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일기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5) 돌양지꽃, 나도옥잠화, 시닥나무, 금마타리, 산앵도나무, 쥐다래

모산재 2009. 7. 14. 20:12

 

초여름의 지리산 풀꽃나무 산책 (5) 돌양지꽃, 나도옥잠화, 시닥나무, 금마타리, 산앵도나무, 쥐다래


2009. 06. 28. 일요일

 

 

 

 

아침결임에도 제법 따갑게 내리는 볕살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다행스럽게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오지 않는가. 촛대봉을 등지고 서서 내려보는 구름바다는 환상적이다.

 

티없이 푸른 하늘은 아니라 할지라도 장마 기간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에 가슴을 졸였던 것을 생각하면 감지덕지해야 할 날씨다.

 

  

  

  

 

 

 

환한 아침햇살 아래 초원처럼 평화스러운 세석평전이 펼쳐지고 멀리 지리산 종주 능선들의 윤곽이 드러난다. 노고단과 여인의 봉긋한 두 젖가슴처럼 솟은 반야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아늑한 품 속에서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총에 맞아 숨져간 빨치산의 비극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곳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는 그리고 미군의 폭격 속에 죽었다는 할아버지의 집은 저 세석산장이 있는 자리 어디메쯤이었을까. 

 

 

 

 

촛대봉에 올라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힌다. 바위 틈에 자라는 돌양지꽃은 아직 꽃이 피기에는 이른 듯한데, 땅으로 이어지는 양지바른 곳에는 한두 송이 꽃망울이 터졌다.

 

 

 

 

 

촛대봉을 넘어서 길을 가다가 잠시 들어선 숲에서 나도옥잠화를 만난다. 열매만 남고 꽃이 져버린 모습이라 아쉬운 마음, 내년 꽃철을 기약하기로 한다.

 

 

 

 

시닥나무라고 생각되는 나뭇잎이 붉은 페인트칠을 한 듯한 모습이 특이하여 접사를 해 본다. 확인해 보니 곤충의 알인 듯하기도 하고 벌레집인 듯하기도 한데…. 과연 무얼까.

 

 

 

 

 

등산로 주변 바위틈 곳곳에는 금마타리 꽃이 한창이다.

 

 

 

 

 

고사목을 주인공으로 모시고 멀리 구름바다를 담아 본다. 지리산 능선에서 맛볼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

 

 

 

 

 

지리터리풀로 보이는 녀석, 역시 꽃은 피지 않았지만 몽타쥬 확보를 위해 한번 더 담아 둔다.

 

 

 

 

천 수백 미터의 고산 능선에서 점나도나물이 자주 눈에 띈다. 낮은 들판에서 보이는 점나도나물의 줄기가 붉은 갈색을 띠는 데 비하여 이 녀석은 줄기가 녹색이고 꽃잎이 유난히 하얘서 절로 눈길을 끈다.

 

 

 

 

햇볕이 살짝 드는 길가 풀밭 속에 자라는 이 사초는 깜부기 병에 걸렸는지 열매가 까맣다. 실청사초 종류일까. 혹시 국내에만 자생한다는 지리실청사초일까…?

 

 

 

 

 

등산로를 터널처럼 드리운 나무를 올려다보다 층층이 달린 시과(열매)가 특이해 셔터를 누른다. 열매가 둔각으로 벌어진 모양을 봐서는 시닥나무가 아닐까 싶은데(열매가 예각으로 벌어지면 부게꽃나무), 자주 만나지 못한 녀석이라 자신은 없다.

 

 

 

 

 

지장보살 풀솜대가 파란 열매를 달았다. 가을날 잘 익은 붉은 열매를 보여 줄 수 있을까.

 

 

 

 

왼쪽 끝에 지난해의 씨방 흔적을 두고 송이풀 전초를 담아 본다.

 

 

 

 

삿갓나물이 엉성한 꽃을 피운 채퉁둥굴레와 나란히 섰다.

 

 

 

 

 

잎에 털이 많이 보이는 걸로 보아 털진달래로 보이는 나무가 눈에 띈다. 꽃이 진 자리에는 길쭉한 씨방이 꼬부라진 모습으로 달려 있다. 

 

 

 

 

이것은 무슨 풀의 어린모습일까…. 

 

 

 

 

생각지도 못한 산앵도나무꽃 한 송이가 눈에 띄어서 얼마나 반가운지…. 철 늦게 피어서인지 붉은 빛이 옅어진 꽃색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쥐다래나무의 하얀 꽃이 아침햇살 아래 유난히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벌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하얗게 변색시킨 잎들 또한 눈길을 끈다.

  

 

 

 

 

풀꽃나무를 관찰하랴 경치를 즐기랴 쉬엄쉬엄 걷다보니 장터목까지 한 시간 좀 더 걸리는 산행길이 두 배 이상 걸리는 듯하다. 지금껏 열 몇 차례 지리산 산행을 했지만 이번이 가장 행복하게 느껴진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이렇게 즐기면서 산을 타는 것은 처음 아닌가….