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봉선사 연못의 생이가래, 조개풀, 개구릿대, 나도겨풀, 노른자비단그물버섯, 가시여뀌

모산재 2009. 10. 26. 22:55

 

9월의 마지막 월요일, 분회 야유회로 찾은 봉선사 앞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연못과 주변을 거닐며 풀꽃나무들을 살펴보았다. 광릉수목원도 들렀으면 좋았으련만 짧게 주어진 시간을 아쉬워하며...

 

 

 

이슬처럼 물방울을 안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단정한 생이가래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하다. 

 

사람들은 흔히 물 위에 떠 있는 생이가래를 보며 잎이 두 개씩 마주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이가래의 잎은 마디에 3개씩 돌려난다. 물 위에 떠 있는 2개의 정상적인 잎은 부수엽(浮水葉)이라 하는데 광합성을 담당하고, 물 속에 잠긴 1개의 침수엽(沈水葉)은 수염뿌리 모양으로 가늘게 갈라져 양분을 흡수하는 뿌리의 역할을 한다.

 

  

 

 

 

침수엽도 살펴보고, 가을철이니 포자도 생겼을 것 같아 확인할 겸 뒤집어 보았다.  

 

침수엽은 아래에 보듯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과연 침수엽 밑부분에는 털로 덮인 주머니같은 것이 달렸는데, 그 안에서 크고 작은 포자낭이 형성된다고 한다.

 

 

 

 

 

 

연꽃은 다 지고 연밥조차 별로 보이지 않는 연못엔 커다란 우렁이들이 아주 많다. 연잎이나 줄기를 타고서...

 

 

 

 

 

 

나도겨풀인지, 겨풀인지, 아니면 좀겨풀인지... 아직도 그 존재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차이를 모르는 풀이 꽃을 피우고 있다.

 

도감에 따르면,

 

원추형 화서인 겨풀은 원추형 꽃차례를 이루는 가지가 2~3개로 갈라지는데 잔이삭은 가지의 밑부분에는 달리지 않는다 하고, 꽃차례가 총상으로 몇 개의 가지가 갈라지는 나도겨풀은 거의 밑부분에서부터 잔이삭이 달린다고 하는데, 이것은 잔이삭이 아래쪽에도 달렸으니 나도겨풀이 되나...?

 

 

 

 

 

 

 

 

그리고 멀리 물속에서 꽃을 피운 녀석이 보여 렌즈로 잡아채느라고 진땀깨나 흘렸다. 그런데 언젠가 한번쯤 이미지로 익혔던 기억이 있는 듯한데 이 녀석의 정체가 뭔지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나중에야 이것이 물질경이 꽃이라는 걸 확인한다.)

 

 

 

 

 

 

 

 

물가 여기저기에 조개풀이 이삭을 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응달의 연못가 습한 언덕에는 물컹하고 끈적이는 노란 버섯들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데, 나중에 아마도 노른자비단그물버섯(Suilus americanus)일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버섯을 낑낑대며 찌고 있다가 고개를 돌리니, 바로 두어발 옆에서 오리 한 마리가 명상에 잠긴 자세로 꿈쩍도 앉고 앉아 있지 않은가. 무슨 새모형을 앉혀 놓았나 했는데...

 

   

 

 

 

 

물달개비가 예쁘게 핀 것이 있었지만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있어 아쉬워 하였더니, 사람들의 발길을 타는 둔덕에 움츠리고 앉아 꽃망울만 내밀고 있는 못 자란 물달개비들을 만난다.

 

 

 

 

 

 

봉선사 마당엔 일본매자나무 열매들이 곱게 붉었다.

 

 

 

 

 

 

구릿대 열매

 

 

 

 

 

 

 

 

주변 숲그늘엔 가시여뀌들이 줄기에 여름에 없던 붉은 샘털을 촘촘히 내밀고 하얀 열매를 보석처럼 달았다.

 

  

 

  

 

 

 

 

나무를 타고 오르는 푼지나무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숲속에 저렇게 긴 꽃차례로 피어 있는 산박하의 자태도 괜찮아 보인다.

  

 

 

 

 

 

 

 

때늦게 이 숲가장자리에서 가는장구채 꽃을 만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 

 

 

 

 

 

 

점심 식사 후 짧은 시간의 산책은 끝나고,

다시 시내로 들어가서 함께하는 시간이 더 좋을 거라고 의견이 모아지며 자리를 떠난다.

 

맥주잔 주고 받으며 마음을 주고 받는 시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