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여행

중국 산동 (11) 쯔보(치박) / 주촌 옛 거리, 또는 주촌고상성(周村古商城)

모산재 2010. 9. 19. 21:10

 

 

지난(濟南)에서 잠시 황하를 구경한 다음 다시 버스는 쯔보(淄博)를 향해 동으로 동으로 달린다. 차창으로 드는 정오의 뜨거운 태양을 느끼며 졸다 깨다 하는 동안 주촌(周村) 옛 상업거리, 주촌고상청(周村古商城)에 도착한다.

 

 

쯔보의 서쪽에 있는 주촌 옛 거리는 수백 년 전, 명청 시기의 상업거리가 잘 보존되어 '중국의 살아있는 고상업 건축 박물관군'으로 평가 받는 곳이다. 소주, 항주와 함께 비단이 유명해 '비단의 고향(絲綢之鄕)'으로도 불렸다.

2001년 산둥성의 주요 관광자원으로 지정돼 대대적인 유적 보수와 대외 개방을 시작했다고 하며, 천불사(千佛寺), 대염방(大染坊), 삼익당(三益堂) 인쇄전관, 표호전람관(票號展覽館), 쯔보 예술 박물관(淄博艺术博物馆) 등이 보수되어 공개되었다.

이 밖에 당나라 때 세워진 명교사(明敎寺), 청나라 때의 괴성각(魁星閣), 천하에 이름을 떨친 '팔대상(八大祥)' 이란 옛 상점과 '동방상인'이라 불리던 맹락천(孟樂川)의 고택, 후이룽차오(汇龙桥)등이 늘어서 있다.

 

 

 

주촌 옛거리 입구는 새로 난 도로(新建中路)에 있다. 왼쪽의 큰 입간판에는 '주촌고상성(周村古商城)'이란 정식 명칭이 씌어 있다. 이곳을 드나드는 유일한 출입문 패방에는 '큰거리'라는 뜻의 '따지에(大街)'라고 적어 놓았다.

 

 

따지에는 주촌 거리의 북쪽에 있어서 남쪽 방향으로 걸으며 돌아보게 된다.

 

 

 

 

 

도로 맞은편 대각선 방향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푸른 그믈을 드리우고 있는 절이 보인다. 몹시 궁금했지만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는데 아마도 '천불사'가 아닐까 싶다.

 

 

가이드 봉일씨가 붉은 창이 있는 건물, 여행자 센터(遊客中心)에서 바쁘게 수속을 하고 뛰어오고 있다.

 

 

 

 

 

당나라 때 세워진 천불사는 지난(제남)의 영암사를 연상시키는 생생한 표정의 다양한 나한상이 있는 천불각이 유명하다고 한다. 당송 시대부터 주촌은 사원 건축과 상업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세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러 종교의 사원, 또는 사당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로부터 경제가 확장되기도 헸다고 한다. 이러한 중심에 천불사가 있었다고 한다.

 

 

 

패방을 지나자 바로 따지에로 이어진다.

 

 

 

따지에 입구에는 한마두(旱碼頭) 안내도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포스터가 여럿 있어 이곳에서 많은 영상물이 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한마두'가 무엇일까. 사전에도 없는 말이어서 '마두(碼頭)'를 찾아보니 중국어로 '부두'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마두'는 '물이 없는 부두'다.

 

 

 

 

알고 보니 바다가 아닌 이곳 주촌이 교역의 중심지가 되면서 '한마두(旱碼頭)'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이름의 TV 시리즈물이 유명해지면서 '주촌고상성'이란 딱딱한 이름 대신에 '한마두'란 이름으로 널리 불리게 된 모양이다.

 

'도유도(導游圖)'에는 여러 거리의 이름과 돌아볼 만한 건물들의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주촌 고상성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해 놓았다.

 

'주촌 고상성'은 완벽하게 보존된 명청시대의 건축이며 중국 역사상 상업이 번영한 뮬류 집산지라는 것. 1750년 건륭제가 '천하제일촌'이라 이름을 내렸다는 것, 완벽한 명청시대 상업거리시장 건축군으로 많은 영상 제작을 흡인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곳은 '진저우춘(金周村)', '한마터우(旱碼頭)'로 불린다는 것 등...

 

이곳에서 장이모 감독의 1994년 영화 '인생(活着)'과 '대염방(大染坊)', '틈관동(闖關東)'이 촬영되었고, 인기 TV 드라마 시리즈 '한마두(旱碼頭)'도 촬영되었다고 한다. 

 

 

따지에(대가) 입구에 청나라 시대의 우체국 대청우국(大淸郵局), 삼익당 인쇄전람관이 나란히 있다.

 

 

 

 

 

 

뒤쪽으로는 영상도구를 제작하는 가게, 도장을 파는 가게 각장(刻章) 등이, 왼쪽에는 다장(茶莊)이 있어 기나긴 근대를 뛰어넘어 마치 명청시대의 풍경 속으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이다.

