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라오스, 베트남

태국 치앙마이 (4) 카렌족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 서는 아이들 보며 웃다

모산재 2010. 4. 27. 20:13

 

1월 20일 수요일, 아침

 

 

 

 

기나긴 밤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침낭 속 내 체온이 만든 따스함을 달콤히 느끼며 자다 깼다를 반복한다. 집에서 잤다는 느낌보다 마치 야영장 텐트에서 잔 듯한 기분이다. 밤새 울어대는 닭 울음소리를 잠결에 들으면서 산마을이 우주 같은 적막 속에 잠긴 듯하다고, 새벽이 참 길다고 느낀다.

 

작은 동창(東窓)으로 햇살이 환하게 비쳐들 무렵에야 일어나 몸을 한번 부르르 떨고서 바깥으로 나온다. 동쪽을 바라보는 고산 능선 비탈이니 아침햇살이 고루고루 비쳐 들어 집 주변이 환하고 따스하다.

 

집 뒤 언덕으로 올라서 보니 밤새 뚝 떨어진 기온에 하얀 서리가 덮였다. 덤불 속에서 꽃생강 하얀 꽃잎이 찬 서리를 맞고 애처롭게 구겨져 있다.

 

 

 

판다가 준비해 온 샌드위치와 삶은 달걀과 잼으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친다.

 

주인장의 두 꼬마가 학교 간다고 인사하고 있다. 나도 초등학교를 보고 싶어 다시 마을로 가는 길을 따라 걷는다. 길가에는 벌써 나비조차 날아다니고 있다.

 

 

어느 민가 집 한켠 대숲이 있는 뜰에는 돼지와 닭들이 한가롭게 먹이를 찾으며 거닐고 있다.

 

 

 

 

 

능선에서 넓은 길 따라  200여 미터만 가면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나온다. 벽에 그려진 그림으로도 유치원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토끼와 거북이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그 이야기는 꽤 보편화된 것인가 보다.

 

 

 

 

 

처음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니 꼬마들은 자유롭게 방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서, 또는 마루를 책상 삼아서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다.

 

 

 

 

 

전기도 없는 고산마을인데 선생님은 컴퓨터를 쓰고 있다.

 

 

 

 

 

자그마한 초등학교. 정면 가운데 높은 게양대엔 태국 국기가 걸려 있고, 그 앞에는 태국의 국교를 상징하듯 불상이 놓여 있다. 카렌족은 조상 숭배의 전통이 강해서 제사를 정성을 다해 모신다고 한다. 하지만 기독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믿는다고 한다.

 

 

 

 

 

왼쪽 저학년 교실을 멀찌감치서 기웃거리며 살펴보다가 너무도 익숙한 장면을 발견하고 나는 무릎을 친다.

 

엉덩이를 들고 엎드려 벌을 받는 아이들... 그리고 힘에 겨워 잠시 엉덩이를 낮추고 무릎을 마루에 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을 지켜보며 세상의 학교는 다 같은가 싶다.

 

 

 

 

그런데 하늘빛 상의를 입고 엎드려 있는 이 녀석이 혹시 우리 숙소 주인장 아들이 아닐까. 주인장 아들내미도 뒷머리를 저렇게 깎은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듬직하던 녀석이 설마 벌 설 짓을 했을려구...

 

 

 

 

각도를 바꾸어 들여다 보니 또 한쪽에도 두 녀석이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다.

 

멀리서 조심스레 이 장면을 담으려고 렌즈를 맞추는데 맨 앞에 앉은 꼬마 여자 아이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웃음이 터졌다. 여자 아이도 나도 서로 마주 보고 통쾌하게 웃는다. 그 바람에 초점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좋다.

 

 

 

 

소녀의 웃음과 눈빛이 너무 예쁘다.

 

옆에 앉았던 녀석도 외부인의 낌새를 알아차리고 빼꼼 내대보는데 슬로비디오로 찍혔다. 엎드린 녀석은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아이들이 왜 저러나 쳐다보고 있다.

 

 

 

 

단 한순간 마주친 저 꼬마 소녀의 웃음에 반해서 100일이나 지난 지금도 나는 고산족 초등학교가 그리워진다.

카렌족의 사람들은 성품이 아주 온화하고 점잖으며 수줍음이 많다고 하는데, 소녀의 모습에도 그걸 느낄 수 있다. 소리내어 웃지 않고 조용히 눈빛으로 얼굴 표정으로만 웃는 모습에 나는 아주 반했다.

 

 

옆반 교실, 학습에 열중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아주 진지하다. 옆 교실과는 달리 책상과 의자가 나무 제품이 아닌 플라스틱 제품이다. 옆벽에는 태국 지도도 걸려 있다.

 

카메라를 알아차린 남자 선생님은 수업을 봐도 좋다고 한다.

 

 

 

 

 

이것은 교무실로 보이는 공간의 바깥과 안쪽 모습이다.

 

선생님은 노트북 컴퓨터를 쓰고 있다. 전기도 없는 마을인데 인터넷은 안 될  터인데 문서만 작성하고 보고 있는 걸까...

 

 

 

 

 

가장 어린 반이지 싶다. 같은 모자를 쓰고 수업을 듣는 꼬마들.

 

 

 

 

그리고 고학년 교실 풍경. 저학년 교실보다는 훨씬 의젓한 모습이다

 

 

 

 

태국 왕비가 아마 이곳을 방문했던 모양인지 사진과 함께 무어라고 그 흔적을 기념으로 기록해 놓았다.

 

 

 

 

매일 한 단어씩 영어 익히기를 하는 모양이다. 영어 단어를 적어 두고 소리와 뜻을 밝혀 놓았다.

 

 

 

 

 

카렌족 학교도 1학년에서 12학년까지가 태국의 학제를 따르고 있다. 우리 학제로는 초등~고등학교에 해당된다. 이곳의 중등학교는 산 너머 더 멀리가야 한다고 한다. 판다의 말에 따르면 고등학교는 가까이에 없어서 치앙마이에 있는 학교로 가야한다고 한다. 어떻게 다니냐고 하니 오토바이를 타고 등하교를 해야 한단다.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그게 쉽지 않아 보인다.

 

태국 북부에 사는 카렌족들은 학교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태국어도 배우지 못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아동 시절 짧은 기간에 학교를 다니고 태국어를 배울 뿐이다. 부모들의 교육열이나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도 하고,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부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미얀마의 카렌족들에 비해 고산지대의 타이 카렌족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아 남자 아이들은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도시로 나가 잔심부름 등을 하며 생활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종적으로 언어적으로 달라 태국인들로부터 무시당하기도 한다. 게다가 태국 시민권을 얻지 못한 카렌족이 30%에 가까운데 이들은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다. 마을을 벗어나면 체포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일에 매어 있어서 집 안에서 지내고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