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하와 문화재

전각 구조가 독특한 해인사 홍제암, 사명대사 부도와 고암스님 부도

모산재 2010. 3. 8. 11:17

 

원당암을 돌아보고 난 다음 다들 해인사 본절로 향하였으나 나는 홍제암으로 발길을 돌린다. 암자들을 돌아볼 기회를 갖지 못했기에.

 

홍제암은 해인사 본절과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편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다. 해인사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러하듯 홍제암의 전각들도 최근에 신축한 것이어서 산사 특유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없는 점이 많이 아쉽다

 

 

홍제암은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곳에 은거하던 사명대사가 입적한 곳으로 유명하다. 세수 예순일곱으로 사명대사가 입적하자, 광해군은 스님의 열반을 애도하여 '자통홍제존자(慈統弘濟尊者)'라는 시호(諡號)를 내리고 이곳에 스님의 비를 세운다. 이로부터 '홍제암'으로 불리게 되었다. 광해군 6년(1614)에 혜구대사가 사명대사의 초상을 모시기 위해 건립하였으며, 1979년 10월에 해체 보수공사를 실시하였다. 암자 안에는 청허, 사명, 기허대사를 비롯한 여러 큰스님들의 영정을 모신 영자전이 있다.

 

 

 

암자 뒤를 돌아 오르면 그리 넓지 않은 언덕에 평범한 석종 모양의 사명대사 부도가 자리하고 있다.

 

 

▼ 홍제암 전경

 

 

 

 

 

▼ 홍제암 정문, 보승문(寶勝門)

 

 

 

 

 

 

큰 법당이 없는 절에서 스님이 거처하는 방에 불상을 모신 집을 '인법당(因法堂)'이라고 한다. '홍제암(弘濟庵)'이라는 현판을 단 주건물은 100여 평에 달하는 인법당인데, 일반적인 인법당과는 달리 사명대사와 관련이 있는 여러 기능의 공간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특이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평면이 工자형으로 가운데 법당을 중심으로 조사전, 영각, 홍각, 조실, 시자실 등이 있으며, 각각의 공간은 툇마루를 통해 모두 연결되고 있다. 보물 제1300호로 지정되어 있다.

 

 

 

 

 

 

 

영자각에는 16명의 고승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데, 영조 때 사명대사의 영정을 모시고 표충사(表忠祠)라고 했으나 밀양의 표충사에도 사명대사를 모시고 있어 이곳을 폐하였다고 한다.

 

 

 

홍제암은 경사진 대지를 이용하여 홍각과 지장전을 돌출된 누각형으로 만들고, 법당 및 다른 공간은 단층의 구조로 만드는 독특한 공간 배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기둥 배치도 특이한데, 밖으로 노출된 기둥은 둥근기둥을 사용하고 안에 있는 기둥은 사각기둥으로 처리하였다고 한다.

 

사명대사 부도 및 석장비(보물 제1301호)와 영정이 모셔져 있는 홍제암은 여러 기능의 공간이 하나의 건물 안에 모여있는 특이한 형태의 암자로, 각 공간의 위계와 기능에 따라 건물구조나 양식의 수법을 여러 형태로 표현하고 있어 역사적 의의 뿐만 아니라 건축적인 가치가 크다.

 

 

 

홍제암 동편 넓은 대지에는 부도밭이 있다. 일렬로 늘어선 부도들 한가운데 네 조각난 비석이 유난히 눈에 띄는데, 이것이 사명대사 석장비이다. 이 삭장비는 바로 뒤의 솔숲 언덕을 따라 오르면 나타나는 사명대사 부도와 짝을 이루는 것이다.

 

 

 

 

 

사명대사 석장비는 대사의 일대기를 기록한 비석으로 광해군 4년(1612)에 세웠으며 비문은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 썼다고 한다. 사명대사의 전기에 관한 기록 중 가장 오래되고 정확한 것으로 문장도 빼어나고 대사의 행장이 비교적 소상하게 적혀 있어 사적으로서의 값어치가 높다고 한다. 

 

그런데 1943년 합천 경찰서장으로 있던 일본인 다케우라(竹浦)라는 자가 이 비문이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여 네 조각으로 깨뜨렸다고 한다. 당시 일본 경찰이 해인사 주지 변설호(卞雪湖)의 밀고로 이고경, 최범술 등 17명의 항일 불교인사를 체포하는 이른바 '해인사 사건(만당 사건)'이 일어난 때의 일이다. 이고경은 고문 끝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다케우라라는자는 1942년 사천경찰서장으로 있으면서 항일 불교 청년운동 근거지였던 사천 다솔사를 습격하기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로부터 세월이 한참 지난 1958년에서야 철봉으로 속을 연결하고 파손된 부분을 석회로 때워서 현재의 위치에 세웠다. 현재 사명대사 부도와 함께 보물 제1301호로 지정되었다. 높이 3.1m, 너비 1.2m의 이 석장비는 현존하는 사명대사비 가운데 가장 먼저 건립되었다.

 

 

 

 

 

 

석장비 비문에서 허균은 "나는 비록 유가(儒家)에 속하는 무리이지만, 서로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누구보다 스님을 깊이 알고 있다."하여 사명대사와의 인연을 밝히고 있는 부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대사가 중생으로 하여금 혼돈의 세계인 차안(此岸)에서 깨달음의 세계인 피안(彼岸)으로 건네주는 일을 등한히 하고 구구하게 나라를 위하는 일에만 급급하였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고 하여 당시 사명대사의 항일 의병활동을 삐딱하게 보는 일부 무리들을 비판하고 있다.

 

 

 

 

 

 

 

홍제암 동편 솔숲 언덕을 잠시 오르면 사명대사의 부도를 만날 수 있다. 언덕 위에서 홍제암을 내려다 보면 전각들의 배치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명대사 부도는 조선 후기를 대표할 수 있는 종 모양의 부도로,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형태와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높이 1.8m, 둘레 3.32m로 기단은 하나의 돌로 2단을 이루었는데, 아랫단은 사각형이고 윗단은 둥근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그 위에 종 모양의 몸돌을 올려놓은 모습이다. 부도의 꼭대기에는 연꽃 봉오리 모양의 보주(寶珠)를 올려 놓았다.

 

 

 

 

 

 

 

 

사명대사의 부도탑 동쪽 아래 언덕에는 3대 4대 6대 세번에 걸쳐 조계종 종정을 지낸 고암스님의 부도와 부도비가 자리하고 있다.

 

 

 

 

 

고암스님은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1917년 해인사에서 출가하여 제산을 은사로, 한암스님을 계사로 득도하였으며, 20세부터 운수승으로 전국의 사찰을 순례하였는데 부처의 행적을 본받아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고 한다.

 

종정 시절, 설법 서두에 항상 '목격전수(目擊傳受)'라는 말을 하였는데, 이는 계율은 계를 전하는 이와 받는 이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에 이미 다 전해졌다는 뜻이다. 계율을 중요시 할 것을 강조하고, 스스로도 계율을 엄격히 지켜 율사로 존경받았다. 80세가 넘는 나이에도 해외에 나가 포교하는 등 대중포교에 힘쓰다가 1988년 해인사 용탑선원에서 세수 90세로 입적하였다.

 

 

 

 

 

 

해인사 본절로 이어지는 다리. 이 다리 아래에는 외나무다리가 있다. 외나무다리에는 속인들이 말을 타고 건너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기도 하지만 이 다리를 건넘으로써 업장이 소멸된다는 종교적인 의미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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