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

봄빛 짙어오는 삼달리 들판, 오르막길이 내리막길이라는 신비의 도로

모산재 2010. 3. 1. 19:39

 

절물휴양림을 돌아본 우리는 성산읍 온평포구 방향으로 향한다. 이 선생님 커플의 추천으로 점심 식사를 전복죽과 갈치조림을 먹기 위해서다. 한낮이 지나면서 햇살은 환해졌지만 바람을 따라 가끔씩 눈발이 날리기도 한다.

 

11인승 봉고차가 좁아서 나와 신 선생님은 이 선생님 커플이 탄 차에 동승한 채 지난 여름 올레길에서 시작된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캐기 시작한다. 우리가 점심 먹으러 가는 곳 주변의 길들이 그들이 인연을 맺게 된 곳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야기는 재미를 더한다. 

 

 

전복죽과 갈치조림으로 배부르게 식사를 한 뒤에 잠시 바람부는 바닷가를 산책한다.

 

 

 

▼ 온평포구 바닷가의 해녀상과 돌고래상

 

 

 

 

 

 

▼ 등대풀

 

 

 

 

 

 

 

 

● 봄빛 짙어오는 삼달리의 들판 풍경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신성생님과 몇 분은 낚시하러 떠나고 우리는 삼달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으로 향한다. 한적한 시골 삼달리에 이르니 해가 기울어진 늦은오후의 제주도 바람은 서울 못지 않게 차다. 모두들 두모악으로 향하는데, 별반 관심이 없던 나는 그냥 차 안에 머물다가 무료하여 밖으로 나선다.

 

제주도의 풍경에 끌려 제주도에 와서 살며 제주도를 사진에 담았다는, 루게릭병에 걸려 5년 전에 세상을 떴다는 사진작가 김영갑보다는, 별 것 아니라도 내 발과 내 눈으로 느끼는 제주도가 더 좋다고 생각하며 주변에서 얼쩡거리다가 결국 두모악 정원으로 들어섰다. 모두가 돌아올 줄 모르고 김영갑의 작품에 빠져 있는 시간 나는 두모악의 뜰에 흐드러지게 핀 수선화만 쫓아다닌다.

 

 

 

 

 

그리고 금방 밖으로 나와서 들판길로 빠진다. 생동감 넘치는 짙은 풀빛 들판과 검은 돌담에 갇힌 죽은자들의 갈색 세상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시야를 채운다.

 

 

 

 

 

 

볕살 따스한 곳이라 별스런 풀꽃나무들이나 만나 볼수 있을까 거닐어 보지만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볼을 스치는 바람만 차가울 뿐...

 

 

노랑하늘타리의 열매

 

 

 

 

 

사스레피나무 가지에는 좁쌀 크기의 부푼 꽃망울들이 다닥다닥 달렸다. 아주 간혹 꽃잎을 연 모습도 보인다.

 

 

 

 

 

 

 

● 오르막길이 내리막길이라는 신비의도로

 

해가 기울어가는 시간 러브랜드를 보러 가기로 한다. 제주 시내에서 제2횡단도로(1100번도로)로 십 리(4㎞) 정도 떨어진 노형동, 러브랜드는 '도깨비도로'로 불리기도 하는 '신비의 도로' 곁에 자리하고 있다.

 

러브랜드에 들어가기 전, 잠시 그 앞을 지나는 '신비의 도로'부터 구경하기로 한다.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외국인들도 꽤 많다. 이 도로 200~300m 구간이 착시현상으로 인해 오르막길이 내리막길로 보이고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이는 도깨비도로이다.

 

앞쪽의 승용차들도, 저쪽 사람들 뒤쪽에 있는 버스도 시동을 끄고 내가 서 있는 지점을 향해 오고 있다. 눈으로 보기에는 올라오고 있는데 사실은 굴러내려 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버스 뒤쪽 도로가 높은 곳이고 내가 선 지점이 더 낮은 곳이라는데 그게 어디 믿어지는가 말이다. 지형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다시 현장을 만나니 '이거 참!'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1981년 신혼부부가 택시에서 내려 사진을 찍다가 세워둔 차가 언덕 위로 올라가는 현상을 목격한 이후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관광명소가 되었단다. 지표를 측량한 결과 오르막길로 보이는 쪽이 경사 3도 가량의 내리막길임이 밝혀졌다니, 지형이 만든 착시 현상이 틀림없는 모양이다.

 

주변에는 전에 없던 휴게소도 생기고 도로 서쪽에는 우회도로를 만들고, 바로 앞에 러브랜드라는 테마공원까지 조성하여 제법 관광단지의 모습까지 갖춰나가고 있다.

 

 

 

 

 

 

▼ 중국인들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물을 부어서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확인해 보며 신기해 하고 있다.

 

 

 

 

 

 

 

이제 러브랜드를 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