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할미밀망, 말발도리, 물참대, 감자난, 눈개승마, 큰앵초, 자란초

by 모산재 2010. 6. 19.

 

오늘은 지방선거일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천마산을 찾기로 마음을 먹은 터라  일찍 투표소로 향한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북한 어뢰 공격이라 몰아 부치며 정권이 나서서 북한에 대한 보복 전쟁 불사를 부르짖는 시대착오의 광풍 속에 선거는 시작되었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운데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여덟 개의 기표를 해야하지만 한 표는 기권하고 말았다. 참신함이나 교육자다운 품성을 찾아볼 수 없는 교육관료들만 줄줄이 나선 교육의원은 찍어주고 싶은 인물이 없는데, 그 중에는 여학생과 여교사를 성추행해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황 아무개란 교장 출신도 버젓이 끼어 있지 않은가.

 

 

투표를 마친 뒤 배낭을 꾸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러고 보니 천마산은 올해 들어 첫걸음이다. 해마다 여러 번 찾았던 산이었는데... 

 

강변역으로 나가 호평동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일 년도 채 못 되었건만  몇 번 버스를 탔는지, 중앙 차선에서 탔는지 인도 차선에서 탔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니 원... 

 

확인해 보니 버스 번호가 변경되었다.

 

 

 

호평동 수진사 입구 골짜기는 고층아파트 공사가 한창 징행 중이다. 골짜기를 다 깎아낸 자리에 고층 콘크리트 건물이 솟아올라 천마산 스카이라인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아래쪽의 남은 임야지에도 건축 허가가 난 것인지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숲 입구에 걸려 있다. 참으로 탐욕스런 자들의 미친 짓이 거침없이 행해지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 하늘빛 여린 생명 산골무꽃이 피었다. 

 

생명세상을 무자비하게 깔아뭉개고 솟아오르는 콘크리트 세상을 바로 앞에 바라보며...

 

 

 

할미밀망이 한창이었다.

 

 

 

국수나무 꽃도...

 

 

 

임도를 따라 걸어 오르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곤충을 만난다.

 

도토리거위벌레인가 했는데 머리 모양이 다른 것 같고.. 아니면 바구미 종류인지...

 

 

 

할미밀망

 

 

 

 

환한 햇살을 받으며 연보라 오동꽃이 아직도 피어 있어 반갑다.

 

 

 

물참대와 말발도리, 두 나무를 다른 곳에서 만난다. 같은 범의귀과로 닮아서 혼동하기 쉬운 나무...

 

아래와 같이 암술대 밑이 황색이고 수술대가 긴 사각형이면 말발도리라 한다. 양지쪽에서 만난다.

 

  

  

 

음지쪽 골짜기를 들어서니 물참대들 꽃 천지다. 

 

암술대 밑부분이 녹색이 감돌면 물참대이다. 물참대는 수술대 모양이 긴 세모꼴인데 수술대가 펼쳐진 모양이 왕관 같다.

 

 

줄기 속은 아래처럼 비었다.

 

 

 

벌깨덩굴 꽃이 아직도 남아 있어 괜스레 반갑다.

 

 

 

는쟁이냉이도 꽃 한 송이를 달고 있다.

 

 

 

제철이 아닐 때는 이런 허접한 꽃들도 반가워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마음 속으로 잔뜩 기대하고 왔는데 과연 감자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군데군데 볼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뿌리줄기가 꼭 감자처럼 생겨 이름조차 감자난이 되었다.

 

 

 

 

물참대 꽃이가 많이 피어 있어 자꾸만 렌즈가 향한다.

 

 

 

 

다섯 갈래의 잎이 언뜻 보이길래 산삼인가 싶어 다가섰더니 오갈피나무...

 

 

 

터리풀 넓은 잎에 날아다니는 이 곤충은 무엇?

 

 

 

갓 피기 시작한 눈개승마꽃이 골짜기를 가득 패우고 있었다. 아직은 거의 수꽃들만 보인다.

 

 

 

 

노랑제비꽃도 한 송이 노란 꽃만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만난 사초 종류...


고기가 낚싯줄에 걸린 듯 이삭이 드리워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알아보니 낚시사초, 쇠낚시사초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 이미지... 깊은 산골에 자라는 것이니 일단 낚시사초로 동정해 본다.

 

 

 

다시 물참대... 나무껍질이 불규칙하게 벗겨지는 것도 한 특징이다. 

 

 

 

 

선밀나물 수꽃 

 

 

 

지장보살이라고도 하는 풀솜대 하나가 늦게까지 제법 싱싱한 꽃을 피웠다.

 

 

 

산비탈 곳곳에는 꿩고비 황갈색 생식엽이 새깃처럼 솟아올라 있다.

 

 

 

 

곱게 잘 익은 올괴불나무 붉은 열매가 환한 햇살에 모습을 드러낸다.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은 별로다.

 

 

 

큰앵초 자생지가 훼손된 것인지 꽃이 보이지 않아 낙담한다. 그 많던 꽃들이 또 어느 탐욕스런 자의 손을 탄 것일까.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서 오다 쓸쓸한 마음에 들어선 다른 숲에서 이 한 개체만 발견했을 뿐이다. 안타깝다...

 

 

 

 

점박이천남성

 

 

 

정상 가까운 곳에는 아직도 노린재나무 꽃이 피어 있다.

 

 

 

층층나무꽃은 이제 피기 시작한 모습이고...

 

 

 

예년 같으면 자란초가 활짝 피었으련만 이제 꽃봉오리가 올라 왔을 뿐 꽃을 피운 것은 몇 되지 않는다.

 

 

 

하산하는 길에 만난 고광나무 꽃

 

 

 

 

큰꽃으아리는 거의 지고 있는 모습이다.

 

 

 

 

층층나무꽃

 

 

 

 

붉은 빛깔을 곱게 머금은 찔레꽃을 만난다. 남한산성 주변에서 한번 만나고 몇 년만에 보는 흔하지 않는 꽃이다. 

 

 

 

 

연분홍 찔레꽃을 마지막으로 등산로를 벗어난다.

 

 

선거 결과가 어찌되었는지 몹시 궁금...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개표 방송이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변 선생님으로부터 오래 전 정년퇴임하신 곽 선생님 사모님이 별세하셨다는 부음을 듣는다. 갑작스레 무슨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