 

 

 

 

 

주촌 옛거리(周村古商城)는 큰거리(大街), 실시장거리(絲市街), 은자시장거리( 銀子市街), 비단시장거리(綢市街)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지금 걷고 잇는 큰거리, 따지에는 주촌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상업거리이다. 명 영락제 때(1410년)건설되어 청나라 때인 1636년에 초보적인 큰거리 모형을 갖추어졌고 청나라 후기에 상업무역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샤오빙(燒餠) 가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일행으로부터 떨어진 채...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에서 단정한 용모를 한 두 여자분이 전병을 빚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샤오빙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둥글거나 네모진 모양으로 평평하게 만들어 구운 중국의 빵인데, 중국에서 아침식사로 더우장(豆漿)과 함께 자주 먹는 음식이다. 한나라 때 반초(班超)가 서역으로 가면서 전해진 음식이라고 한다.

 

참깨를 뿌려 노릇노릇 구워서 만든 즈마샤오빙(芝麻燒餠)이 대표적인데, 이곳의 샤오빙도 이런 종류의 샤오빙으로 보인다.

 

앞에 서 일하던 아주머니가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내게로 향하는 줄도 모르고 사진을 몇 번 찍는다.

 

 

 

 

 

나중에야 사진을 찍지 말라고 내게 한 말이었음을 알아챘지만 이미 셔터를 누른 다음이다. 전병을 굽는 기계에 사진 찍는 것을 사절한다고 붉은 글씨로 써 놓았는데, 그걸 알아보지 못했으니... 알고보니 '박조(拍照)'는 '사진 촬영'을 뜻하는데, 카메라폰을 중국어로 '拍照手机'라고 한단다.

 

 

 

 

미안한 표정을 짓고 "씨에씨에(謝謝)" 한마디 남기고 돌아설 밖에...

 

녹즙다원 앞에 놓인 커다란 차 주전자와 찻잔이 흥미롭다. 상호 아래 붉은 메뉴판에는 꽃잎차(花茶), 녹차(綠茶), 우롱차(烏龍茶) 등의 메뉴가 수십 가지 적혀 있다.

 

 

 

 

 

그리고 금방 나타나는 뜻 모를 이름, '瑞蚨祥'이라는 간판. '서부상'이라니... 무얼 하는 가게일까.

 

주련처럼 출입구 양쪽에 써 놓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紫白紅黃皆悅目 麻綿毛葛總因時'. 풀이해보면 '보라 하양 빨강 노랑 모두 눈을 즐겁게 하고 마직 면직 모직 갈포가 다 시절에 따르고 있다.'는 것. 여러 가지 색깔과 여러 종류를 갖춘 옷감 가게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그런데 실내로 들어서니 뜻밖에도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안쪽 벽 안에는 직물로 만든 갖가지 상품들이 보관되어 있다. 무대와 직물제품이라... 문 옆에는 '瑞蚨接近財 祥氣召遠福(서부가 재물에 다가서니 상서로운 기운이 멀리 있는 복을 불러들인다.)'이라 써 붙였으니 상호인 '서부상'으로 소망을 표현한 것이다.

 

안쪽 벽의 금빛 네모판에는 '至誠至上 貨眞價實 言不二價 童臾無欺'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정성을 다해 최상의 상품으로, 재화가 참되면 가치도 충실하고, 이중으로 값을 부르지 않으며 어린이라도 잠시 속임이 없다.'는 것이니 상업 거래의 정도를 밝힌 글이다.

 

 

입구쪽 벽에는 '마술(魔术)'이라 적혀 있고 오전 오후에 메 30분마다 공연한다고 시간표까지 적혀 있다. 무엇을 공연하는 것인가. 그 비밀은 무대 앞쪽의 황갈색판에 나타나 있다. 제목은 '청부전기(靑蚨傳奇)'이고 부제는 '백년서부상(百年瑞蚨祥)'이다. 가게 이름이 '서부상'이니 가게의 백년 역사를 기록한 글인 듯하다.

 

'전기(傳奇)'는 비현실적인 기이한 이야기인데 '청부(靑蚨)'는 무엇일꼬? 그 답이 무엇이든 이 공간에서는 '청부전기'와 관련된 모종의 연희를 했음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

 

 

 

 

 

의문을 안고 있다 나중에야 여기저기 찾아보고 확인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것이다.

 

 

'서부상(瑞蚨祥)'은 중국어로 '루이푸샹'이라고 발음한다.('서'가 '루이'로 읽히는 것이 특이하다.) 루이푸샹은 청대 말기에서 민국 초기에 중국 전역에 이름을 떨친 대상인 맹낙천(孟洛川)이 경영한 주단 전문점이다. 맹낙천은 맹자의 68대손으로 상인과 유가 가풍이 혼합된 가정에서 태어나 "덕을 본위로 하고 의를 앞세우고 의로써 이익을 꾀한다.(以德爲本 以義爲先 以義致利)"는 경영원칙으로 최고의 상인이 되었다.

