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치앙마이 (5) 카렌 마을 내려오는 길, 매왕 강 대나무 뗏목 타기

모산재 2010. 4. 29. 10:24

 

1월 20일 목요일

 

오전 반나절이 지날 무렵, 카렌 마을과 작별하고 떠난다. 떠나기에 앞서 주인 내외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다. 학교에 가고 없는 꼬마 녀석들도 함께 섰더라면 더 좋았을 걸...

 

아저씨는 말수가 별로 없이 무표정하게 묵묵히 일만 하는 양반이다. 하지만 내가 주변의 풀꽃나무들 사진을 찍는 걸 보며 집 주변에 심어진 망고나무와 솜나무 등 열대 과일나무 이름들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 주는 자상한 성품을 가졌다. 

 

아주머니는 붙임성이 좋은데 늘 담배를 물고 다니며 가사일을 하는 걸 보면 아주 골초이지 싶다. 손수 바느질하고 뜨게질한 물건들을 내놓고 팔아달라고 하기도 한다. 100 바트 안팎이니  그리 비싼 것도 아니다.

 

두 분 다 나이는 40대 후반이다.

 

 

 

오늘 일정은 어제 출발했던 샨(Shan) 마을로 되돌아가서 매왕(Mae Wang) 강에서 대나무 뗏목 타기(뱀푸 래프팅)를 마치고, 치앙마이로 돌아가서 저녁에 비행기를 타고 방콕으로 가는 것이다.

 

 

주인 부부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 엊저녁에도 오고 아침에 왔던 정든 초등학교길로 접어든다. 어제 올 때와는 다른 길로 샨(Shan) 마을로 돌아가게 되는데, 말하자면 산 줄기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골짜기를 올라와 너머쪽 골짜기로 내려가는 셈이 된다.

 

마을과 학교를 잇는 이 길 주변의 땅들은 학생들을 위한 실습지인 듯 여러 작물들을 심어 놓고 이름표들을 붙여 놓았다.

 

 

 

앞장 서서 가던 외국인들은 학교를 처음 만나는 것인지모두들 교실 쪽으로 몰려든다. 선생님들의 양해를 구하는 법도 없이 교실 안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곳 교사들이나 아이들은 이미 익숙한 것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초등학교 앞을 지나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능선 입구는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쭉쭉 벋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무성한 잎새 사이로 스며든 아침햇살과 서늘한 바람이 살갗을 어루만지는 숲길을 걷는 기분은 너무도 상쾌하다.

 

 

 

그리고 산허리를 비껴서면서 마을을 벗어났다. 계단식 논이 있는 작은 들판이 나타나고 그 끝에는 온통 마른 풀로만 덮인 민가 몇 채가 보인다. 나무로 벽을 둘렀던 마을의 집들과는 많이 다른 집 모습이다. 

 

꼬불꼬불 논둑길을 따라 걸으니 초등학교 시절 소풍가던 길을 걷는 기분이다. 전봇대와 전깃줄, 슬레이트와 유리창 등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세계, 이제 우리 땅에선 사라져 버린 세상을 우리는 걷고 있다.

 

 

 

뜻밖에 민가 옆으로는 개울물이 흐르고 있고 작은 폭포가 있다. 한낮에 가까워져 햇살은 뜨겁고 걸어오느라 땀을 흘렸으니 자연스레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

 

민가 옆 물가 바위 위 커다란 나무 아래엔 지붕 재료인 커다란 참나무 잎들을 사람 키높이 만큼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우리는 폭포옆 커다란 바위 위 나무그늘에 앉아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곱게 쉬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서양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또 훌러덩 옷을 벗어제끼고 수영복차림으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일부러 외면할 수도 없잖은가... 우리는 그다지 원치 않아도 서양인들의 벗은 몸매를 감상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의 몸이 출연하는 사진은 안 찍었다.

 

  

 

 

이곳에서 외국인들 팀 중 2박 3일 일정으로 온 일부는 폭포 아래 방향으로 떠났다. 아마도 그곳에는 메오족=몽족 마을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노르웨이인 부부와 캐나다인 커플 그리고 외국인 팀과 함께 했던 유○근이라는 한국인 청년, 이렇게 다섯 사람과 함께 다시 메마르고 가파른 산비탈을 향해 오른다.

 

산 능선에 가까워지니 카렌 사람들이 지붕을 이었던 넓은 잎을 가진 나무들이 흔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짐작했던 대로 참나무 종류이다. 우리 나라에는 없는 종이지만 수피나 잎의 모양이 참나무 종류임에는 틀림 없다. 저렇게 높이 자라지 않은 키작은 나무들도 많은데, 그런 나무들일 수록 잎은 더 크게 달려 있다.

