌 옛거리, 고차박물관과 강태공 사당이 있는 쯔보(치박)을 향해 버스는 달린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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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물의 도시, 지난(제남)

 

'샘물의 도시'로 이름난 지난. 북국의 풍광을 띤 하얼빈을 '빙성(氷城)'이라 하고, 상춘 기후를 자랑하는 쿤밍을 '춘성(春城)'이라 하 듯이 지난은 '천성(泉城)'이라 부른다고 한다. 옛사람들은 "제나라에는 맛깔 나는 샘이 많아서 천하의 으뜸이다(齊多甘泉, 甲于天下)" 또는 "집집마다 샘물이요 대문마다 늘어진 버들(家家泉水, 戶戶垂柳)"라고 기렸다고 한다. 제남의 샘물은 맛이 순하고 감미롭기로 유명하다.

 

 



지난의 샘물에는 모양과 성질과 색깔 등에 따라 저마다 어울리는 독특한 이름들이 있다. 또한 샘물은 천태만상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바퀴가 굴러가는 듯한 것도 있고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것도 있으며, 진주를 꿰어놓은 듯한 모습도 있고 빗줄기가 뿌리는 것 듯한 모습도 있다. 샘물은 가가호호를 흘러가기도 하고 큰 길이나 골목을 지나가기도 한다. 어떤 집에서는 담장에 구멍을 뚫어서 정원으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어떤 집에서는 창가로 샘물을 끌어들여서 특이한 충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수많은 집들이 샘물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마을을 흐르는 샘물을 따라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으며, 새들이 지저귀고 꽃향기가 콧속을 파고드니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속에 들어앉은 것과 같다.

이들 샘물이 만든 아름다운 풍광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지역 경제를 좌우할 정도라고 하는데 구시가 주변의 샘물만도 140여개가 넘는다. 4대샘이라고 일컬어지는 표돌천(趵突泉), 흑호천(黑虎泉), 진주천(珍珠泉), 오룡담(五龍潭)이 유명하며 이들 샘들이 모여 이루어진 대명호(大明湖)와 함께 빚어내는 풍경은 비할 곳 없이 아름답다고 한다.

바오투취안(趵突泉, 표돌천), 맑은 연못 가운데 자리한 샘으로 세 갈래로 높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평균 수온은 18℃전후를 유지하며, 겨울이면 수면에 수증기가 가득하다. 물이 맑고 투명하며 그 맛 또한 달아 과거에 건륭제로부터 '천하 제일 샘'이라는 작호를 받았다. 샘의 북쪽에는 송대에 축조된 뤄위앤탕(泺源堂)이 있고, 서쪽에는 관란팅(观澜亭)이 있다. 지난 8경 중 하나인 바오투텅쿵(趵突腾空)은 명청(明淸)시기에 최고로 여겨지던 경관이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생활 용수 수요가 증가되고 강수량이 고르지 않는 등의 문제로 1979년에 표돌천 지하 수위가 처음으로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표돌천 샘물은 솟았다 고갈되는 현상을 반복했고 고갈 시간이 최대로 986일에 달하기도 했다. 제남시는 표돌천이 고갈되는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 범위내 건설 프로젝트 제한, 지하수 개발 감소, 적당한 인공강우 등 여러가지 과학적인 방식으로 샘터를 보호해 지금까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표돌천은 2003년 9월 6일부터 다시 샘솟기 시작한 이후로는 끊기지 않았다고 한다. 

 

 

 

 

제남시 도심을 관통하는 대명호(大明湖)는 여러 샘물이 합류해 형성된 천연호수로 '샘물 도시의 명주'로 불린다. 제남시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남 3대 명승지 중의 하나이다. 호수에는 연꽃과 버들이 가득하니, "사면이 연꽃이요 삼면이 버드나무라, 성안 가득 푸른 산 빛이요 그 가운데 절반은 호수라네(四面荷花三面柳 一城山色半城湖)"라는 시구처럼 연꽃과 버들은 지난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가 되었다.

 

대명호에서는 이곳에서는 제남8경 중의 하나인 '불산도영(佛山倒影)'을 감상할 수 있다. '수면에 비춰진 불산의 그림자'이니 불산은 '천불산(千佛山)'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