원래 1862년 가업을 이어받은 18세의 맹낙천은 지난(제남)에서 처음 루이푸샹(瑞蚨祥)이란 이름으로 가게를 연 뒤 칭다오, 톈진을 거쳐 베이징에까지 진출한다. 맹낙천은 고서 <수신기>에서 매미를 닮은 깡충이(青蚨)란 곤충이 알을 낳고 피를 발라 놓는데 다른 벌레들이 알을 훔쳐가면 알이 간 곳을 반드시 찾아낸다는 이야기에서 '청부가 알을 찾아오듯 투자한 밑천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의 청부환전(青蚨还钱)을 상호에 써서 루이푸샹을 열었다. 루이푸상은 그가 경영한 팔대상(八大祥)의 선두가 되었다. 팔대상은 '상(祥)'자가 들어가는 8개의 비단 포목점을 말한다.

서부상은 항상 제품의 최고를 추구하였으며 계층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다양하게 공급하였다. 특히 꽃무늬 천이 인기가 많았는데 질 좋은 실을 선택하여 모두 소주의 지정한 방직공장에서 짜고 염색하여 질 관리를 하였다고 한다.

리고 또 하나. 부유한 고객에게는 거래 내역을 장부에만 기록하고 현금을 받지 않고 있다가 일 년에 세 번, 설날, 단오, 추석 때에 결산하도록 배려했다 한다.

 

 

 

루이푸샹을 나와 조금 걸으니 건너편 '화안다장(華安茶莊)' 지나 담배 회사 건물이 나타난다. 나무 그늘에 솟아 있는 하얀 유럽식 건물이 그것인데, 미연초공사(英美煙草公社)'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555', '希爾頓(힐튼)', '健牌(켄트)'등 나란히 달려 있는 담배 간판이 눈길을 끈다.

 

 

 

 

 

가게 앞에 방치되어 있는 수레바퀴, 석조물들이 눈길을 끈다. 가운데 목조건물 안에는 직조기가 놓여 있다.

 

 

 

 

그리고 큰거리 따지에 끝나는 곳임을 알리는 패방이 거리의 끝에 높이 서 있다.

 

 

 

 

 

T자형 길이 나오는 이곳에서 따지에는 끝난다. 패방을 나서면 연예광장이 나오고, 샤오빙방을 돌아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서쪽 길은 흥륭가(興隆街)로 계속 가다보면 비단박물관(絲綢博物館)이 나온다. 그리고 왼쪽으로 꺾어지는 서쪽길은 '실 시장거리(絲市街)'이다.

 

실 시장거리는 명나라 초에 형성된 잠사 시장길로이다. 이곳 주변에는 예전에는 뽕나무가 수십 만 그루가 있어 누에고치를 생산했다고 한다.

 

 

연예광장에서 돌아본 따지에. 패방에는 '한마두(旱碼頭)'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대가와 흥륭가, 사시가가 만나는 삼거리는 주촌의 중심을 이루는 곳으로 연예광장이 자리잡고 있다.

 

연예광장 한쪽에는 이렇게 고풍스런 전각 양식의 무대가 마련되어 있다. 무대 한쪽 벽에는 '한마두(旱碼頭)'라는 방송 드라마의 장면들을 담아 놓았다.

 

 

 

 

 

그리고 무대 왼쪽 마당 끝에는 육각형 돌비석, '금일무세비(今日無稅碑)'가 서 있다. '오늘은 세금이 없는 날'이라는 뜻이다. 청나라 때부터 이 거리에서 '세금 없는 날'이 시행된 것에 얽힌 이야기가 새겨져 있는데, '리화시(李化熙)'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리화시(李化熙)는 주촌이 상업도시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명나라 때 지방 민정과 군정을 순시하는 관직인 순무(巡撫)를 지내다가 청나라가 들어선 뒤 형부상서까지 맡았던 리화시. 그는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 주촌으로 돌아와 주촌을 중국 역사상 첫 보세구(保稅區)로 만들었고 각지의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주촌은 천하의 재화가 모여드는 교역 중심지, '한마두(旱碼頭)'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금일무세비 앞에서 붉은 옷을 입은 노인이 염주처럼 생긴 무거운 체인을 걸고 돌리고 있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연예극장 무대 옆 나무 그늘 아래에는 귀뚜라미를 파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어린 시절 중국인들은 귀뚜라미를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는데 사실임을 오늘에야 확인한다. 

 

 

 

 

특이하게도 풀빛이 감도는 귀뚜라미가 아니라 여치나 베짱이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야채를 잘게 쓸어서 사료로 쓰고 있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