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550d에 시그마 17-70을 장착하는 것으로 풍경과 야생화 접사를 동시에 해결하려던 나의 야무진 꿈은 며칠만에 접고 만다.
풍경이나 인물은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야생화 접사에는 너무도 많은 한계를 드러낸다. 아직 카메라에 익지 못한 탓도 있겟지만, 작은 꽃들의 암술이나 수술 등 세밀한 표정을 또렷이 드러내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그냥 하이엔드로 만족할 걸 그랬나, 비싼 돈 들이고 이게 뭔가. 심란해 하다가 결국 두 주쯤 지난 뒤에 인터넷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캐논 100 마크로 렌즈를 덥썩 구입하고 만다.
5월 19일 렌즈가 도착하자마자 시험촬영해 본다. 우선 집 입구에 핀 컴프리부터 담아본다. 초점 형성이 얼마나 편한지...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어져 가는 시간임에도 대모산 언덕의 꽃들을 찾아 나선다.
풀밭 언덕 입구 놀이터에 마로니에나무에 마침 꽃이 피어 있어 렌즈를 들이대 본다.
밝게도 찍어보고 어둡게도 직어보는데 아직은 심도 조절은 천천히 익혀볼 일이다. 나무가 높으니 담는 데 한계가 있다.
기대를 갖고 올봄 처음으로 찾은 대모산 묏등 언덕은 묘지 단장 하느라고 모조리 밀려 새 잔디로 갈아 입혀져 있는 살풍경이 되어 있다. 풀꽃들의 천국은 사라져 버렸다. 할미꽃, 조개나물, 붉은조개나물, 살갈퀴, 쇠채, 둥굴레, 갈퀴나물, 밀나물, 선밀나물, 으아리 등 온갖 풀꽃들이 지천이었는데...
서쪽 언덕 일부는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긴 하였지만 눈에 띄는 것은 붓꽃 정도이다. 꽃이 큼지막 하니 담기가 퍽 수월하다. 얕은 심도로 담는 꽃이 썩 마음에 든다.
배경과 잘 분리가 되지 않는가느다란 수영 전초도 생각보다 잘 잡힌다. 바로 뒤에 울처럼 둘러선 보리수나무를 생략하려는 것까지는 잘 안된다.
아직 카메라 기능에 익숙치 못하여 조리개값과 셔터스피드 노출, iso 등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시간을 바쳐야 해결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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