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천마산의 바위떡풀, 오리방풀, 고려엉겅퀴, 산구절초, 산부추, 눈빛승마 열매, 개갈퀴 열매

모산재 2009. 10. 20. 23:23

 

야생화의 보고라는 천마산을 다닌 지 겨우 3년인데 그동안에도 생태 환경이 많이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야생화 매니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주말이면 골짜기를 찾아 떼로 몰려다니며 서식환경을 악화시키는 데다, 봄에서부터 여름까지는 아줌마 아저씨 부대들이 원시의 숲속을 종횡무진하며 짓밟고 다니며 산나물을 마구 채취해 간다.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는 이 골짜기의 숲속도 온갖 풀꽃들이 무성하게 어우러진 곳이건만 사람들의 발길이 다져서 만든 길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히 나 있는 지경이다. 나물만 채취해가면 그만이련만 땅을 파 뒤집고 뿌리채 캐가지고 가는 일도 적지 않으니,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야생화를 관찰하지 못하게 될지라도 이 지역을 생태보전지역으로 폐쇄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조차 드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쉽지 않은 골짜기의 윗쪽으로는 그늘돌쩌귀들이 꽤 많이 보여서 다행스럽다,

 

 

 

 

아마도 눈빛승마가 꽃이 진 뒤에 열매를 맺은 모습이 아닌가 싶은 녀석을 만난다. 열매자루마다 대개 3개씩의 골돌과를 조랑조랑 매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버섯도 아까 보았던 것과 같은 종류인지, 메마른 버섯 갓이 얇은 것이 운지버섯이라고도 하는 구름버섯을 닮긴 했는데 등갈색 색깔이 좀 낯설어서 판단이 되지 않는다.

 

 

 

 

오늘 만날 것이라 기대했던 대로 바위떡풀이 꽃이 한창 피어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갑자기 하늘이 구름에 덮혀 골짜기가 어두워진 데다 바위 절벽에 북쪽이다 보니 가뜩이나 부족한 빛 때문에 상이 잘 잡히지 않는다. 너무 느려진 셔터스피드를 걱정하면서도 한동안 컴컴한 절벽을 향하여 셔터를 눌러댄다.

 

 

 

 

 

 

 

정상부 가까운 길가에는 때늦은 버섯들이 자라나고 있는데 콩알만 한 것에서부터 작은 구슬만 한 것까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래 버섯도 가까이에서 자라는 걸로 보아 같은 종류가 아닐까 싶은데, 각시졸각버섯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주신 분이 있다.

 

 

 

 

 

개갈퀴는 벌써 열매가 굵었는데, 2개씩 달린 둥근 분과의 표면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혹시나 민둥갈퀴가 아니었을까 의심도 했는데 분과가 반구형이 아니니 민둥갈퀴가 아님은 분명해졌다. (게다가 민둥갈퀴는 줄기가 다소 자주색을 띤다고 하니까...)

 

 

 

 

 

오랜만에 이고들빼기도 눈여겨 봐 주었다. 이쁜 꽃이지만 흔하다는 이유로 늘 외면했던...

 

 

 

 

오리방풀은 날개달린 잎자루가 유난히 길어진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거북꼬리 같은 잎 꼬리가 신분증 구실을 한다.

 

 

 

 

 

어두워서 잘 잡히지 않는 산구절초도 억지로 담아 보았다. 가는잎구절초와 넓은잎구절초의 중간 잎모양이라 할까...

 

 

 

 

 

고려엉겅퀴도 한창 꽃을 피우는 중.

 

 

 

 

 

 

구름 덮힌 하늘에 해도 기울어 가는 시간이라, 더 이상의 탐사는 힘들 것 같아 바삐 하산하기로 한다.

 

 

어두운 숲에 참회나무가 벌써 가종피를 터뜨리고 주황색 씨앗을 다섯 개씩 움켜 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암릉에서 마지막으로 산부추 흐드러지게 핀 풍경을 담았다. 깨끗한 사진은 이미 틀렸지만 이렇게 무더기로 핀 얼짱 산부추를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을 터이라 셔터를 자꾸 눌러 본다. 해가 산뜻하게 내려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으랴...

 

 

 

 

 

야영장 약수터로 내려가는 능선에서 아주 큼직한 버섯을 만나 걸음을 멈추었다.

 

이 메마른 계절에 어떻게 이런 버섯이 다 자랐을까 싶은데, 조리개를 활짝 열고 아주 처-----ㄹ-----컥 초완행 스피드로 이미지를 잡는데는 겨우 성공한 듯하다. 긴골광대버섯아재비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미 말라 붙기 시작한 작은 버섯이 나를 붙든다. 위의 버섯과 닮았다 싶기도 한데 뿌리를 감사는 주머니 같은 것이 없다. 어느 분이 애광대버섯이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주신다.

 

 

 

 

야영장에 도착한다. 주변에는 개쑥부쟁이 밭을 가꾸었는데 한창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다.

 

 

 

 

야영장 약수터에서 시원스레 몇 모금의 물을 들이키고는 오늘 하루의 일정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