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백령도 (4) 두무진-소갈리, 장구밤나무, 노랑애기나방, 소태나무, 섬잔대, 큰조롱

모산재 2009. 8. 6. 08:17

 

백령도 (4) / 두무진-소갈리, 장구밤나무, 노랑애기나방, 소태나무, 큰조롱

2009. 07. 23. 목요일

 

 

선유도가 그렇더니 백령도에도 마땅한 등산로가 없나 보다. 인터넷 검색을 백령도의 산행에 대항 안내 정보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군사지역이라 산을 잘 찾지 않는다고 대답할 뿐이다. 어제 용기포에서 오르는 등산로 표지판을 보긴 했지만 그다지 이용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오전 반나절이 지나 콩돌해안을 목적지로 삼고 두무진을 출발한다. 연화리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 임도 비슷한 길인데 고개에 이르기 전까지 한동안 완만한 골짜기 들길을 걷게 된다. 왕래하는 사람을 볼 수 없는 한적한 길, 마음이 더할 나위없이 널널해진다.

  

 

두무진 초입에서 만난 탑꽃(?), 산층층이와의 구별이 쉽지 않아 늘 헷갈리는 꽃이다.

 

  

 

 

산비탈 밭언덕에 피어 있는 기생꽃, 눈부시게 내리는 햇살에 환하게 웃으며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을 거르고 섰다.  

 

 

 

햇살은 뜨거워도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니 걷는 일이 벅차지 않다. 게다가 하늘엔 옅은 구름이 덮고 있어서 자주 해를 가려 주니 얼마나 좋은가.

 

 

땅콩밭에는 노란 땅콩 꽃이 한창 피고 있다.

  

 

 

 

길가에 참개암나무의 변이종인 물개암나무가 열매를 잔뜩 달고 섰다. 길다란 포의 모양이 참개암나무인지 물개암나무인지 구별이 그리 쉽지 않은데 이의 구별을 인정하지 않는 설도 있지 않던가. 

 

 

 

도로들판 사이를 흐르는 작은 도랑에 큰달맞이꽃이 피어 있다. 꽃이 달맞이꽃에 비해 워낙 크고 꽃을 사고 있는 붉은 포의 색깔이 인상적인다. 그런데, 국립수목원 도감의 설명으로는 포의 색깔이 녹색이라고 하니 어찌된 것인지...

 

 

 

길가에 우거진 덤불엔 짚신나물 꽃이 만발하였다.

 

 

 

자귀나무도 흔하고 흔하다.

 

 

 

참빗살나무는 열매가 굵을만큼 굵었다.

 

 

 

송편 모양의 포에 가느다란 털이 나 있는 닭의장풀이 있어 한 컷 담아 본다.

 

 

 

큰까치수염 꽃에 꿀을 찾는 낯선 곤충을 발견한다. 찾아보니 이 녀석의 이름은 노랑애기나방이다. 별 녀석이 다 있군...

 

 

 

고개를 넘어 연화리, 그리고 소갈동(소가을동)까지 가는 동안 유일하게 만난 아주머니, 밭주변 풀들을 제거하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러 나오셨단다. 골짜기임에도 건조하여 물이 흐르지 않는지라 들판 군데군데엔 빗물받이 물통들이 놓였다.

 

 

 

아마도 소태나무이지 싶은 나무엔 열매들이 다닥다닥 달렸다.

 

 

 

길가엔 허리짬 높이로 낮게 자라는 장구밤나무들이 흔한데, 꽃의 모양이 두 가지로 핀 모습이 뚜렷하다. 노란 수술이 풍성하게 핀 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퇴화한 하얀 수술이 암술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가 따로 있었다.

 

(1) 노란 수술이 풍성하게 핀 장구밤나무

 

   

 

  

(2) 퇴화한 하얀 수술이 암술을 둘러싸고 있는 장구밤나무 

  

 

 

 

전자가 수나무라면 후자는 암나무일 것이다. 그런데 국립수목원 도감은 장구밤나무는 양성화(=암술 수술이 함께 있는 꽃)로 설명하고 있으니 뭔가 착오가 있음에 틀림없다.

 

 

도로변 덤불 곳곳엔 멍석딸기가 지천에 널렸는데 빨간 열매들이 한창 익어가고 있는 중이어서 실컷 따먹으며 즐겼다. 어제 고봉 포구에서도 그랬는데 백령도 사람들이 딸기 맛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까짓 딸기...하고 무시하는 것인지... 

 

 

인기척에 놀란 것인지 갑자기 풀섶에서 새 한 마리가 화들짝 뛰쳐나와 길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도망을 간다, 날아가면 될 것을 왜 저러나 하고 살펴보니 걸음걸이가 어색한데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빼짝 마르고 깃도 빠져서 푸석한 모습이다.  먹이 사냥을 못할 만큼 성치 못한 녀석이으로 보인다.

  

 

 

흰전동싸리가 메마른 비탈길에 희미한 꽃을 피웠다.

 

 

 

고갯길로 접어드는 곳에서 두무진 쪽을 돌아본다. 멀리 트여진 골짜기 입구로 바다가 살짝 보인다. 느릿느릿 완만하게 아어진 길이 평화롭지 않은 가.

 

 

 

한켠으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비탈길 입구에서 잔대를 만난다. 잎이 두껍고 혁질인 모습이 제주도산 섬잔대를 닮았다 싶은데, 이곳에까지 분포하는 걸로 볼 수 있을까. 

 

 

 

 

고개를 오르는 산길에는 아래와 같은 풀이 많이 보이는데 또렷한 잎모양이 산국인지 구절초인지가 자꾸만 헥갈린다.

