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백령도 (7) 참골무꽃, 유럽장대, 개곽향, 갯그령

모산재 2009. 8. 14. 23:22

 

백령도의 풀꽃나무 (7) 참골무꽃, 유럽장대, 개곽향, 갯그령

2009. 07. 24. 금요일

 

 

 

2박 3일의 뱍령도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날, 아침은 밝았다. 숙소 건너편 식당에서 아침 식사로 해장국을 먹고선 물범바위쪽으로 가 보기로 한다. 물범바위 위치는 표기되어 있지만 가는 길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그려진 안내도도 안내판도 없다. 어찌된 일인지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보아도 어딘지 발 모른다.

 

심청각 위치를 기준으로 어림잡아서 진촘 마을 동북쪽 방향의 길을 잡아서 구릉으로 오르니 성당이 나타나고 다시 서쪽으로 구부러진 골목길을 돌다가 다시 동쪽으로 연결되는 들길을 접어드는데 들판 너머 멀리 바다가 펼쳐진다.

 

 

 

고개를 넘는 어귀 어느 집에서 만난 금잔화.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 정보들에서는 흔히 금잔화와 메리골드(천수국, 도는 만수국)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다. 학명은 Calendula arvensis.

 

 

 

 

아침 햇살에 환하게 핀 메꽃이 싱그럽다.

 

 

 

 

해안으로 난 들길을 걸으며 만난 네발나비 한 마리

 

 

 

 

들길에 참골무꽃이 무더기로 피었다.

 

 

 

 

올해 처음으로 만나는 층층이꽃

 

 

 

 

길에서 특이하다 싶은 꽃이 보여 살펴보니 유럽 원산 귀화식물인 창질경이가 아닌가 싶다. 밟혀서인지 제대로 못 자랐는데 둘러보아도 이 한 녀석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범바위 위치를 잘 몰라 길만 따라 가다보니 해안철조망을 끼고 심청각 방향으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철조망 너머 잡목 그늘에 덩굴곽향으로 보이는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잎이 다소 두꺼월 보이는 것이 혹시 섬곽향인지도 모르겠다. 철조망 사이로 경통을 집어 넣고 낑낑대며 꽃을 찍노라니 각도 잡기도 힘들고 초점 맞추기도 어렵다.

 

 

 

 

지나가던 어느 주민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정색을 한다. 시설을 찍는 게 아니라 꽃을 찍는 거니 걱정 마시라고 해도 들길에도 많은데 왜 하필 여기서 찍느냐, 군인들이 카메라를 빼앗을 것이라는 등 막무가내이다. 들길에 보이는 참골무꽃과 다른 것이건만...

 

이곳 주민들의 안보의식이 참 단단하다는 느낌이다.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과 비례하는 것이겠지만 좀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장대를 이곳에서도 발견하는데, 개체수가 극히 적고 가지가 벌지 않은 왜소한 모습이기는 마찬가지다. 계절적 요인인지 아니면 백령도의 지리적 생태적 요인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심청각 아래쪽 초소에서 두 초병이 있어 물범바위 위치를 물으니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지금은 물이 들어 물범바위가 물에 잠겼을 거라고 한다. 햇살은 따갑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성가시니 물범바위는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심청각 아래 갈림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다시 진촌으로 향한다.

 

 

 

꽃이 피고 있는 마 덩굴로 덮힌 나무

 

 

 

 

 

 

마을 고개를 넘는 곳, 아름드리 느릅나무 그늘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잠시 더위를 식힌다. 천연에어컨이 이런 것일가 싶게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을 잠시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배가 떠날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사곶해안을 다시 돌아보기로 하고 택시를 부른다.

 

 

 

어제와 달리 햇살에 드러난 사곶해안은 눈부시고 명랑하다.

 

 

 

 

 

 

송림에서도 볼 만한 풀꽃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섰더니 군인들이 막는다. 알고보니 이곳은 민간인 출입 금지 지역이다. 이 아름다운 솔숲을 왜 군인들이 차지해야 하는 것인지 아쉽기만 하다.

 

 

용기포선착장 가까운 갯가에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 갯쇠보리인가 다가서보니 까락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갯그령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정오에 가까운 시간, 따가운 햇살에 갈매기들도 비행이 귀찮은 것인지 물가에서 떼로 우두커니, 시쳇말로 '멍때리고' 섰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사곶해안

 

 

 

 

 

오후 1시, 2박3일의 백령도 풀꽃나무 여행을 무사히 끝내고 데모크라시호에 몸을 실었다.

 

엊그제 미디어법 날치기로 '데모크라시'가 거꾸로 돌아가는 서울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 여행을 끝낸 홀가분한 기분에 젖어야 할 시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