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백령도 (6) 콩돌해안, 화동염전, 백령풀, 능수참새그령, 순비기나무, 흰대극

모산재 2009. 8. 8. 15:34

 

백령도 (6) / 화동염전, 콩돌해안, 백령풀, 능수참새그령, 순비기나무, 흰대극

2009. 07. 23. 목요일

 

 

 

9m짜리의 '작은' 백령대교를 건너서 콩돌해안을 향해 걷는다. 콩돌해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백령도에는 찬연기념물이 3곳이나 지정되어 있는데 사곶해빈, 감람암 포획 현무암이 그것이다.

 

담수호쪽 공지엔 염소들이 몰려다니며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담수호의 서쪽 간척지는 염소들의 방목지가 되었다. 그리고 담수호의 양쪽에는 넓은 간척지가 버려져 있는 모습인데 다만 포병들의 훈련장이라는 팻말만 서 있다. 

 

 

도로변 공지엔 독말풀이 하얀 꽃을 피웠다. 날씨가 흐려서 꽃을 오무린 모습이다.

 

 

 

콩돌해안으로 접어드는 갈림길이 있는 곳에 염전이 나타난다. 우리나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화동염전인데, 지금은 이 염전만 남았다고 한다. 담수호에 의해 고립돼 있어 염전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산 언덕 병꽃나무에 철 아닌 꽃이 피었다.

 

 

 

도롯가 옹벽 위 언덕에 백령도에서 약초로 재배하는 쑥이 밀생하고 있다.

 

 

이곳과 강화도 자월도 등 서해안 일대에서 나는 이 쑥을 싸주아리쑥이라고 하는데, 전문자료에서는 학명을 Artemisia herba로 붙이고 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올라 있지 않다. 키가 높이 자라지 않으며 향이 강하고 열기가 강해 이슬이 맺히지 않고 맺히더라도 금방 말라버리니 약초로 재배하기에 알맞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자라는 쑥은 갈래잎이 줄 모양으로 가늘다.

 

 

 

잡초인 메꽃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도로를 걸어가는 길손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준다.

 

 

 

도로변 언덕에는 이처럼 익어가는 멍석딸기가 지천이다. 백령도 주민이 무시하는 이 딸기를 이방인이 열심히 따 먹는다. 가끔씩 지나가는 승용차 속 사람들이 차창 너머로 흘끔흘끔 내다보면서 저 놈 뭐하나 싶었을 것이다.

 

 

 

들을 빙 돌아서 산으로 이어지는 도롯가에는 가늘고 긴 능수참새그령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섰다.

 

 

 

 

고갯마루에서 백령풀 군락을 만난다. 이곳 백령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조차 백령풀이 된 꼭두서니과 풀인데, 아직 꽃 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어느 사이에 햇살이 비쳐 들고 날씨가 환해져 있었다.

 

고갯마루에 서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사곶해안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이번에는 산딸기 밭이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없으니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를 아주 포식한다.

 

 

따가운 햇살을 받고 산길을 내려서자마자 왼쪽으로 그림 같은 콩돌해안이 나타난다.

 

 

벼가 자라고 있는 넓은 논과 해송 숲밖에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이다. 이 아름다운 해안에 어찌하여 콘도는커녕 허름한 숙박시설 하나 없는 것일까...

 

 

백사장처럼 보이는 해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을 가득 채우는 색색의 아름다운 콩돌들, 그리고 철썩이는 파도에 쓸리며 자르르 내는 콩돌들의 상쾌한 마찰음...

 

 

해안선 길이는 약 1,500m, 폭 약 50m라고 하는 이 해안은 완도의 구계등이 그러한 것처럼 계단 모양의 둔덕을 이루는 형태를 띠고 있다. 둔덕의 바깥 쪽은 순비기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며 넓은 녹지를 만들고 있다.

 

메주콩이나 강낭콩, 또는 작두콩처럼 다양한 크기의 콩돌들은 흰색, 갈색, 회색, 보라색, 적갈색, 검은색 등 여러 색깔의 옷을 입고 해변을 만들었다. 워낙 작은 콩돌이니 밟는 감촉 또한 얼마나 상쾌한가.

 

 

 

이 콩돌해안은 사곶해빈의 모래와 마찬가지로 백령도의 모암인 규암이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부서지고, 바다에 떨어진 규암조각들이 파도에 의해 해안으로 밀려왔다 씻겨나가는 반복작용을 계속하며 구르고 굴러 점차 동글동글하게 마모되어 콩알 크기의 자갈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순비기나무들엔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해송 숲으로 이어지는 풀밭엔 금불초가 깔끔한 모습으로 꽃을 피웠다.

 

 

 

수평선을 배경으로 선 붉은 해당화 열매가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답다.

  

 

 

흰대극을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다. 잎이 줄모양에 가깝게 가늘고 밑에서부터 가지를 벌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꽃이나 열매를 볼까 주변을 돌아봤지만 다 이만저만한 모습만 보일 뿐인데...

 

 

 

다행히 바로 요 녀석의 줄기 꼭대기에 맨눈으로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희미한 꽃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가.

 

  

 

 

흔하게 봤던 장구밤나무 꽃도 한번 더 담아 봤다.

 

 

 

딱지꽃의 꽃잎은 샛노란 물감에 담가서 갓 꺼낸 것처럼 티없이 맑고 아름답다.

 

 

 

이러구러 해안을 산책하며 풍경도 즐기고 풀꽃나무도 탐사하고 하다보니 해가 지고 바다 위에는 황혼이 깃들기 시작한다. 해안언덕 위 매점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나도 어찌 모른척하고 그냥 이 해안을 떠날 것인가. 막걸리 한 주전자와 도토리묵을 시켜서 황혼빛 짙어가는 바다를 상대로 적막하고 쓸쓸한 여행자의 낭만을 즐긴다.

 

8시가 넘어서 어제 이용했던 황금택시를 불러서 진촌으로 돌아온다. 두번째로 만나서 반가운지 살짝 한잔 한 듯한 기사님은 걷는 듯한 속도로 안전하게 달리며 백령도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