 

 

 

절개지에 홀로 뿌리를 내린 타래난초는 은달이어서 그런지 꽃차례가 좀 엉성하다.

 

 

 

정오를 지나 한창 볕이 따가운 시간, 인기척을 느낀 나방들이 부산히 날아다닌다. 

 

맑은대쑥 잎사귀에 앉아 쉬고 있는 이 녀석은 구름무늬밤나방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갈색이 강하게 나나나는 것과는 달리 회색빛이 강해 다른 종인가 싶다. 날개 무늬가 구름처럼 그려져 있어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마타리꽃이 세수한 아이의 얼굴처럼 싱싱하게 피었다.

 

 

 

나방은 맑은대쑥을 좋아하는지... 역시 맑은대쑥 잎사귀에 앉은 이 녀석은 또 뭐냐. 여기저기 알아봤더니 불회색가지나방인 듯하다. 역시 육지것에 비해 색깔이 회색빛이 강한데 생태 환경적 영향인지 모르겠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고갯마루, 도롯가 절개지 위에 분꽃나무가 걸려 있다. 열매가 달려 있다. 

 

 

 

고갯마루에는 군부대가 있고, 도로변에는 유난히 샛노란 딱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멀리 담수호와 너른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넘어서자 남향의 산언덕에 꽃며느리밥풀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도로 한구석 절개지 아래 등골나물은 아주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

 

 

 

산을 하나 다 넘어가도 특별히 눈길을 끌만한 풀꽃나무들은 없다. 산을 다 내려간 곳, 길가에 무성히 자란 대나물이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연화리로 들어섰는데 마을은 보이지 않고 군부대와 넓은 들판만 보인다, 그리고 멀리 오른쪽 방죽 너머로 갯벌이 펼쳐진는데 관광안내도에는 물놀이 하는 해수욕장으로 그려졌지만 때가 이른지 물놀이하는 사람들 흔적은 없고 훈련을 하는 군인들만 보일 뿐이다.

 

 

이미 점심때가 훌쩍 지나 배는 고픈데 어쩌나... 군인들이 모는 차들만 연신 지나가고 관광객들의 흔적이라곤 없는 외로운 길을 다시 한참을 걸어가니 지도상 연지동으로 보이는 마을이 나타난다. 아파트도 있는 제법 큰 동네인데 어찌된 일인지 식당은커녕 수퍼조차도 없다고 한다. (개울 건너 식당 간판을 단 허름한 집이 있기는 했지만 사람 흔적이 사라진 지 오랜 느낌이다.)

 

 

배는 고파도 꽃은 찍는다.

 

해당화가 피어 있고

 

 

 

또 백하수오인 큰조롱 꽃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다음 마을은 가을리인데 또 하나의 작은 산을 지나가야 한다.

 

  

박각시 종류로 보이는 나방이 산국에 걸터 앉았는데, 아무리 찾아 보아도 이 녀석의 몽타쥬는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등줄박각시와 세로 줄무늬가 유사하긴 한데 등줄박각시에 뚜렷한 가로 줄무늬가 보이지 않는다.

 

 

 

비수리는 줄기끝에 저렇게 뭉친 열매 같은 모습이 흔한데, 아마도 벌레집(蟲廮)이지 싶다.

 

 

 

싸리꽃이 아름다워서 담아보았다.

 

 

 

야트막한 산을 넘자 중화동과 북포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타나고 소가을교회가 높아 솟은 마을이 나타난다. 드디어 도착한 소갈동(소가을), 점심 식사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한눈에 보아도 마을이 작아서 틀렸다 싶은데, 다시 대갈동으로 또 가야하나 생각하고 걷는데 '냉면'이라고 붙은 간판이 보인다. 다행히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식당이 있다. 식당 이름은 '시골콩국수'

 

메밀묵 가락을 넣은 메밀묵콩국수를 시켜서 먹는다. 시장한 김에 후딱 먹어 치웠지만 맛이 특이해서 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국수를 더 주겠다고 내왔는데 국물까지 다 마실 즈음이라 사양한다. 후한 인심에 기분이 좋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운영하는 이 집이 꽤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메뉴에 짠지떡이라는 게 있었는데 먹어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묵은 김치와 굴, 홍합 등으로 만든 속을 메밀·수수·찹쌀가루로 섞어 만든 피로 빚어 만두처럼 만든 떡이라고 한다.

사람의 그림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 이 집에  때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찾은 것을 의아해 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어쨌든 늦은 시간에 '민생고'를 해결하고 가을리를 뒤로 하고 콩돌해안을 향해 떠난다.

 

 

↓ 돌아본 소갈리 마을. 왼쪽 끝 멀리 소가을교회가 보이고 앞쪽 파란지붕 뒤쪽에 '시골콩국수' 가 있다.

 

 

소갈리를 나와 북포리 쪽으로 몇 분 걸어가니 담수호로 이어지는 넓은 들판이 나온다. 콩돌해안까지 가야할 거리는 오전내내 걸어왔던 거리만큼 되는데 이런 속도로 가서는 저녁 시간에야 도착하게 되겠는데 콩돌해안에는 숙박시설이 없으니 어쩌나...

 

이렇게 고민하고 걷는데 갑자기 공영버스가 눈앞에 턱 나타나지 않는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버스에 올라탄다. 다행히 버스는 진촌을 거쳐서 사곶까지 간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 다행이다. 사곶으로 가서 담수호 제방을 따라 백령대교를 건너 콩돌해안을 걸어가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