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의 풀꽃나무 (2) / 조각자나무, 큰뚝새풀(?), 나도겨풀, 땅채송화, 노랑원추리, 골등골나물
2009. 07. 22. 수요일
오후도 반나절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기가 조금도 꺾이지 않은 햇살은 따갑기만 하다. 그래도 서해의 최북단이라선지 공기는 선선한 느낌이 들어 마냥 힘든 것이 아니다.
심청각을 다녀와서 '아이스께끼' 하나 빨면서 더위를 달래곤 심청각 너머에 있는 고봉포구로 향한다. 갯바람도 쐴 겸 그곳의 사자바위 구경도 하자고 또 발걸음 투어를 출발한다.
고개를 넘어서는데 어느 집에 조각자나무로 보이는 것이 커다란 화분에 담겨서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인다. 처음으로 대면하는 나무라 자세히 살펴보는데 높이가 2m를 훌쩍 넘었지만 6월이면 피는 꽃의 흔적은 보이 않는다.
길가에는 사상자 꽃이 한창이다.
담장 그늘에는 하늘타리 꽃
산으로 접어드는 곳, 무성한 잡초가 우거진 넓은 벌엔 무덤들이 늘어섰고, 보랏빛 엉겅퀴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보통의 엉겅퀴에 비해선 가시가 많고 날카로운 것이 가시엉겅퀴로 보인다.
그리고 띄엄띄엄 타래난초도 피었다.
숲그늘로 이어지는 가장자리에는 여기저기 금불초가 무리 지어 꽃을 피웠다.
큰까치수염은 외로이 언덕에 서서 무덤을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다.
오른쪽 산 꼭대기에 심청각이 보이고
왼쪽 숲그늘엔 파리풀이 파리처럼 작은 꽃들을 피웠다.(파리풀의 뿌리즙이 파리 구충제로 쓰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꽃모양도 파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풀을 보면서 큰조아재비인지 큰뚝새풀인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좀더 정밀한 접사를 하였으면 동정이 쉬웠을 텐데...
고동포구로 향하는 도로, 가로수로 심어진 키 작은 배롱나무가 한 그루에 흰 꽃이 피어 있다.
쑥부쟁이 하나가 꽃을 피웠다. 잎에서 털의 존재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녀석이 갯쑥부쟁이는 아닐 듯한데...
고동포구 가까운 곳 습지, 거의 매립되고 있는 상태였는데 나도겨풀이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매립된 흙이 곤죽이 된 것도 모르고 이 녀석을 담으려 가까이 다가섰다가 늪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에 황망히 탈출! 모쳐라 날랜 낼싀망졍~ 아주 큰 곤욕을 치를 뻔했다.(ㅎㅎ 불귀의 객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곳의 산 언덕엔 노랑원추리가 지천이었다. 꽃색이 순수한 노랑색에 잎의 너비가 아주 넓은 것이 특징이다.
잎이 커다래 보여 왕질경이일까 하고 담아 보았는데, 아무래도 그냥 질경이로 보인다.
도착해서 본 고봉포구는 민가랄 게 없고 회를 파는 가게 하나 달랑 있을 뿐인 한적한 해안이다.
방조제로 이어져 있는 사자바위는 그다지 사자를 닮지 않았고 또 관광명소로서의 절경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도 작은 해안이 정겹고 멀리 몽금포가 있는 장산곶을 바라보는 느낌이 좋고 갈매기들이 앉아 쉬고 있는 풍경이 그저 평화로울 뿐이다.
해는 사자바위 서쪽 산봉우리 너머로 기울고 고봉 포구 서쪽은 그늘에 잠긴다. 포구 동쪽 해안절벽 위에 노랑원추리가 만발해 있는 산언덕으로 이동한다.
뜻밖에도 그곳엔 멍석딸기가 밭을 이루고 있는데 이곳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없으니 신기한 일이다. ㅎㅎ~ 멍석딸기를 포식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절벽으로 흐르는 곳, 바다를 배경으로 골등골나물 연붉은 꽃차례가 곱게 달렸다. 낮은 키, 돌려나기한 듯한 두 잎, 3행맥이 뚜렷한 잎 등이 골등골나물임을 짐작케 한다.
허리 높이도 안 되게 옆으로만 자란 장구밤나무는 가지 끝에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모습이다.
갯가, 통통한 다육의 잎을 가진 땅채송화는 끝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저녁 햇살을 받는 해당화 열매를 담아 보았다.
돌아나오는 길 도로변 숲그늘에 꽃이 활짝 핀 골등골나물이 있어 다시 한번 담아 본다.
산언덕에 노란 꽃을 피우고 있는 좀꿩의다리도 보인다. 잎이 다소 길게 느껴지는 것이 긴잎꿩의다리와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때늦게 꽃이 한창인 멍석딸기를 만난다. 바닷가에선 잘 익은 열매를 실컷 따 먹었는데 말이다.
해가 졌는지 진촌 가까이에 왔을 때에는 어둠이 살짝 내리고 있다. 길가에 붉은토끼풀이 숯불같은 꽃들을 피우고 있다.
마을 가까이 백령도 약쑥이라며 쑥을 대단위로 재배하는 밭이 있는데, 뜯어서 즙을 내어 맡아본 향기는 부드럽고 그윽한 것이 '베리 굿'! 무공해지역이어선지 참 괜찮다 싶었다. '
마을로 들어서는 어두운 길, 앞서 가던 한 아주머니는 교회로 들어선다. 수요예배가 있는지 창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진촌에 숙소를 정하고 근처 식당에서 날치알밥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숙소로 돌아와 텔레비전을 켰더니 미디어법이 통과됐단다. 날치알밥을 먹고 났더니 날치기 뉴스를 듣는다. 난투극 속 진행된 날치기가 재석 반수가 안 돼 재투표까지하는 희극(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지만...)을 벌이며. 이명박 정권의 행태를 보면 회칼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거리를 쓸어나가는 조폭을 연상시킨다. 점령군처럼 무조건 부숴버리고 때려 엎어 버리고 포고령을 내린다.
불편한 마음... 그러나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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