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뚝갈 열매, 꼭두서니, 돌외 열매, 두메담배풀, 흰진범, 분취, 그늘돌쩌귀

모산재 2009. 10. 20. 23:07

 

햇살 밝게 내리는 산허리 임도, 청소년수련원 방향으로 완만한 곡선을 루며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는 일은 상쾌하기만 하다. 평탄한 흙길을 한적하게 걷는 것이 평화롭기도 하거니와 임도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쑥부쟁이(특히 까실쑥부쟁이)가 흐드러지게 피어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들 수도 있다.

 

 

임도변 아래 그늘진 비탈에는 미역취가 황금불처럼 찬란하게 피었다.

 

 

 

 

은마타리라고도 하는 뚝갈은 꽃이 이미 지기 시작하면서 열매를 달기 시작하였다. 비행접시마냥 넓은 날개를 두른 씨앗은 단풍이라도 든 것인지 붉게 물든 모습이어서 이채롭기만하다.

 

 

 

 

 

이러구러 이런 저런 풀꽃들 살피며 걷고 있는데 한떼의 노인들이 떠들썩하니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나간다.

 

"그놈들 얼마나 많이 퍼줬어. 매년 수억 달러씩...."

"그  돈으로 김정일이 핵무기 개발해서 적화하려고 하는 거 아냐."  

"젊은 놈들이 뭘 알아야지. 핵무기 터지면 대한민국 끝장나는데."

 

그리고 이전 대통령 이름을 들먹이며 비난과 욕설들을 신나게 나누며 멀어져 간다.

 

무지 속에 주입된 엉터리 정보와 적개심의 포로가 된 노인들의 나라 걱정과 애국적 열정이 산 속을 가득 채운다. 무지가 만드는 신념에는 귀가 없는 법이다. 상쾌한 산속의 공기가 갑자기 텁텁해지고 먹먹해지는 느낌이다. 

 

 

떨떠름한 기분에 멍하니 걸어가다가 꼭 살펴보리라 했던 돌외가 있던 곳을 지나가 버렸다.

 

다시 더듬어 돌아와서 덤불을 헤치보니 다행히 몇 안 되는 열매를 맺은 돌외가 보인다. 기재문에 적힌 대로 검은 녹색의 열매가 광택을 뽐내며 달려 있다. 잎이나 열매를 봐서는 박과를 연상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인터넷에서도 돌외 열매 이미지를 본 적이 없으니 이 자료가 꽤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 기쁘다.

 

 

 

비교적 청초한 모습으로 핀 까실쑥부쟁이를 모델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선괴불주머니는 꽃이 거의 지고 열매를 꽤 달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이명이 된 큰개여뀌는 흰여뀌와 명아자여뀌의 다른 이름인데 이 둘이 비슷하여 구별이 그리 쉽지는 않다. 흰여뀌에 비해 명아자여뀌가 훨씬 줄기가 장대하며, 꽃이삭이 꼿꼿하게 선 편인 흰여뀌와는 달리 명아자여뀌는 꽃차례끝이 아래로 늘어지는 특성이 강하다.

 

그렇게 보면 아래의 여뀌는 명아자여뀌일 것이다.

 

 

 

 

임도의 가장자리에 새가 늘어선 군락을 이루고 꽃을 피우고 있어서 담아 보았다. 

 

 

 

 

꼭두서니는 꽃잎의 끝을 뒤로 젖힌 모습으로 피었다.

 

 

 

 

그리고 벌써 두 개씩 짝을 지어 까맣게 익은 열매가 달린 것도 있다.

 

 

 

 

예년과 달리 숲속이 건조해진 것인지 흰진범은 덩굴이 거의 자라지 않은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분취는 이미 꽃이 져 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번에 담지 못했던 두메담배풀 꽃을 담아 보았다.

 

 

 

 

 

그런데 숲속은 누군가의 손을 탄 것인지 군데군데 땅이 파뒤집혀 진 모습이다. 약초꾼의 짓인지 아니면 야생화 사업자나 호사가의 소행인지 이 시기 숲을 환하게 밝히던 그늘돌쩌귀들이 많이 사라진 모습으로 훼손당한 뿌리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뒹구는 것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찾아서 묻어 준다, 생존을 염원하면서. 묻어야 할 것은 저 인간들의 탐욕인데...

 

 

 

참나물은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열매들을 성숙시키고 있다.

 

 

 

 

 

병풍쌈이 있는 것은 처음으로 알았다. 몇 게체가 보이지 않아서 생존이 위태로워보여 안타까운데... 내년에는 꽃 피는 시기에 맞춰서 와봐야겠다.

 

 

 

 

이 버섯은 무엇인지...

 

구름버섯이라고도 하는 운지버섯과는 다른 것이지 싶은데, 조개껍질버섯 같기도 하다.

 

 

 

 

 

골짜기의 아래에 있는 그늘돌쩌귀들은 거의 훼손을 당했지만 위쪽으로 가자 여기저기 꽃들을 피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서덜취는 이미 꽃이 지고 없는 모습인데 예년과 달리 눈에 띄는 개체가 부쩍 줄어들었다.

 

 

 

 

골짜기를 지나 이제 능선으로 오를 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