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백령도 (3) 두무진의 줄꼬마팔랑나비, 흰섬부추(가칭), 물골풀, 노랑원추리, 갯쇠보리

모산재 2009. 8. 3. 16:16

 

2009. 07. 23. 목요일 

 

자고 일어나니 6시를 좀 넘었다. 세수를 하고 나와 아침 먹을 곳을 찾는다. 큰도로에서 벗어난 곳, '사랑채'란 식당에서 비싼 갈치조림을 먹는다. 아마도 이곳에서 제일 큰 식당이지 싶게 칸막이 방이 여러 개 있다.

 

거실에는 백하수오(큰조롱)로 술을 담은 큰 유리항아리들이 10여 개쯤 늘어서 있어 눈길을 끌었다. 약쑥과 함께 이곳 백령도에서 많이 재배하는 약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모습이다.

 

 

사람들을 붙들고 두무진까지 걸어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하고 물으니, 어떻게 그 먼 곳까지 걷느냐며 손사래치는데 두어 시간은 걸린다고 한다. 백령도 동서 길이가 12km 정도이니 이곳에서 다소 굽은 길을 따라 가노라면 그 정도 거리는 될 것이다. 그냥 걸으면 몰라도 풀꽃들 살피고 경치 구경하면서 가노라면 대여섯 시간은 걸맇 것이다.

 

마침 하늘은 옅은 구름이 덮고 있어 겉기에는 참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일정상 두무진을 빨리 둘러본 뒤 보다 두무진에서 콩돌해안으로 가로지르는 한적한 길을 걷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아침부터 땀 빼는 게 갑자기 싫어지지 뭔가.

 

 

결국 택시를 불러 두무진까지 간다. (공영버스가 있긴하지만 자주 없어 이용에 불편하다.) '황금택시'라는 이름의 개인택시를 하는 아저씨가 봐야 할 곳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두무진은 한적하다. 빈 배들만 떠 있을 뿐 관광객이라고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어제 함께 배를 타고 온 그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그 외에도 들어온 배가 둘이나 더 있는데...) 유람선이라도 한번 타야겠다 생각했는데 틀렸다. 유람선매표소에는 지키는 사람도 없지 않느냐.

 

 

 

두무진 오른 길은 숲그늘이 있는 오솔길이다. 풀밭에는 팔랑나비들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별다른 무늬가 없는 것이 수풀꼬마팔랑나비인지 줄꼬마팔랑나비인지 판단이 어렵다. (줄꼬마팔랑나비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언덕에 뿌리잎 상태로 있는 이 풀은 벌개미취로 보면 될까. 꽃 필 때가  다 된 계절인데...

 

 

 

바깥 꽃잎은 흰데 안꽃잎이 연분홍인 이 부추의 잎을 만져 보니 바늘처럼 가늘고 둥근 것이 언젠가 선유도의 메마른 산 허리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다. 산부추나 두메부추 등 여타 부추류와는 달리 꽃도 몇 개 되지 않는 간촐한 모습이다.

 

꽃잎이 둥근 것으로는 강부추가 있기는 하지만, 이 같은 형태의 부추를 도감에서도 확인할 수가 없으니...  미기록종일까? 서해 섬에서 본 흰 부추이니 일단은 이 녀석을 '흰섬부추'라는 가칭을 붙여 두기로 하자.

 

 

 

 

메마른 산지 풀밭에 특이한 모습의 파대가리가 눈에 띈다. 키가 껑충한 것이 50cm 가까이 돼 보이는데 한 개체만 홀로 서 있다. 보통의 파대가리라면 키가 5~20cm 정도로 아주 낮고 습지 풀밭에 무리지어 자라는 것이 보통이련만...

 

 

 

그리고 바로 옆에서 자라는 이 풀은 무엇일까. 길고 가는 줄기의 중간 또는 끝에 열매 달린 모양새를 봐서는 물골풀이 아닐까 싶은데 자생지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라 낯설기만 하다.

 

 

 

 

그냥 고들빼기일까, 이렇게 가늘게 자라 한 송이 꽃만 보이는 녀석들이 눈에 띄었다.

 

 

 

숲이 끝나고 두무진 언덕으로 올라서는데 풀밭에는 무릇이 점점이 꽃을 피우고 섰다. 그런데 이곳의 무릇은 참 화사하다. 꽃이삭이 짧은 원뿔꼴로 아담하고 꽃대도 짧은 것이 이렇게 예쁜 무릇은 처음 보는 것같다. 아마도 물빠짐이 좋은 모래언덕이어서 그런 듯하다.  

 

 

 

 

선대바위

 

 

 

장군바위 아래로 보이는 형제바위

 

 

 

까마득한 절벽 아래 갯바위에 철썩이는 바닷물 소리를 들으며 인동덩굴이 위태롭게 꽃을 피웠다.

 

 

 

무엇보다 장관은 노랑원추리. 언덕 전체를 덮고 흐드러지게 핀 풍경은 두무진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잠자리들이 많이 날고 있었는데 왼쪽에 한 녀석이 초점거리 안에 들어와 희미하게 잡혔다. 

 

 

 

 

철조망 너머에서 꽃을 피운 잔대가 자신에게도 관심 가져달라는 듯 뾰로통히 외면하고 섰다. 

 

 

 

기름나물도 꽃을 피웠다.

 

 

 

털이 많은 것이 특징인 갯쇠보리도 불어오는 해풍에 꽃밥을 날리고 있다. 

 

 

 

  

이건 나문재의 어린풀이 아닐까 싶다. 

 

 

 

암벽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이 녀석들은 멱쇠채지 싶고...

 

 

 

더러는 열매를 맺은 땅채송화, 아직도 꽃을 보이고 섰다.

 

 

 

위태로운 암벽에 뿌리를 내린 대나물, 서늘한 가을바람이 느껴질 무렵이면 대나물도 하얀 꽃을 피우리라. 그런데 그 뒤에 보이는 풀이 대청부채 아닌가. 백령도에서 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청도에서 자생한다는... 남획되어 지금은 희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저 낭떠러지에서 위태로운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쑥부쟁이 한 포기가 환하게 꽃을 피웠다.

 

 

 

바닷가라 비쑥인가 했던 녀석의 뿌리잎을 보니 제비쑥으로 보인다.

 

 

 

잎자루가 열매 지름만큼 긴 이것은 비짜루로 봐야 할까.

 

 

 

두무진을 한바튀 돌아보고 난 다음 연화리 방향으로 향한다. 아쉽다. 유람선 일주하며 해안 풍경도 즐겼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