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시대 건너 가기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을 모독하는 이명박 정권

모산재 2010. 5. 19. 14:22

 

축하 화환 보내고 방아타령 들려주며 5월 영령들을 모독하는 실성한 정권

 

 

어이없고 기가 막힌다. 실성한 정권이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수 천의 꽃다운 목숨이 총검에 의해 무참히 죽어간 광주의 비극이 어제인 듯 생생한데, 30주년을 맞이한 광주 영령 앞에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서 '방아타령'을 연주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30년 동안 5.18 추모곡으로 불려왔고, 2004년부터는 정부의 공식 기념식에서 불려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 정권은 뜻 깊은 30주년 기념식에서 없애버리고 어이없게도 경기 민요 '방아타령'을 연주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5.18유가족 대표의 '5.18민주화운동 경과보고' 순서까지도 없애버렸다.

 

 

민주 영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흥겨운 방아타령이라니. 30년이 흘러도 그날의 고통을 잊지 못해 통곡하는 한편에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글을 대독하고 " 엣다 좋구나. 영산홍록(映山紅錄) 봄바람에 넘노나니.... 나는 나비 우는 새는 춘광춘흥(春光春興)을 에헤라 자랑한다." 하며 흥타령을 부르는 가운데 퇴장한다 하니 미쳐도 보통 미친 것은 아니겠다.

 

걸핏하면 국격을 들먹이는 이 정권의 실성한 듯한 행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집권당 대표라는 정몽준은 5.18 민중항쟁 30주년 서울기념식이 열린 서울광장에 오색 찬란한 화환을 보냈다. 언론에서는 실수라고 하는데 과연 실수였을까? 이런 실수가 가능할까? 일자무식 무지렁이도 초상집에 이런 화환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본능으로 안다.

 

 

▼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이 보냈다는 화환 (출처: http://spic.kr/UXnt25)

 

 

 

 

우연이라고 볼 수 없는 두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 것은 5,18민중항쟁의 의미를 훼손하고 폄하하려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의도가 반영된 것임을 누가 의심할 수 있겠는가.

 

 

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온시하는 당국의 태도에 5.18 관련 단체들이 격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광주 민중항쟁의 불꽃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노동현장에서 숨진 박기순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 1981년 망월동 묘지 영혼결혼식장에서 처음 불렸던 이 노래는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투쟁의 현장에서 언제나 불려졌던 반독재민주화의 상징이 된 노래 아닌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결국 5.18 유족회와 5.18 부상자회, 5.18 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 대표들은 광주정신을 부정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 방침에 항의하여  정부 주관의 기념식에 불참하고, 기념식장 입구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여론의 호된 비판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식전에 연주하고 '방아타령' 대신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연주하는 것으로 면피하고, 정 총리 입장 때는 가곡 ‘금강산’이 연주했다고 한다. 가곡 '금강산'도 5.18행사에 그리 어울리는 곡은 아닐 것이다.

 

방아타령을 선정한 이유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답변은 더욱 실소를 자아낸다. "'방아타령'은 그동안 국가 행사에서 연주돼 왔던 곡"이라며 "국가 행사시 주빈이 입장하고 퇴장할 때 자주 사용하는 노래"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조상 기일을 맞이하는 날이면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부르며 춤을 추고 노는 모양이다.

 

5.18 관련 단체가 외면한 기념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가 대독한 기념사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연약한 싹은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밑거름 삼아 우람찬 거목으로 자라났다."며 "광주시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화가 평화적으로 성취되었다"고 낯간지러운 찬사를 늘어 놓았다고 한다. 5.18 정신을 모독하고 민주주의를 처절히 짓밟으며 군사독재정권시대로 되돌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는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미얀마에서도 불려지는 민주화 운동의 명곡이 되었다고 한다. 2005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지 여사의 60번째 생일을 맞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미얀아어로 부른 음반이 발매됐다. 수록된 음반에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단체 '버마 행동' 한국지부 활동가가 작곡한 곡을 포함, '바위처럼' 등 10곡이 미얀마어, 한국어, 영어로 번역돼 CD로 제작, 미얀마 국내외에 배포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