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홍릉수목원의 골담초, 창포, 대황, 구문초, 쥐오줌풀, 양고추냉이, 민백미

모산재 2010. 5. 27. 21:49

 

스승의 날,

참 불편한 날.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은 날.

홍릉수목원이나 한 바퀴 돌며 기분전환하기로 한다.

 

십 년 전의 제자였던 아이로부터 전화가 온다. 자그마한 몸집에 까만 눈이 예뻤던 아이, 벌써 대학 4학년이라고 하니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수목원으로 찾아와 함께 돌아보기로 한다.

 

 

 

수목원으로 향하는 길, 담장 밖 보도의 경계석 틈 사이에 괭이밥이 군데군데 노란 꽃을 피웠다.

  

 

 

 

 약초식물원 입구의 골담초는 벌써 꽃이 한창 때를 지나고 있다.

 

 

 

천남성과로서는 잎이 좁은 나란히맥을 가진 창포가 불염포가 없는 육수꽃차례의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약초식물원 꽈리 밭에 자라난 이 사초의 이름은 뭘까...

 

 

 

3년 전 처음으로 심어질 때 연약하던 모습의 대황이 단단한 줄기를 뽐내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직은 암술과 수술을 구별해내기 어려운 모습으로 꽃이지 싶은 부분은 붉은색 망울을 살짝 내밀었는데, 소리쟁이속 식물이 대개 그러하듯 요 녀석의 꽃을 잡아내기는 어렵지 싶다. 

 

 

 

 

황새냉이속으로 보이는 하얀 꽃들이 잡초처럼 피어 있는데, 이렇게 뭉쳐서 핀 모습을 보이는 꽃이 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카메라를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아서 촬영에 신경쓰다 보니 잎모양을 담지 못하고 말았다. 잎모양을 알아낸들 논냉이, 황새냉이조차 구별 못하는데 뭔지 알아낼 수 있을려나...

 

 

 

 

약초식물원 오른쪽 둔덕 작은 수조 속에 질경이택사가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다.

 

 

 

뜻밖에 말로만 듣던 구문초가 자라고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그런데 워낙 작은 풀이라 범용렌즈로 잎겨드랑이에 핀 하얀 꽃을 담기가 너무도 어렵다. 낑낑대며 요놈을 담느라고 수조 쪽으로 발을 걸치고 용을 쓰는데 수목원 알바 안내원 아가씨가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를 보낸다.

 

그렇게 용을 쓰고서 담은 모습이 요따구다. 에-헐~

 

 

 

 

늘 보았던 양고추냉이가 꽃이 핀 것은 처음으로 만나 얼마나 반가운지... 너풀너풀 풍성하고 커다란 잎이 부끄럽게도 하얀 꽃들이 너무도 작아서 민망하다.

 

    

 

 

화사하게 내리는 햇살 아래 타래붓꽃이 타래타래 피었다.

 

 

 

개망초, 봄망초가 아닐까 싶은 녀석이 색다르게 아름다워 보여 셔터를 눌러 본다.

 

 

 

쥐오줌풀은 내 세상이로다 하고 맘껏 흐드러지게 피었다.

 

  

 

 

수목원의 그늘진 땅은 긴병꽃풀이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약초식물원에서도 적잖이 보이는데 관목숲에는 아주 여봐란 듯 대군락을 이루고 앙증스런 꽃들을 피우고 있다. 


 

 

도깨비부채는 떡쑥의 일부인 듯한 노란 꽃망울울 올린 채 하얀 꽃술을 드러내며 활짝 필 날을 기약하고 있다.

 

 

 

은방울꽃들이 무성히 피었으되, 익숙하지 못한 카메라로 그 앙증맞은 하얀 꽃의 미감을 표현하지 못해 내내 절망하고 만다.

   

 

 

 

약초식물원에서 마지막으로 맞은 꽃은 민백미꽃. 범용렌즈로 선택한 시그마 17-70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 하얀꽃의 색감이 뭉개지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서고 만다.

 

 

  

 

 

 

매크로 접사렌즈를 구입해야겠구나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여러 가지 기능이 편안하기만 했던 하이엔드카메라가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옆에서 옛날의 선생님이 열심히 꽃을 찍어대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워 하는 제자가 없었다면 짜증을 많이도 냈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