 

 

 

다시 힘겹게 오른 능선에서는 내리막길만 줄곧 이어진다. 언제 왔는지 모르게 엊저녁에 사라졌던 누렁이가 나타나 다시 우리와 함께 한다. 샨마을에 내려 갔다 온 것인지 카렌 마을에서 홀로 지샌 것인지 알 수 없는데, 여하튼 길 안내를 자처하는 녀석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갸륵하다.

 

앞장 서 산길을 내려가다가 풀꽃들 관찰하는 사이 뒤따르던 노르웨이인 부부가 앞지른다. 그런데 보니 노르웨인인 부인이 배낭을 등에도 메고 가슴에도 멘 샌드위치맨이 되어 힘들게 걷고 있다. 웬 배낭을 둘씩이나 메고 가지...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배낭만 메고 간다. 모른 척하며 가다가 뒤따라오던 유○근 씨와 함께 걸으며 배낭 이야기를 하니, 유○근 씨가 그게 자신의 배낭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의 등에 배낭이 없다.

 

사연인즉 유○근 씨가 폭포에서 산비탈을 올라 올 때 갑자기 뒷머리가 당기고 어지럼증을 느끼며 힘들어하자 노르웨이인 부인이 배낭을 받아 메었다는 것이다. 길이 많이남아 있는 것같아 배낭을 내가 메겠다고 한다. 괜찮다며 극구 손사래치다가 결국 넘겨 준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에 내려설 때까지도 유○근 씨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여 사혈(피뽑기)을 할까 했는데 마침 노르웨이인 남편이 투석용으로 쓰던 주사기가 있어 사혈을 할 수 있었다.

 

산을 내려와 샨(Shan) 마을로 들어서는 큰길에서 노르웨이인 남편이 내게 의사(docter)냐고 묻는다. 억양이 어찌나 강한 금속성인지 처음엔 의사(docter)가 아니라 독도(Dokdo) 이야기 하는 줄 알았다.

 

  

다행히 유○근 씨는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샨 마을에 도착할 무렵 우리를 따르던 누렁이는 또 어느 사이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샨 마을의 식당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씩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점심을 먹는다. 이 선생님은 라면을 끓여 함께 하산했던 사람들이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진다.

 

 

▼ 왼쪽은 노르웨이인 남자. 오른쪽 의자 맨 안쪽은 캐나다인 커플. 연두색 티 입은 이는 유○근 씨 

 

  

 

▼ 오른쪽 맞은편, 노르웨이인 부부

 

  

 

▼ 샨 마을 입구의 파파야나무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외국인 부부들과 작별하고 우리는 차를 타고 매왕(Mae Wang) 강의 하류 쪽으로 얼마쯤 이동한다. 거기서 1박 2일 트레킹의 마지막 일정 대나무 뗏목 타기를 한다.

 

물에 젖을 염려가 있는지 카메라와 지갑 등을 모두 맡기라고 한다. 조심해서 타면 되지, 설마 뗏목이 뒤집어지기야 하겠는가 하는데, 카메라 등 모든 짐을 맡긴 이 선생님과 오 선생님도 "카메라 다시 사면 되지 뭐!" 하며 부추긴다. 속으로 은근 미우면서도 오기가 생겨 망설이던 마음 접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뗏목에 오른다.

 

삿대질하는 사공을 포함하여 세 사람이 탈 뿐인데 뗏목은 물에 반쯤 잠긴다. 그 위에 철퍼덕 앉으니 엉덩이부터 시원하게 젖어 올라온다. 찌르르... 서늘한 감동이 척추를 타고 뒷머리까지 전해진다.

 

 

  

 

 

가끔씩 급류를 타기도 하고 위험스럽기도 하지만 조심하면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앞의 뗏목에는 아주 뚱뚱한 남자와 아주 날씬한 예쁜 소녀가 탔는데, 기묘한 대조를 이뤄 내 눈길을 붙든다. 부녀인지...  

 

 

 

 

이곳에서는 폭포와 비슷한 급류가 있어서 여행자들은 내려서 이동한다. 사공이 뗏목을 타고 급류를 내려와 다시 안전한 곳에서 뗏목을 탄다.

 

 

 

 

30여 분쯤 내려가니 강 왼쪽으로 예전 우리의 정릉 골짜기의 유원지와 같은 그늘막 풍경이 이어진다. 그늘막 속에 현지인들이 앉아 놀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이렇게 1박 2일의 도이 인타논 카렌 마을 트레킹은 모두 끝이 났다. 기다리고 있던 차를 타고 우리는 다시 치앙마이를 향한다.

 

 

아직은 해가 남아 있으니 치앙마이에 도착하는 대로 첫날 비앙 스님 다비식으로 제대로 돌아볼 수 없었던 왓 쩨디루앙과 왓 치앙만을 돌아보기로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